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藥)도 되고 악(惡)도 되는 두 얼굴의 모자반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무침 등으로 먹으면 골다공증 막고 중금속 배출 효과.. 해안 뒤덮어 생태계 교란, 바다 동물 옭아매 죽이기도
▎김 양식장을 덮친 괭생이모자반의 모습. 매해 봄마다 해안을 뒤덮어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만, 식용하면 인체의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 사진:연합뉴스
신문마다 온통 제주도 해변에 밀려온 ‘괭생이모자반’ 얘기들로 가득하다. 신문기사의 일부를 소개하면서 이 모자반의 정체를 알아보자.
‘해마다 봄(4~5월)이면 중국 동부 연안에서 모자반이 해류와 바람을 타고 제주 연안에 대량으로 유입된다. 올해는 2월 말부터 일찌감치 제주도 해안을 뒤덮어 바다거북이도 죽였다고 한다. 2월 21일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유입된 모자반은 약 8100t으로 집계됐는데, 지난 한 해 유입된 5186t을 지난달(1월)에 이미 넘어섰고, 이번 달도 3000t 가까운 양이 추가로 밀려왔다.
그리고 2월 20일 제주시 애월읍 구엄포구에는 모자반이 포구 내 바다의 절반 이상을 검붉게 뒤덮었기 때문에 정박한 배의 스크루(screw)를 모두 들어 올렸다. 모자반이 포구 내에 가득 찬 상황에서 시동을 걸었다가 모자반이 동력기관에 감겨 고장이 날 우려가 있어서다.’
또 다른 기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주도는 1월부터 해안에 쌓인 모자반을 수거하기 위해 중장비와 인력동원을 본격화했다. 제때 수거하지 않을 경우 썩어 악취를 풍기고, 미관을 해치기 때문이다. 2월 초 제주시 삼양해수욕장에도 모래 위로 밀려드는 모자반을 치우기 위해 굴착기 등 중장비까지 동원했다.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는 백사장에서 수거한 모자반을 신청 농가에 퇴비로 무상 공급한다고 한다. 그러나 너무 넘쳐서 처치 곤란이다.
또한 모자반 더미는 해양생물도 위협하고 있다. 2월 6일 제주시 한림읍 앞바다에서 국제 보호종인 푸른바다거북(Chelonia mydas)이 구조돼 치료를 받았지만, 죽고 말았다고 한다. 모자반에 몸이 걸려 탈진해 표류하던 몸길이 57㎝, 몸무게 10㎏ 크기의 어린 거북이었다.
푸른바다거북은 바다거북과에 속하는 거북이로, 성체의 몸길이는 1.8m 안팎이고, 평균 몸무게는 68~200㎏이며, 평균 등딱지 길이는 78~112㎝이다. 멸종위기종으로 선정돼 있으며,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보호조치가 내려져 있다.
김병엽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는 “괭생이모자반은 해조류 중 비교적 질긴 특성이 있어 어리거나 몸집이 작은 해양 동물이 걸려 빠져나오지 못할 수 있다”며 “이 거북도 어린 개체로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모자반에 걸려 상태가 더 악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제주도 해안에 마구 밀려온 문제의 모자반은 괭생이모자반(Sargassum horneri )이다. 이들 모자반 속(屬, genus)에는 괭생이모자반·톳·경단구슬모자반·지충이를 포함해 약 250여 종이 있다. 괭생이모자반은 한국·일본·중국 연안에 사는 대형조류(大形藻類, macroalgae)로 보통 해초(海草, seaweed)로 불리며, 가을과 겨울에 주로 자란다.
괭생이모자반은 황갈색으로 갈조류(褐藻類)에 들고, 간조선(干潮線) 근방에 살아서 썰물 때는 몸의 일부가 물 밖으로 노출된다. 몸은 외견상 뿌리·줄기·잎의 구분이 뚜렷하고, 뿌리는 넓적하고 판판하며, 1개의 중심 줄기는 1~3m 이상 크게 자란다. 줄기는 삼각형으로 비틀리고, 잎은 줄기에서 아래쪽으로 향해 나며 휘어진다.
다양한 해양생물 서식처 역할도
단추 모양의 바닥 부착기에서 외가닥의 줄기가 나온다. 이 줄기에서 수많은 가지를 낸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5~9㎝ 정도다. 상부 잎 가장자리에 톱니 모양의 돌기가 나며, 온몸의 잎줄기에는 동글동글한 기낭(氣囊, air bladder)이 있다. 기낭(공기주머니)은 식물체를 물에 둥둥 뜨게 해줘서 광합성에 도움을 준다. 모자반을 먹었을 때 오도독 씹히는 것은 바로 기포 때문이다.
바닥이 딱딱한 곳에 붙어살고, 어린 개체는 식용하며, 봄철에 암반에서 탈락돼 연안에 떠다닌다. 괭생이모자반은 미역·다시마들과 함께 해중림(海中林, 대형 해조류가 수풀처럼 밀생하는 곳)을 이뤄 수중생물의 다양성을 높인다. 또한 전복 등의 초식성 동물의 먹이가 됨은 물론,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처·은신처·산란처 역할을 한다. 모자반 무리의 많은 종류는 모자반 무침 등으로 식용되기도 하며, 비료로도 쓰인다.
국내 연안에서 몸의 일부분이 수면에 떠서 이리저리 마구 떠돌아다니므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떠밀려온 다량의 유실체(流失體)가 제주 해안에 쌓여 문제를 일으킨다. 제주 해안을 따라 뒤덮어서 그곳의 생태계에 해를 끼치기에 ‘악마의 잡초(devil weed)’로 불린다. 양자강의 흙탕물도 괭생이모자반과 같은 길을 따라 제주도로 흘러들어 수중생태계를 교란한다.
괭생이모자반은 ‘제주의 바닷말’로도 불린다. 이는 모식산지(模式産地, type locality)가 한국 해안(In the Straits of Corea)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모식산지란 생물(종)을 동정(同定)하고 분류(分類)할 때 표준이 되는 산지(처음 모식표본을 채집한 지역)를 말한다. 그리고 제주도의 괭생 이모자반이 비교의 대표가 되는 모식표본(模式標本, type specimen)이다.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모자반(Sargassum fulvellum)은 짙은 황갈색으로 한국의 전 해안에서 볼 수 있다. 모자반은 식용으로 이용되는 대표적인 종류로, 흔히 시장에서 팔고 있어서 우리가 자주 사다 먹는다.
모자반은 칼슘이 풍부해 노화, 호르몬 분비 이상, 약물 등의 여러 원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미끈거리는 점액질인 후코이단(fucoidan)은 인체를 각종 병원균과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이 식품에 들어있는 알긴산(alginic acid) 성분은 우리 몸속에 들어있는 유해물질과 중금속·노폐물의 원활한 배출을 돕는다. 또 모자반은 혈관을 건강하게 해준다고 한다.
※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
글=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출처] 월간중앙 202105호(2021.04.17)
/ 2021.09.15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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