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 길 / 목필균
내가 갈 길
이리 멀 줄 몰랐네
길마다 매복된 아픔이 있어
옹이진 상처로도 가야할 길
가는 길이 어떨지는 물을 수도 없고,
답하지도 않는 녹록지 않는 세상살이
누구나 아득히 먼 길 가네
낯설게 만나는 풍경들
큰 길 벗어나
오솔길도 걷고
물길이 있어 다리 건너고
먼 길 가네
누구라도 먼 길 가네
때로는 낯설게 만나서
때로는 잡았던 손 놓고
눈물 흘리네
그리워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미소 짓기도 하며
그렇게 간다네
누구라도 먼 길 가네
돌아설 수 없는 길 가네
■ 편지2 - 이중섭 화가께 / 신달자
가슴에는 천도복숭아
엉덩이에는 사과가 익어 가는
내 아이는
지금 향내로 가득합니다
곧 연둣빛 싹도 살며시 돋고
계집아이 수줍음도 돋아나겠지만
내 아이는
더 자라지 않고
벌거벗은 채로 뛰어노는
당신의 아이들 속에
벌거벗은 채로
봄을 가지고 화평을 가지고
영원을 가지고 놀게 하고 싶습니다
찢어진 은지 속에서도
아름다운 세상 만들며
순연한 부드러움
맑은 영혼 영혼으로ㅡ
ㅡ 시집 《새를 보면서》(1988) 수록
/ 2021.08.09 편집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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