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0 걷기’와 함께하는 삶 / 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걷기’가 건강 유지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고 있다. 걷는 것은 건강한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되며, 걷기 운동은 어떻게 해야 효과가 있는 것일까.
세계보건기구(WHO)는 걷기를 각종 성인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필수운동으로 제안하며, 매일 30분 이상 걸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많은 의학 관련 논문에서도 건강 유지와 성인병 치료의 주요 방법 중 하나로 1주일에 5일, 1회에 30분 이상 걷는 ‘530 걷기’를 제안하고 있다.
동의보감에 있는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 행보(行補)가 낫다(좋은 약을 먹는 것보다 좋은 음식을 먹는 게 낫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걷는 게 더 좋다)’라는 말에서 보는 것처럼 걷기는 일상에서 질병이나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시간적 여유가 되고 안 되고를 벗어나 무조건 걷기와 함께하는 삶의 습관을 길들여보자.
달리기나 수영과 같은 강도 높은 운동을 단시간 하는 것보다 가벼운 운동으로 인식되고 있는 걷기를 장시간 하는 것이 건강 유지에 효과가 훨씬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운동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주로 탄수화물이 이용되며 시간이 지나며 지방이 쓰이기 시작한다. 따라서 운동 강도가 높아 짧게 마치는 달리기보다 운동 강도가 낮아 오랜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걷기가 비만의 원인이 되는 체지방의 소모에 더 효과적이다. 이는 탄수화물과 지방의 소모 비율이 걷기에서는 50:50인데 비해 달리기에서는 67:33으로 걸을 때 지방 소모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누구나 오래 서있다 보면 앉고 싶고, 앉아 있으면 눕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이 들어 게으름을 피우며 걷는 것을 소홀히 하면 몸이 약해져 병들어 눕게 되지만 부지런히 걸으면 건강해질 수 있다. 병(病)은 일상에서 자신이 만들어내는 산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걷기 운동은 한국인의 ’5대 질병’인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뇌졸중, 암의 예방은 물론 치료에도 효과가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단순한 몸의 움직임으로 보이는 걷기는 건강에 크게 도움을 주는 신체 활동이다. 한 걸음을 뗄 때마다 200여개의 뼈와 600개 이상의 근육이 작용하며, 장기 운동도 활발해진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일어나기 귀찮아 누워있다 보면 지나간 일들과 앞으로 닥쳐올 일들에 대한 상념들로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이다. 아침에 눈이 떠지면 바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서 걸어보자. 걷다보면 살기 좋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가까운 산에는 등산로가 잘 꾸며져 있고, 주변의 하천이나 개울가에는 지자체들에서 조성해 놓은 둘레길(산을 밖으로 둘러싸는 둘레를 도는 길, 또는 도시의 둘레를 도는 길)이 잘 마련돼 있어 걷기에 더욱 좋다.
‘530 걷기’에서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과 습관 길들이기이다. 걷기가 힘든 운동이 아니라 몸을 좋은 상태로 유지시켜주는 보약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래서 걸을 때는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걸어야 한다. 걸으며 평소 즐겨 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리면 걷기 효과가 더 높아질 수 있다.
걷기를 처음 시작하면 천천히 걷게 되지만 습관이 되면 한 시간에 4~5㎞를 걷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걷다보면 몸과 마음이 가뿐해지고, 자신감이 생겨 즐거운 마음이 되며 콧노래가 나올 수도 있다. 걸을 때 무조건 많이 걷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체질에 알맞은 걷는 속도와 시간을 정해놓고 꾸준히 걷는 '맞춤형 걷기'를 실행할 필요가 있다.
걸을 때 흐느적거리며 걸으면 효과가 별로 없기 때문에 ‘파워 워킹’이 제안되고 있다. 파워 워킹은 걸을 때 팔을 힘차게 흔들며, 보폭을 넓혀 빠르게 걷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해야만 전신 운동이 되어 운동 효과가 높아지고, 발바닥 전체로 지면을 밟게 되어 하체 근육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른 걸음은 상체 운동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천천히 걸을 때보다 운동효과가 훨씬 높아진다.
습관을 바꾸는 ‘21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이는 생물학적으로 생각이나 말 또는 행동과 같은 습관이 뇌에 각인되기 위해서는 성인의 경우 21일(3주)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의식적으로 이를 닦고 세수를 하는 것처럼 ‘530 걷기’ 습관을 길들이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즐겨보자.
글=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서울대 생물교육학과, 서울대 대학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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