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소설읽기] '아네모네의 마담' 주요섭 (2021.06.30)

푸레택 2021. 6. 30. 19:46

☆ 오늘은 한국소설문학대계(22) 《물레방아, 사랑 손님과 어머니, 백치 아다다》에 실려있는 주요섭의 단편소설『아네모네의 마담』을 읽었다.

■ 아네모네의 마담 / 주요섭

1

티룸 아네모네에 마담으로 있는 영숙이가 귀걸이를 두 귀에 끼고 카운터 뒤에 나타난 날, 아네모네 단골 손님들은 영숙이가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한들한들 춤을 추는 그 자줏빛 귀걸이의 아름다움을 탄복하였다. 아니 그보다도 그 귀걸이가 가져온 영숙이 자신의 아름다움에 황홀하였다.
아, 고것이 귀걸이를 달구 나서니 아주 사람을 죽이네그랴.
하고 한편 구석에서 차를 마시다 말고 수군거리는 사람도 있고,
어, 마담이 아주 귀걸이를 한층 더 꿰서 귀부인이 됐는걸, 허허허.
하고 크게 웃는 사람도 있고 양주 두어 잔에 얼굴이 붉어진 신사 한 분은 돈을 치르러 와 가지고,
그 귀걸이 참 곱다.
하면서 귀걸이를 만지는 체하며 영숙의 매끈한 뺨을 슬쩍 만지는 것이었다.
오늘 영숙이의 가슴은 사탕 도둑질해 먹다가 들킨 어린아이 가슴처럼 죄이고 불안스러웠다. 그는 몇 번이나 변소로 들어가서 콤팩트를 꺼내 그 똥그란 면경에 비치는 얼굴, 아니 그 귀걸이를 보고 또 보았다. 카운터 뒤에 나서 있는 때에도 크게나 작게나 손님들이 귀걸이에 대해서 무슨 말이고 하는 것이 들릴 때마다 그는 그 한들한들하는 귀걸이를 손으로 어루만지었다. 그리고 거리로 통한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그의 얼굴은 금시로 홍당무같이 빨개지고 두 손끝이 바르르 떠는 것이었다.
문이 열릴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는 기다리는 것이었다. 마치 자기 일생에 가장 큰 운명을 지배할 사건이 그 문을 열고 들어설 때를 기다리는 것처럼 조바심이 되는 것이었다.
문이 열릴 때마다 무슨 무서운 것이나 얘기하는 사람처럼 힐끗 그쪽을 바라다보는 것이었다. 바로도 못 바라보고 힐끗 곁눈으로 도둑질해 보는 것이었다.
문이 방식이 열렸다. 시꺼먼 사각모가 먼저 나타났다. 이어서 사각모 아래로 어떤 창백한 얼굴이 보였다. 문을 조심스레 미는 손이 보였다. 전문학교 학생의 제복이 보였다. 그 순간 영숙은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는 도망을 가듯이 고개를 숙이고 카운터 뒤로 뚫린 판장문 밖으로 나갔다. 귀걸이가 판장문에 부딪치어서 옥을 굴리는 듯한 쨍그렁 소리가 났다. 물론 그 소리는 영숙이 혼자서만 들을 수 있었다.
그 뒤는 바로 부엌이었다. 영숙이는 차 끓이는 화덕 앞을 지나 변소로 또 들어갔다. 변소 문을 안으로 잠그고 그는 잠시 두 손을 가슴에 대고 오도카니 서 있었다.
어떡할까?
하고 그는 스스로 물었다. 그는 콤팩트를 꺼내서 그 조그만 면경에 비친 콧잔등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무의식하게 분가루를 콧잔등에 두세 번 찰싹찰싹 두드리었다. 그러나 그가 콤팩트 면경을 꺼낸 목적은 거기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살짝 고개를 돌려 똥그란 면경 앞에 나타나는 귀걸이를 보았다. 귀걸이가 한들한들 떨리었다.
고만 빼고 말까?
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그 순간, 그러나 그는 결심한 듯이 콤팩트를 핸드백 속에 홱 집어넣고 살그머니 카운터 뒤로 기어 나왔다. 그는 고요히 찻집 앞을 휙 둘러보았다. 역시 저어편 그 구석자리에 그 학생은 와 앉아 있는 것이었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그 학생은 지금 영숙이를 정면으로 바라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 언제나 무엇을 열망한 듯한, 열정에 타고 넘치는 듯한 그 눈 모습으로!
영숙이는 얼굴이 화끈 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러자 귀밑에 달린 귀걸이가 찰싹찰싹 뺨을 스치는 것도 인식하였다. 귀걸이가 차기도 차다 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축음기 소리판에서는 뚜뚜르두두, 뚜뚜르두두 하고 박자 잰 재즈가 숨이 찰 듯이 쏟아져 나왔다. 영숙이는 빨개진 자기 얼굴을 어둠 속에 감추고 서서 소리판을 한 장씩 한 장씩 골라내고 있었다. 여러 장을 젖히고 나서 영숙이는 소리판 한 장을 들고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이 소리판 한 장! 영숙이에게 이상스러운 인연을 가져다 준 소리판 한 장이었다.

