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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질병과 면역에 대한 상식 (2021.09.01)

푸레택 2021. 9. 1. 07:29

■ 질병과 면역에 대한 상식 / 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과학기술과 보건의료 기술의 발달로 각종 전염병의 발생빈도가 낮아지고 있지만,  조류독감(AI), 사스(SARS), 메르스(MERS), 지카 바이러스 등을 겪으며 신종 감염성 질병에 대한 대응 체계 마련이 미래 사회의 주요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병원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침입자에 대해 우리 몸의 상태를 정상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신체 반응은 면역반응이라 부른다. 면역반응에서 면역(免疫)을 의미하는 ‘Immunity’라는 말은 ‘역병에서 벗어난다’는 라틴어인 ‘Immunitas’로부터 유래한 말이다. 우리 몸에서 병원체나 이물질 등에 대응해 나타나는 면역반응의 특징은 무엇이며,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전염병에 감염되었다 회복되면 그 질병에 대해 ‘면역력’이 생긴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으며, 영국의 의사 제너는 1796년에 면역이론을 기반으로 우두 바이러스를 개발해 당시 사회에서 만연하던 천연두를 예방하는 데 성공했다. 제너가 우두 바이러스를 개발한 지 180년이 넘게 지난 1980년 5월 8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지구상에서 천연두가 사라졌음을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19세기 말에 파스퇴르가 백신(vaccine)으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면역 현상이 과학적으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베링(E. Behring)은 면역반응의 주체가 혈액에 들어 있는 항체라는 것을 밝혔으며, 베링은 그 업적으로 면역학 분야의 첫 노벨상 수상자가 됐다.

면역반응은 외래인자인 항원(抗原)과 체내에서 항원에 대응해 생성되는 항체(抗體)사이의 반응이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로부터 분비된 독소는 물론 특정 화학물질이나 약품, 음식물, 꽃가루 심지어는 동물의 변(便) 등도 항원으로 작용한다. 체내로 들어온 항원에 대응해 만들어지는 단백질 복합체인 항체는 결합하는 항원에 따라 구조가 다르다.

면역반응은 태어날 때 지니고 나오는 선천성(先天性) 면역과 출생 후 주변 환경에 적응하며 얻게 되는 후천성(後天性) 면역으로 구분이 된다. 자연면역이라고도 부르는 선천성면역은 질병의 원인과 상관없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생리적 여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면역력을 유발하는 항원에 대한 기억 기능이 없다. 선천성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로는 식균작용을 하는 대식세포(大食細胞)와 혈액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면역작용을 하는 단핵세포(單核細胞) 등을 들 수 있다.

획득면역이라고 부르는 후천성면역은 선천성면역과 달리 처음 침입한 항원을 기억해 그에 대응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어 간직하고 있다가 같은 병원체가 다시 침입하면 그 항체가 항원인 병원체에 대응해 제거시키는 면역반응이다.  후천성면역은 T세포(T cell)가 관여하는 세포성면역과 B세포(B cell)가 관여하는 체액성면역으로 구분이 된다. 세포성면역에 관여하는 T세포는 흉선에서 만들어지는 림프구로 면역 기억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B세포에 정보를 제공해 항체 생성을 도와주거나 감염된 세포를 직접 죽이는 작용도 한다. 체액성면역에서 B림프구라고도 부르는 B세포는 항원을 인식한 다음 분화돼 항체를 생성해 분비하는데, 이 항체가 감염된 병원균과 같은 항원에 대항해 작용한다.

20세기에 들어와 면역반응이 외부 물질에 대해 유리하게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불리하게 작용할 때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민감성반응으로 불리는 알러지(또는 알레르기, allergy)이다. 알러지는 알러젠(allergen)이라고 부르는 항원에 대응해 특이 항체인 IgE가 만들어지는 과민반응으로, 꽃가루, 먼지, 약물, 동물의 털 등은 물론 음식물의 특정 물질도 알러젠으로는 작용할 수 있다.

특정 식물의 꽃가루에 알러지 증상을 보이는 사람에게 꽃가루가 침투하면 알러젠이 코나 기도 점막의 B세포를 자극해 IgE라는 항체가 생성돼 비만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같은 꽃가루가 체내로 들어오면 IgE 항체가 꽃가루의 알러젠에 결합하며 비만세포로부터 히스타민이 방출되며, 이 히스타민이 혈액을 통해 주변세포에 퍼져나가면 콧물이 많이 나오거나 코가 막히기도 하고, 연속적으로 재채기를 하는 등의 알러지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히스타민에 의해 나타나는 알러지는 항히스타민제의 투여를 통해 그 증세를 경감시킬 수 있다.

글=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서울대 생물교육학과, 서울대 대학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