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의 꽃이야기] 왕고들빼기, '야생초의 왕'인 이유 / 김민철
지난 주말 영종도 옆 신도·시도·모도를 자전거로 돌다가 몇번이나 브레이크를 잡았습니다. 근사한 왕고들빼기 꽃이 많아서 그때마다 멈추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요즘 곳곳에서 잎이 깃 모양으로 갈라져 있고 연한 노랑색 꽃이 막 피는 식물을 볼 수 있는데, 왕고들빼기입니다. 숲 가장자리, 논밭가는 물론 서울 광화문에서도 작은 공터에서 왕고들빼기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황대권은 책 ‘야생초편지’에서 왕고들빼기를 야생초의 왕이라 했습니다. 야생미 넘치는 잎 모양, 엄청난 번식력 등 ‘야생초의 모든 조건을 탁월하게 갖추고 있는 데다 덩치 또한 크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왕고들빼기는 다 자라면 1~2m까지 크는 식물입니다.
깊게 파인 잎이 크고 자못 웅장해 ‘왕’자 들어간 것이 무색하지 않은 식물입니다. 깃 모양으로 갈라진 잎 모양이 얼핏 ‘임금 왕(王)’자 같기도 합니다. 이 잎을 볼 때마다 한번 먹어봐야하는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라는데 아직 맛보지 못했습니다. 봄과 여름에 돋은 윗부분 어린잎을 쌈이나 무침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왕고들빼기는 국화과 식물입니다. 이 꽃의 연한 노란색 꽃을 볼 때마다 절제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있는대로 한껏 원색으로 치장한 원예종 꽃들과 달리 연한 노랑색으로 절제한 느낌을 주는 꽃입니다. 품격은 절제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품격을 갖춘 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당당하게 피는 점이 좋아 왕고들빼기 꽃을 소셜미디어 프로필 사진으로 쓴 적도 있습니다.
비슷한 식물로 가는잎왕고들빼기도 있는데 왕고들빼기와 다 같지만 잎이 갈라지지 않고 피침형인 것만 다릅니다. 그냥 고들빼기는 봄에 피는 꽃입니다. 씀바귀와 비슷한 꽃이 피는 식물로, 고들빼기 김치 담그는 그 고들빼기입니다. 고들빼기도 왕고들빼기와 같은 국화과지만 속(屬)이 다르기 때문에 둘은 크게 상관이 없는 종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꽃도 왕고들빼기는 연한 노란색이지만 고들빼기는 샛노란색입니다.
요즘 산에서 고들빼기 비슷한데 키가 작고 가지가 많이 갈라져 있는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고들빼기입니다. 이고들빼기는 잎의 밑부분이 줄기를 감싸고 있는데 그 모양이 귀처럼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름이 이고들빼기입니다. 애들과 산에 갈 때마다 “이고들빼기가 무슨 고들빼기라고 했지?” 묻던 추억의 야생화입니다.
왕고들빼기 꽃이 피면 추석이 다가온 것입니다. 왕고들빼기는 추석 때 고향에 가면 연노랑 꽃을 피우고 반겨주는 식물 중 하나입니다. 왕고들빼기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으니 이번 추석에 고향에 가면 한번 찾아보기 바랍니다.
[출처] 조선일보 & chosun.com 2021.09.07
https://news.v.daum.net/v/2021090700020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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