2

그것은 아마 약 한 달 전 일이었다. 하아얀 저고리를 입은 보이가 한 벌 접은 하아얀 종이를 영숙에게 전해주던 것이! 그리고 보이는 고갯짓으로 저어편 한구석에 혼자 앉아 있는 어떤 제복 입은 학생을 가리키었다. 그 학생을 바라다본 영숙이의 첫 인상이이었다. 그 창백한 얼굴에서 반사되는 두 개의 시선, 그것이 영숙이를 이상스런 감정으로 인도하는 것이었다. 그 두 눈은 뚫어질 듯이 영숙이를 응시하는 것이었다. 그 눈 모습은 마치 몹시 사랑하는 애인을 건너다보는 순결하고도 열정에 찬 그러한 눈이었다.
영숙이는 얼른 그 시선을 피하면서 종이를 펴 들었다. 그때 영숙이 가슴속에서는 무엇이 털썩 소리를 내고 떨어지는 듯 싶었다. 그러나,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한 장 틀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직 이것이었다. 영숙이는 다시 그 학생을 건너다 보았다. 역시 열정에 찬 두 눈이 영숙이를 집어삼킬 듯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영숙이는 그 소리판을 찾아서 축음기 위에 걸어 놓았다.
심포니의 조화된 멜로디가 담배 연기로 자욱한 방안 구석구석에 울릴 때 그 학생은 잠시 빙그레 웃었다. 그 웃음은 얼굴이 창백한 탓이었던지 어째 몹시 구슬픈 고적한 미소였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그 학생은 눈을 스르르 감았다.
영숙이에게는 이 학생의 얼굴은 어디서 한 두 번 보았던 듯한 낯익은 얼굴이었다. 어디서 보기는 분명 보았는데 언제 어디서인지를 꼭 집어낼 수 없는 그러한 어슴푸레한 기억이었다. 아마도 그 학생이 찻집에를 더러 왔을 테니까 아마 이전에 무심히 몇 번 보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 학생의 얼굴이 그렇게 창백하고 그 두 눈이 그렇게 열정과 애수에 차 있는 것은 이날 밤 비로소 처음 보는 듯 싶었다.
영숙이는 가끔 곁눈으로 이 학생을 보았으나 그 학생의 마음은 심포니의 음악을 타고 허공으로 떠돌아다님인지 그는 눈을 감은 채 죽은 듯이 앉아 있었다. 소리판 한 면이 다 끝나고 스르르 턱 하고 멈추자 그 학생은 눈을 번쩍 떴다. 영숙이는 얼른 외면을 하고 축음기 바늘을 바꾸어 끼웠다.
그날 저녁 이후에 서너 번이나 영숙이는 보이를 통하여 그 창백한 얼굴의 소유자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오직 이 문구 하나뿐이었다.
그 학생은 매일 왔다. 매일 저녁 아홉 시쯤 되면 와서는 꼭 한구석에 마치 자기가 정해 논 자리라는 듯이 그 자리에 가 앉아서 홍차 한 잔 마시고는 두 시간 가량 앉아서는 정해 놓고 영숙이를 바라다보는 것이었다. 세상에 다른 아무 존재도 없이, 오직 영숙이만 있다는 듯이 그 두 눈은 영숙이를 바라다보는 것이었다. 애정과 욕망과 정열에 가득 찬 눈이었다. 그런데 영숙이는 첫날부터 이 시선이 반가운 것을 감각한 것이다. 어떤 때는 너무도 선이 변치 않고 한 곳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어째 남의 주의를 사게 되지 않을까 하여 염려되는 때도 있었으나 그가 용기를 내어 그 학생 쪽으로 돌릴 때 잠시라도 그 학생의 시선이 딴 데로 옮겨진 것을 발견할 때는 어째 서운한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어떤 날 밤에는 한 번 그 학생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영숙이는 자진하여서  미완성 교향악 을 축음기에 걸어 놓았다. 역시 그 구석에 혼자 앉았던 그 학생은 이 낯익은 음악이 들려 오자 잠시 빙그레 웃었다. 역시 그 어딘가 구슬픈 빛이 감추어 있는 그런 웃음이었다. 영숙이는 얼굴뿐 아니라 제 전신이 빨갛게 물드는 것 같은 느낌을 얻었다. 혹 실없는 사내들이 가끔 농담을 걸기도 하고, 돈 치르는 체하고 슬쩍 손목을 잡아 보기도 할 때에도 얼굴을 붉히지 않을 이 만큼 벌써 마담 생활에 익숙해진 영숙이었다. 그러나 이 말없는 시선 앞에서는 어쩐 일인지 전신이 수줍음으로 휩싸이는 것 같은 느낌을 억제할 수 없는 것이었다.
가끔 이 학생은 다른 학생 하나와 둘이서 올 때도 있었다. 둘이 와서도 그들은 남들처럼 이야기를 하지도 않고 둘이 다 벙어리 모양으로 우두커니 앉아서 한 학생은 담배를 피우며 천장이나 바라다보고 있고 이 학생은 역시 영숙이만 바라다보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미완성 교향악 이 나오면 그는 역시 잠시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이 빙그레 웃는 모양을 보면 영숙이는 몹시 기쁘기도 하고 몹시 슬프기도 한 야릇한 감정을 맛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빙그레 웃는 구슬픈 미소를 보기 위하여 어떤 날 밤에는 영숙이는 미완성 교향곡을 세 번 네 번씩 걸어 놓기도 하였다.
그 학생은 그렇게도 영숙이를 열정에 찬 눈으로 바라다보면서도 한 번도 다른 사람들처럼 영숙이와 수작을 건네 보는 일이 없었다. 아니 카운터에도 가까이 오는 일이 일체 없었다. 찻값도 반드시 보이에게 물고 가고 한 번도 친히 카운터에 와서 내는 법이 없었다.
영숙이는 그 학생의 이름도 기실 모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그 학생과 평범한 이야기라도 한 마디 주고받았으면 하는 욕망이 걷잡을 새 없이 끓어오르는 때가 가끔 있었다.
왜 사내가 저렇게 용기가 없을까!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악 만 자꾸 써 보내지 말구. 내일 오후 두 시에 아무 데서 좀 만날 수 없을까요?
이렇게 왜 좀 못 써 보낸담?
하고 혼자 야속스럽게 생각한 때도 가끔 있었다. 사실 영숙이는 여러 사나이에게서 좀 만나자는 둥, 사랑의 여신이라는 둥, 나의 천사라는 둥 하는 문구를 늘어놓은 편지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그 사나이들과 조용히 만나 본 일은 없었다. 그런데도 만일 이 이름도 모르는 학생이 그런 편지를 한 번만 보내 준다면 그는 곧 춤이라도 출 듯 싶었다.

