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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문 칼럼] '꽃을 보며 가꾸며' 구자문 교수 (2021.08.24)

푸레택 2021. 8. 24. 13:05

 

 

■ 꽃을 보며 가꾸며 / 구자문 한동대 교수

우리집 발코니에 심어 놓은 한그루 무궁화가 2년 만에 꽃이 피고 있다. 몇 년전 수목원을 운영하는 대학선배에게서 얻은 것인데, 아주 흰색이다. 필때마다 사진을 찍어 놓는데, 어제는 밤에 찍어보니 흰색 눈부심이 도드라지며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이를 아는 분들에게 카톡으로 보냈더니 모두들 아름답다고 감탄사를 쏟아낸다. 우리나라 무궁화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음과 발코니 정원에서도 이 꽃을 피워 낼 수 있음이 기쁘다. 그 선배님은 수목원에 갖가지 무궁화를 가꾸고 계신데, 하나 얻어온 것이 잘 자라고 꽃이 피니, 언제 보여드리며 자랑이라도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다.

내 주위에는 꽃을 좋아하고 키우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요즈음 자주 가는 동향 후배 부부가 아들과 함께 운영하는 ‘카페 문’에는 건물 밖에는 이들이 가꾸는 수십 개 크고 작은 화분들이 놓여져 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주인은 물론 방문객들도 가끔 물을 주며 돌보는 것 같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장미와 백합이 무더기로 장식되어 있다. 생화라서 가격도 비쌀 것인데, 이 건물주인이 꼭대기 층에 살기도 하지만, 꽃을 좋아하고 꺾꽂이를 좋아해서 끊임없이 복도와 계단을 장식하는 것이다. 커피숍주인과 건물주인은 물론 다른 분들인데, 두 여성분이 친하기도 하지만 모두 꽃을 좋아하는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캠퍼스에도 많은 꽃들이 피어 있다. 지금 한여름에는 교문 입구에 무궁화동산이라 이름 붙은 지역이 있어 수십그루의 무궁화, 대부분 옅은 분홍빛 무궁화꽃이 수백개 피어 있는데,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한여름을 장식하고 있다. 이 무궁화는 우리 한국의 국화이기도 하지만 하루 만에 피고 지더라도 깨끗하게 말라 사라지며, 그 옆에는 똑 같은 모양의 꽃들이 끊임없이 피어나는 것이다. 이를 정결함과 끈질김 등 우리 한국인의 민족성과 닮았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지금 캠퍼스안으로 들어오면 아름답게 피어있는 것이 능소화다. 이는 오래전부터 양반집 담장에 피어나던 꽃으로 금동화로 불리기도 했었다. 지금은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든 자주 볼 수 있는 꽃인데, 그 꽃잎을 먹을 수도 있다고 한다. 어릴 때 진달래꽃을 많이 따먹었는데, 이 꽃도 그러고 싶지만 귀하고 아름다워서 감상만 하고 싶다. 이를 집에서도 기르고 싶어 줄기를 좀 잘라서 꺾꽂이를 해 놓았는데 한두개라도 살아나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봄부터 여름이 되기까지 교정 한두 곳을 장식하는 것이 해당화다. 원래 동해안 모래언덕에 해당화 군락지가 많았다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이곳에 누군가 한두뿌리 옮겨심은 것이 크게 자라나 있는 것이다. 해당화는 ‘해당화가 곱게 핀~’으로 시작하는 동요로도 잘 알려졌지만, 장미와 비슷하면서도 꽃 색깔이 연분홍으로 연하고 향기가 짙다. 꽃이 진 후 진홍색의 커다란 씨앗이 열매처럼 열리는데, 이를 약으로 쓴다고 한다. 이 열매도 몇 개 발코니정원에 심어 놓았다. 언젠가 싹트기를 기다리면서...

또 찾아보자면 이팝나무가 있다. 이는 심은지 몇 년 않된 것으로 새로 조성된 캠퍼스 인근에 심어져 있는데, 몇 년 지나면 이도 흰 꽃으로 캠퍼스를 장식할 것이다. 이 이팝나무는 특히 포항지역에 많이 자라는 나무로서 봄부터 여름에 이르는 긴 기간 흰꽃을 피워낸다. 하얀 쌀 같다 해서 이팝나무로 불리는데, 요즈음은 서울근교 광명시 등에 가보면 가로수로 크게 자라나 흰눈 덮인 듯 흰 쌀가루가 덮인 듯 하얀 꽃들을 무더기로 피워내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커다란 흰꽃들이 지고 없지만 봄철 장관을 이루던 것이 목련이다. 교정 본관 앞 큰 목련나무는 벚꽃이 지고 다른 꽃들이 피기 전에 활짝 개화하는 흰꽃이다. 목련은 흰꽃만이 아니라 자줏빛도 있다지만 우리 캠퍼스에는 흰꽃이 있고 많은 학생들이 사진도 찍고 ‘목련꽃 그늘 아래서~’로 시작되는 가곡도 읊조릴 것 같다.

역시 지금은 피어있지 않지만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에 이르는 기간 캠퍼스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은 벚꽃이다. 1996년 초봄에 줄지어 식목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필자의 이름표가 붙은 나무도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자라 났고 봄 한달 동안 눈꽃을 이루며 캠퍼스를 화사하게 꾸며 준다. 우리 캠퍼스만이 아니라 이웃학교 캠퍼스에도, 경주 보문단지를 비롯한 시가지에도, 그리고 서울 여의도에도 벚꽃이 많이 피고 사람들이 이를 즐기고 있다. 이 벚꽃이 일본의 국화라고 꺼리는 분들도 있기는 하지만, 원래 이 벚나무들이 우리나라가 원산지이며 제주도의 왕벚나무가 원조라는 것이 밝혀진 이후 이 벚꽃에 대한 반감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꽃들도 각각 생명을 지녔고, 역시 먹이사슬의 한축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지만, 우리 인간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꽃은 시각적으로나 후각적으로나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며 기쁘게 한다. 꽃을 보면 그날 하루가 즐겁다. 때로는 시인도 되고 되고 싶고 화가도 되고 싶어진다. 그 꽃들을 키워가면서 생명체의 오묘함을 느껴가며 우리는 철학자가 되고 성숙한 인간이 되어 가는 것이리라.

글=구자문 한동대 교수

[출처] 대경일보 2021.08.17

/ 2021.08.24(화) 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