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종 위기 몰린 최장수 동물 /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1684년 영국인 해적이었던 암브로스 카우리가 남아메리카 에콰도르로부터 서쪽으로 972㎞ 떨어진 화산섬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해안을 까맣게 뒤덮을 정도로 거북이가 많았다. 그래서 그 섬들은 거북이라는 의미의 스페인어에서 온 갈라파고스 군도가 되었고, 거북이에게는 갈라파고스코끼리거북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거북은 세상에서 가장 큰 거북이다. 다 자라면 몸무게가 300㎏이 넘고, 등갑의 길이가 1.2m나 된다. 크고 단단한 등갑 덕분에 무서울 것도 없었다. 위험을 느끼면 재빨리 둥글고 볼록한 등갑 안에 머리와 팔다리를 집어넣고 적이 물러나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등갑은 웬만해서는 깨지지 않는 데다 기다리는 일이라면 누가 거북을 따를 수 있겠는가. 등갑은 안전한 은신처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무거운 짐이 된다. 비탈길에서 중심을 잃거나 수컷끼리 싸워 몸이 뒤집어지면 크고 둥근 등갑 때문에 스스로 몸을 되돌리지 못해 서서히 죽을 수밖에 없다.
이런 비극적인 사고가 아니라면 100년에서 150년을 살 수 있다. 실제로 177년을 산 기록도 있다 사는 환경에 따라 등갑 모양이 달라진다. 풀이 적은 건조한 섬에서는 나뭇잎을 주로 먹기 때문에 다리를 세우고 목을 쑥 빼서 최대한 몸을 높여야 한다. 그래서 고개를 높이 쳐들기 쉽게 앞쪽의 등갑이 말안장처럼 구부러져 있다. 반면에 습한 섬에 사는 거북이는 땅에 나 있는 풀을 뜯기 때문에 동그란 돔 형태의 등갑을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포식자 없이 남미 대륙에서 떨어져 살아왔던 거북이들에게 사람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1800년대 초반부터 미국의 포경선이 고기와 기름을 채취하기 위해 거북이를 무차별적으로 잡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 수가 급격히 줄어 14개 아종 중에서 2개 아종은 멸종되었고, 11개 아종만이 간신히 살아남았다. 남은 1개 아종은 야생에서는 멸종되었고 찰스다윈연구소에서만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다행히 1959년에 에콰도르 정부가 갈라파고스섬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1971년부터는 갈라파고스코끼리거북이의 반출을 금지시키면서 그 수가 늘고 있다.
갈라파고스코끼리거북이는 국내에선 유일하게 서울동물원에서 볼 수 있다. 2000년 에콰도르 키토동물원과 서울동물원이 자매결연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갈라파고스코끼리거북이를 기증받은 것인데 에콰도르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해외 반출한 첫 사례였다.
글=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출처] 국민일보 2009.09.30
/ 2021.09.16 옮겨 적음
https://news.v.daum.net/v/20090930182803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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