요새 와서는 무슨 일인지 이 학생은 미완성 교향악 이 나오기만 하면 곧 상 위에 두팔을 올려 놓고 그 속에 머리를 파묻고 죽은 듯이 엎디어 있는 것을 가끔 본일이 있었다. 어쩐 일인지 영숙이에게는 이 학생이 그처럼 엎디어서는 소리 없이 울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었다. 소위 제 육감이라고 할까. 하여튼 그 학생은 남에게 말 못하는 무슨 고민과 슬픔을 품고 있는 것이라고만 영숙이에게는 생각되었다. 그리고 그 고민의 원인이 영숙이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되어서 퍽이나 송구스럽고 번민되는 것이었다.
왜 나한테 모든 것을 털어 놓고 이야길 못할꼬?
하고 영숙이는 가끔 초조하고 원망스런 눈으로 그 학생을 바라다보곤 하는 것이었다.
영숙이는 자기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자연히 몸맵시에 대하여 더 한층 주의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떻게 했으면 이 학생과 잠시라도 이야기를 해볼 도리가 없을까 하고 궁리궁리하던 끝에 마침내 이 귀걸이를 사서 갈고 나선 것이었다. 귀걸이를 끼고 나서면 조선서는 흔치 않은 일이라 필연코 그 학생도 귀걸이가 곱다라든가, 얼굴과 어울린다라든가 하는 무슨 말이고 건네어 보게 될 것을 바랐던 것이다.

