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중한 자원 자생식물 이야기 / 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먹을거리, 땔감, 건축자재, 약재, 원예식물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는 식물은 인류생존의 원천으로 지구상에 식물이 없으면 인류의 존속 자체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식물은 ‘생명자원’으로 불리고 있다. 우리 몸의 에너지 생성에 필수적인 산소도 식물의 광합성 과정에서 만들어져 대기로 방출된 것이다.
지난 6일 삼라만상이 잠을 깬다는 경칩(驚蟄)이 지나고 봄기운이 흠씬 느껴지고 있다. 봄의 전령 산수유나무의 노오란 꽃망울이 움터 나오고 있으며, 개나리, 진달래, 할미꽃 등 봄꽃들이 자태를 뽐내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산과 들에서 철따라 피고 지는 이름 모를 들풀로만 여겨지던 야생식물들이 이제 우리가 아끼고 보존하며 개발해야 할 소중한 자원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정감이 드는 할미꽃, 제비꽃, 은방울꽃 등은 원래부터 우리나라에 터를 잡고 자라온 자생식물(自生植物)이다. 그에 비해 아카시아, 토끼풀, 개망초 등은 외국에서 들어와 토착화된 귀화식물(歸化植物)이다.
자생식물은 특정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식물 중에서 원래부터 그 지역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상(植物相)을 지칭하는 말로 산림임업용어사전에 “어떤 지역에 옛날부터 자연적으로 분포하며 사람의 보호를 받지 않고 증식해 생활을 계속하는 식물”로 정의돼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특산식물은 61과 172속 393종으로 단위면적으로 비교해 볼 때 중국이나 일본보다 다양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귀화식물은 400종이 넘게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자생식물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 특정 자생식물이 국외로 반출돼 개량된 다음 역수입되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 실례로 수입 관상식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미스김라일락(Miss Kim Lilac)’을 들 수 있다.
미스김라일락은 광복 후 군정기인 1947년에 미군정청에 근무하던 식물채집 애호가 엘윈 미더(Elwin M Meader)가 북한산국립공원의 도봉산에 분포하고 있는 자생식물 털개회나무(수수꽃다리속 식물)의 종자를 채취해 미국으로 가져가 원예종으로 개량한 품종이다. 라일락 앞의 미스김은 당시 식물 자료의 정리를 도왔던 한국인 여직원의 성을 따서 붙여진 명칭이다.
일부 식물에 한정해 자원화가 이루어져왔던 자생식물이 우리 미래의 주요 자원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우리 주변에 야생화를 재배해 판매하는 자생식물원이 많이 늘고 있는 것으로부터 알 수 있다. 또한 자생식물의 대중화를 위한 ‘우리꽃 박람회’를 개최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으며, 우리 꽃길 사업을 통해 야생화를 보급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자생식물은 우리 주변 환경을 밝고 아름답게 해줄 뿐만 아니라 국가의 부(富)를 키워주는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 그 실례로는 원예식물의 개발로 국부를 누려오고 있는 네덜란드를 들 수 있는데, 이른 봄부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선화와 튤립 등이 바로 그 산물이다. 베란다나 실내에 화려하게 장식되는 양란, 축하연에 화려하게 자리하는 장미 그리고 어버이날의 상징화인 카네이션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우리 미래의 소중한 자원인 자생식물의 활용을 통한 고부가 가치의 창출과 함께 이들에 대한 보존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외국으로부터 수입되어 우리 주변을 장식하고 있는 관상용 식물의 자리에 우리 자생식물을 개량해 만든 원예식물들이 자리매김해야 한다.
자생식물의 활용과 보존을 위해서는 원예작물을 개발해 국부를 창출해오고 있는 네덜란드의 예에서처럼 우리 농가나 자생식물원에서 개량 육종하는 야생화 품종의 규격화를 통한 상품화가 적극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자생식물 재배자의 육성과 그들의 권리 보호, 개발 식물의 유통구조 개선과 수출 방안 마련에 정부와 연구기관 그리고 생산자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 그리고 소중한 자원 자생식물에 대한 국민들의 올바른 인식과 관심도를 높이는 교육 방안 마련과 실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글=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서울대 생물교육학과, 서울대 대학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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