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에 대한 상식 / 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길을 걷다보면 예전에 비해 뚱뚱한 사람들이 더 많이 눈에 띄고, 초등학교에서도 통통한 아동들이 점점 늘고 있다. 살이 쪄 뚱뚱한 사람이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등의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는 사실이 인식되며, 비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만(肥滿, Obesity)은 인체 내의 에너지 불균형으로 과다한 체지방이 축적돼 몸이 비대해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남자의 경우 체지방이 체중의 25%가 넘을 때, 여자는 체중의 30% 이상인 상태를 비만으로 간주한다. 이런 비만의 원인은 무엇이며, 비만에 다가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만의 주요 원인은 음식물의 과다섭취, 운동부족, 내분비 장애, 여성의 경우 임신 중의 비만 등을 유발하는 환경적 요인과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나타나는 유전적 요인으로 구분이 된다.
체내에서 필요로 하는 열량보다 음식을 과다하게 섭취하거나 섭취한 열량을 적게 소비함으로써 발생하는 에너지 불균형으로 유발되는 단순 비만은 여분의 에너지가 체지방으로 축적돼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러한 체지방의 과도한 축적은 대사과정의 이상을 유발하는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내분비계 질환이나 시상하부의 기능 이상, 에너지대사 이상으로 생겨나는 비만은 증후성 비만이라 부른다. 이자에서 인슐린이 과다하게 분비되거나 말초신경에서 인슐린 저항이 높아지면 혈액 내의 지방 합성과 저장이 촉진돼 비만이 발생할 수 있다.
비만에 대한 유전적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 부모 모두가 비만일 경우 비만으로 태어날 아이의 비율은 80% 정도로 정상의 부모에서 태어날 확률인 9% 정도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비만 유발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를 지니고 있어도 균형 잡힌 식생활과 꾸준한 운동을 병행하면 비만유전자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그에 반해 비만 유발 가능성이 낮은 사람도 지방을 많이 함유한 음식을 즐겨 먹거나 운동에 게을러지면 쉽게 비만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비만의 진단에는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 검사가 이용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비만 기준에 따르면 BMI가 20 미만이면 저체중, 20~24면 정상 체중, 25~30은 과체중(비만 경향), 30 이상이 비만이다. 한 실례로 체중이 63㎏이고, 키가 172㎝인 사람의 BMI는 21.3(63/1.722)으로 정상 체중에 속한다. 최근 어린이들의 BMI와 체력의 비교 조사에서 BMI 수치는 높아지고 체력은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집중하느라 신체 활동이 부족해져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의 해결에는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주말이나 방학 기간에 자녀들의 신체활동을 강화하게 하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비만을 예방하려면 어떤 생활습관을 길들여야 할까. 우선 자신의 BMI 지수를 계산해 보고 과체중이거나 비만일 경우 자신의 생활습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만에 다가가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체질에 알맞은 양의 음식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식단에는 설탕이나 꿀 등의 단순 당의 섭취를 줄이고, 야채, 해조류, 생과일, 도정하지 않은 곡류를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지하철을 탈 때나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보다 계단을 많이 이용하고, 일주일에 5회 이상, 30분 넘게 걷는 ‘530 걷기’도 습관화 해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3년 기준으로 비만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 등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6조 7천억여원이라고 보고했다. 이는 음주로 지출되는 사회경제적 비용 9조 4천억여원과 흡연으로 지출되는 7조 1천억여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비만으로 인해 파생되는 의료비나 조기 사망비용, 생산성 손실액 등은 10년 전에 비해 2.22배나 늘어나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비만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신종 질병의 하나라는 사실이 제대로 인식돼야 한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의 일부 국가들은 이미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해 나서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학교 현장은 물론 정부와 국회, 나아가 언론에서도 앞장서 ‘비만과의 전쟁’에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해 적극 실천해 나가야 한다.
글=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서울대 생물교육학과, 서울대 대학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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