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태계와 인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는 현대 과학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미래의 지구가 희망에 찬 삶의 터전이 될 것이라고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지구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야기되고 있는 자연환경의 파괴,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 증폭,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부족 문제 등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려지고 있다. 자연환경 파괴나 오염 증대는 인간이 자연의 법칙을 무시하고 생태계의 질서를 깨뜨리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인간은 생태계(生態系)의 일원이기 때문에 자연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인간이 자연 환경에 끼친 영향은 직접적이고 즉시적이건, 간접적이고 만성적이건 간에 인간에게 다시 돌아오게 되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인간이 환경에 끼친 영향으로 발생되고 있는 주요 문제들을 생태계 내에서의 인간의 활동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자연계는 생물이 일정한 지위를 가지고 주변 환경이나 다른 생물들과 상호작용하면서 균형과 질서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생활 터전이다. 이러한 자연 체계가 생태계(Ecosystem)이며, 생태계 내에서는 ‘먹이사슬(Food chain)’과 ‘먹이그물(Food web)’에 의해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이 이루어진다.
생물이 이용하는 에너지의 근원은 태양이다. 녹색식물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무기물인 물(H2O)과 이산화탄소(CO2)로부터 유기물을 합성해 에너지를 축적한다. 그래서 먹이사슬의 최초 고리인 식물은 생산자(Producer)이고, 식물을 먹고 사는 초식동물은 1차 소비자(Primary consumer), 초식동물을 잡아먹고 사는 육식동물은 2차 소비자(Secondary consumer), 그리고 육식동물을 잡아먹고 사는 동물은 3차 소비자가 된다. 생태계에서 죽은 동․식물이나 유기물을 분해하며 자연계의 청소부 역할을 하는 생물은 분해자(Decomposer)라고 부르는데, 분해자가 없다면 지구는 바로 동물과 식물의 시체로 메워질 수 있다. 대형분해자로는 지렁이, 노래기, 곤충의 애벌레 등이 있으며, 곰팡이나 세균 등의 미생물들은 소형분해자에 속한다.
식물의 광합성에 의해 축적된 에너지는 먹이사슬을 통해 생태계 내에 생존하고 있는 생물계의 구석구석까지 흘러들어가게 되는데, 이러한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에서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사안이 있다. 그것은 먹이사슬에서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약 90%의 에너지가 활동이나 호흡 등에 의해 소비되고, 상위로 전달되는 에너지는 1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축에게 1000㎉의 열량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10000㎉의 식물사료가 필요한 것이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인간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 것일까. 인간은 잡식성이기 때문에 음식물로 쌀, 배추, 콩 등과 같은 식물만 아니라 돼지고기, 소고기와 같은 육류 그리고 꽁치나 고등어와 같은 물고기도 섭취한다. 밥을 먹을 때 인간은 1차 소비자이지만 쇠고기를 먹을 때는 2차 소비자가 되고, 먹이사슬의 상위에 있는 바다고기를 먹을 경우 4차 소비자나 5차 소비자가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인간은 먹이사슬에서 가장 상위에 위치하기 때문에 어느 다른 생물들보다 환경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 인간의 영향으로 지구의 환경이 심하게 오염되며 파괴되어가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인간이 생활의 편익을 추구하고자 이용하는 과학기술 활용, 생활에서 배출되는 쓰레기 등에서 연유되고 있다. 인간은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자연자원을 마구 남용해 오고 있는데, 특히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른 생활용수나 공업용수의 과도한 배출이나 자동차의 배기가스 등은 대기와 수질 오염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기승을 부리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도 바로 인간이 자연 환경에 끼친 영향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이 추구해온 삶의 편리함 때문에 생겨난 생태계 파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우선 우리 주변에 나무를 많이 심을 필요가 있다. 대도시에 녹지를 조성하고 나무를 많이 심어 공원을 만든다면 대기오염이 많이 감소될 수 있다. 왜냐하면 식물이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이용하며 신선한 산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해 주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응용에 대한 규제 강화도 필요하다. 인류는 만물의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 분야인 과학에 의해 개발된 기술이 생활에 편익을 주면 무조건 실용화부터 시행해 왔다. 앞으로는 과학적 발견과 발명의 실용화 전에 그 기술이 생태계나 사회에 유발시킬 수 있는 제반 문제에 대한 사전 검토가 우선돼야만 한다.
생태계의 보전을 위해서는 환경교육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인간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지금까지의 역사적 사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자신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문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해 왔다.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에서처럼 지금이 바로 환경정화와 자원보존을 위한 환경교육 제도를 마련해 철저하게 시행해나가야 할 때이다.
글=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서울대 생물교육학과, 서울대 대학원 박사)
/ 2021.08.25 편집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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