[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나무노트] 배고픈 산새들의 먹이가 되는 열매 매단 '덜꿩나무' (2021.10.10)

푸레택 2021. 10. 10. 23:26

◇ 배고픈 산새들의 먹이가 되는 열매 매단 '덜꿩나무'

/ 서울식물원 초지원에서 촬영 2021.10.10

■ 덜꿩나무 Erosum Viburnum 探春花

분류 인동과
학명 Viburnum erosum

덜꿩나무는 중부 이남의 야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키 2~3미터 남짓한 작은 나무이며, 줄기는 여러 개로 갈라져 포기를 이루어 자란다. 타원형의 잎은 마주보기로 달려 있고, 앞뒷면으로 털이 소복이 나 있어서 만지면 느껴질 정도다.

큰 나무가 띄엄띄엄 서 있는 숲속의 봄은 평지보다 훨씬 늦게 찾아온다. 부지런한 녀석들은 잎을 살짝 내밀고 기지개를 켜지만, 아직 숲속까지 봄 냄새가 완전히 퍼지기 전에 덜꿩나무는 꽃을 피운다. 계절로는 늦봄에서 초여름에 걸쳐 손톱 크기의 하얀 꽃이 여러 개가 모여 우산모양을 이루면서, 갓 피어난 초록 잎 사이에 새하얀 소복을 입은 정갈한 여인처럼 곱게 피어난다. 아직 숲이 완전한 초록 옷을 갈아입기 전인데다 하얀 꽃은 흔치 않아 금방 눈에 띈다.

꽃이 지면 덜꿩나무는 잠시 다른 나무들의 푸름에 묻혀버린다. 잊고 있던 덜꿩나무가 다시 우리 눈에 들어오는 시기는 추석 전후다. 콩알 굵기만 한 새빨간 열매가 꽃 핀 자리마다 송골송골 열린다. 육질이 많은 이 열매는 찬 서리가 내리고도 한참은 더 남아 있어서 배고픈 산새들의 고마운 먹이가 된다.

덜꿩나무라는 이름은 아무래도 꿩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들에 있는 꿩들이 좋아하는 열매를 달고 있다는 뜻으로 들꿩나무로 불리다가 덜꿩나무가 된 것으로 생각된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도 등장하는 꿩은 예부터 우리 주변에 흔한 새로서 초본에는 꿩의다리, 꿩의바람꽃, 꿩의밥, 꿩의비름 등 꿩이 들어간 식물이 여럿 있다. 그러나 나무로는 덜꿩나무가 유일하다.

덜꿩나무와 거의 같은 시기에 꽃이 피고 모양새도 비슷한 가막살나무가 있다. 너무 닮은 점이 많아 한마디로 차이점을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덜꿩나무를 더 흔히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대표나무로 들었을 뿐이다. 또 분꽃나무도 비슷하게 생겼으나 덜꿩나무보다 꽃이 조금 먼저 핀다. 꽃 색깔은 연분홍이고 모양은 분꽃을 많이 닮아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글=박상진 경북대 교수

[출처] 《우리 나무의 세계 1》

/ 2021.10.10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