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현재진행형 / 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인류의 역사는 질병과의 전쟁으로 이어져 왔으며, 특히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바이러스(Virus)와의 잦은 전쟁이 커다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15년에 우리 사회를 불안에 떨게 했던 메르스(MERS)와 작년부터 우리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는 AI(Avian Influenza, 조류독감)도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지난 100년간 지구상에 유행했던 ‘10대 전염병(사망자 기준)’에서 에이즈(AIDS)가 1위이며, 그 뒤를 이어 스페인독감, 아시아독감, 홍콩독감, 7차 콜레라 유행, 신종플루, 에볼라, 콩고홍역, 서아프리카 뇌수막염, 사스가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 중 5위인 콜레라와 9위인 뇌수막염을 제외한 나머지 질병들은 모두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다.
이렇게 인류 사회에 치명적인 전염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지금까지 인류 사회에 큰 재앙을 일으켜온 바이러스성 전염병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앞으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크기가 매우 작아 전자현미경으로나 관찰이 가능한 바이러스는 생명체 밖에서는 무생물처럼 지내지만, 일단 동물이나 식물 또는 세균 등과 같이 살아있는 세포에 들어오면 왕성한 생명활동을 보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전염병과의 ‘100년 전쟁’에서 전 세계적으로 1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전염병이 3차례나 나타났는데, 이는 에이즈, 스페인독감 그리고 아시아독감으로 모두 바이러스성 전염병이었다. 그중 가장 무서운 바이러스성 전염병은 1981년에 미국 CDC에 의해 처음 보고된 ‘에이즈’이다. 현재 예방과 치료법 개발로 사망자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HIV(사람 면역결핍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는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 수는 4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918~1919년에 창궐한 스페인독감의 사망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25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 850만명의 3배가 넘는 엄청난 수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18년에 스페인독감에 740만명이 감염돼 14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7년에 발병한 아시아독감 사망자 수는 200만명이 넘으며, 1968년에 발병한 홍콩독감 사망자 수는 75만명이나 된다. 1997년 홍콩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AI에 의한 사망자 수는 1700명이 넘었고, 2002년에는 중국 광동성에서 발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으로 불리는 ‘사스’가 전 세계로 퍼져 8000명 이상이 감염되어 774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WHO는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로 규정하며, 전염병의 단계를 6단계로 구분해 발표했다. 1단계는 특정 동물 사이에만 전염되어 사람에게는 안전한 상태이며, 2단계는 동물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전염된 상태이다. 3단계는 사람들 사이에 전염이 증가된 상태이고, 4단계는 전염이 급속하게 퍼지기 시작해 세계적 전염병으로 번질 수 있는 초기 단계를 일컫는다. 에피데믹(Epidemic)으로 불리는 5단계는 동일 권역의 2개국 이상에 퍼져 대유행에 접어드는 상태이며, 팬데믹(Pandemic)으로 불리는 마지막 6단계는 여러 대륙 국가들에서 전염병이 동시에 대유행하는 상태를 말한다.
2009년에 북미대륙에서 발생해 전 세계 214개 국가에 퍼진 ‘신종플루(신종인플루엔자)’와 2014년에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Ebola)’는 5단계인 에피데믹 등급까지 갔다. 신종플루로 사망한 사람은 1만 8500여명에 이르며, 우리나라에서도 75만명이 발생하여 250여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에는 전파되지 않았지만 에볼라 감염자 수는 2만 6000명 이상으로 사망자 수는 1만명이 넘었다. 지난해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메르스는 2~3단계로 크게 불안해 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감염자 수가 186명, 사망자 수는 38명이나 되었다.
바이러스는 인류에 의해 정복될 수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은 쉽게 풀어낼 수 없다. 왜냐하면 생명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전염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우리 일상의 환경과 생활양식에 따라 변이를 일으키며 진화(進化)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경이 없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으로, 언제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해 우리 인류를 팬데믹(pandemic) 속으로 몰아넣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제 메르스 사태 때나 금번 AI 바이러스의 공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정확히 분석해 앞으로 닥쳐올 수 있는 변종 바이러스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과 함께 변종 바이러스의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고, 국가 간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글로벌 대응 방안도 시급히 논의되어 시행돼야 한다. 그와 더불어 바이러스 전염의 위험성과 예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글=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서울대 생물교육학과, 서울대 대학원 박사
/ 2021.09.01 편집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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