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생태 과학 칼럼 모음

[생명과학] 일본의 노벨생리의학상 연속 수상을 보며 (2021.09.01)

푸레택 2021. 9. 1. 17:02

■ 일본의 노벨생리의학상 연속 수상을 보며 / 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올해로 116회를 맞이하고 있는 세계 최고 권위의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노벨위원회가 지난 3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4일 물리학상, 5일 화학상, 7일 평화상, 10일 경제학상 그리고 13일에는 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이번 노벨상에서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가수 밥 딜런(Bob Dylan)의 수상 경력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과학 분야에서 일본이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도 눈여겨 볼 사안이다.

일본은 올해의 수상자를 포함해 과학 분야에서 22명(물리학상 11명,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4명)의 수상자를 배출했고, 문학상 2명과 평화상 1명을 합치면 노벨상 수상자는 총 25명이다. 일본의 과학상 수상자 수는 국가별 순위에서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5위에 자리하고 있다. 201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수상한 평화상이 유일한 우리나라와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비교에서 전체 수상자의 비는 1:25이고, 과학상 수상자는 0:22로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본 칼럼에서는 일본의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의 업적과 수상 배경과 함께 ‘노벨상에 도전한다!’는 표어까지 내걸고 노벨상 수상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아직도 수상 전망이 흐릿하기만 한 우리나라 과학계의 현주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에서 노벨과학상을 처음으로 수상한 사람은 1949년 물리학상을 수상한 유카와 히데키(湯川 秀樹) 박사이다. 그리고 최초의 생리의학상 수상은 유카와의 수상 후 38년이나 지난 1987년에 도네가와 스스무(利根川 進; 48세에 수상) 교수에 의해 이루어졌다. 도네가와가 이룬 업적은 우리 몸에 침입하는 다양한 미생물이나 이물질(항원)들에 대해 면역세포에서 이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항체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밝힌 것이었다.

두 번째 수상자는 첫 수상으로부터 25년이 지난 2012년에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山中 伸弥; 50세에 수상) 교수이다. 야마나카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의 개발과 그 응용 과정을 밝힌 공로로, 이 분야에서 선구적 업적을 쌓아온 영국의 생물학자 존 거던(J. Gurdon)과 공동으로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세 번째 수상자는 2015년에 수상한 오무라 사토시(大村 智; 80세에 수상) 박사이다. 오무라 박사는 1970년대 후반에 머크연구소의 윌리엄 캠벨(W. C. Campbell)과 기생충 치료제인 이버멕틴(Ivermectin)을 개발한 공로로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는데, 당시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한 중국의 투유유(屠 呦呦, Tu Youyou) 여사도 공동 수상자였다.

올해 네 번째로 생리의학상을 받은 사람은 도쿄공업대의 오스미 요시노리(大隅 良典; 71세에 수상) 명예교수이다. 요시노리 교수는 1988년에 자가포식(自家捕食, autophagy)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했으며, 그 연구 결과가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이나 암과 당뇨병 등의 난치병 치료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인정되어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렇게 이웃 일본에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22명이나 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노벨 과학상에 접근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은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부족과 단기적인 성과나 실용화 실적 위주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돼 왔다. 그리고 연구 지원의 문제와 함께 지적되고 있는 것은 교육 현장이다. 세계 어느 다른 나라들보다 총명한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난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정답’만을 찾아 문제를 푸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이런 학생들이 기초과학 분야에 뛰어들어 새로운 분야 개척을 위해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10월이 되면 노벨상 수상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과학 현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곧 자성의 목소리의 강도가 약해지며 바로 원점으로 돌아가 버리는 냄비 근성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기초과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연구의 핵심인 질(質)보다 결과물인 양(量) 중심의 단기적 성과 위주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교육 현장이 기초과학에 대한 비전과 꿈을 심어주는 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 그리고 남다른 생각으로 발상을 전환하는 교육 풍토가 조성되어, 우리가 도전(?)하고 있는 노벨 과학상 수상이 꿈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는 날이 기다려진다.  
 
글=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서울대 생물교육학과, 서울대 대학원 박사

/ 2021.09.01 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