3

영숙이는 지금 자기가 골라 든 미완성 교향악 소리판을 들고 방금 뱅글뱅글 돌고 있는 재즈가 끝나기를 기다리었다. 그 학생은 웬일인지 오늘 밤에는 벌써부터 상 위에 올려 놓은 두 팔 속에 머리를 파묻고 엎디어 있는 것이었다. 그와 함께 온 다른 학생은 담배를 피워 물고 앉아서 옆에 엎디린 친구를 무슨 불쌍한 동물이나 바라보듯이 딱한 표정으로 바라다보는 것이었다.
자기 자신이 용기가 없으면 저 학생을 통해서라도 내게 말 한 마디 해주면 될 것을!
하고 영숙이는 그 학생의 행동이 안타깝게 생각되었다.
그때 온 방안 공기를 쩌렁쩌렁 울리던 재즈 소리가 뚝 끊기고 스르르 스르르 턱 하더니 축음기가 멈추었다. 영숙이는 바늘을 갈아 끼우고 재즈 판을 들어내 놓고 미완성 교향곡을 걸었다. 그 학생이 인제 자기를 바라다보며 빙그레 웃을 그 창백한 얼굴을 연상하면서 영숙이는 판을 돌리고 그 위에 바늘을 얹어 놓았다.
곱고 조화된 음률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영숙이는 고개를 돌려 그 학생을 바라다보았다. 귀걸이가 찰싹찰싹 그 뺨을 스치었다―귀걸이가 매끄럽기도 매끄럽다ㅡ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웬일일까? 그 학생은 빙그레 웃어 보이기는 커녕 두 팔 새에 파묻은 얼굴을 들지도 않는 것이었다. 영숙이는 이해할 수 없어서 멀거니 그 학생 쪽을 바라다보고 서 있었다.
잠시 동안의 시간이 흘렀다. 심포니의 음률은 방안 구석구석을 신비경으로 변화시키는 것처럼 우아하고 신비스러웠다.
그러자!
그것은 마치 일종의 벼락처럼 밖에 더 생각되지 않았다. 영숙이는 그때 그 순간에 돌발한 괴이한 사건을 순서적으로 기억할 수는 없었다.
그때 그래 무슨 일이 생겼어?
하고 누가 물으면 영숙이는 도무지 그 갈피를 찾아서 이야기할 수가 없을 것이다. 도무지 예기치 못했던 돌발사건이 생기는 때 사람의 신경은 놀라고 떨리어서 그 사건 진행의 참된 모양을 순서적으로 기억할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하여튼 영숙이가 맨 처음 본 바는 창백한 얼굴이었다. 상위에서 번개처럼 획 올라오는 창백한 얼굴이었다. 그리고는 그는 무슨 고함소리를 들은 것처럼 기억되었다. 마치, 고막을 찢을 듯한 강렬한 무슨 외침이었다. 그 고함소리가 무엇이라고 말했는지는 조금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소리가 그 학생의 입에서 뛰쳐나왔다는 것만이 기억이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영숙이는 카운터 앞에 우뚝 선 그 학생을 보았다. 성낸 호랑이처럼 씩씩거리는 그 숨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그러자 무엇이 와지끈하고 깨지었다. 음악소리는 뚝 끊기고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리었다. 영숙이는 귀걸이가 찰싹찰싹 뺨에 와서 스치는 것도 감각하지 못할 만큼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그 뒤에는 한참 동안 혼란이 있었다.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창백한 얼굴의 소유자와 함께 왔던 학생이 무엇이라고 온 방안을 향하여 몇 마디 소리를 지르고, 그러고는 영숙이 보고도 무엇이라고 한 두마디 했지마는 영숙이는 그 말을 꺠달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영숙이는 한 학생에게 끌리어 문밖으로 나가는 창백한 얼굴을 보았다.
한참 동안 와글와글 온 방안이 끓었다. 영숙이는 넋을 잃은 사람처럼 교의 위에 한참을 주저앉아 있었다. 축음기에서 다시 음악소리가 울려 나오는 것을 듣고야 비로소 영숙이는 정신을 수습하였다. 카운터 위에는 보이가 주워서 올려놓은 깨어진 소리판이 여러 조각 놓여 있었다. 깨진 소리판은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이었다.

(중략)

5


이튿날 밤.
찻집 아네모네에서는 언제나 그러한 것처럼 재즈 소리가 흘러나왔다. 방안 공기는 어느새 담배 연기로 안개 낀 것처럼 자욱해 있었다.
아, 그런데 이 마담이 웬 변덕이 그렇게 많단 말이야? 응, 어저께 귀걸이를 새로 낀 것이 썩 어울린다구 야단들이기 한 번 볼려구 일부러 왔는데, 그 귀걸인 어쨌소 그래?
하고 어떤 사나이가 말했다.
영숙이는 아무 대답도 없이 빙그레 웃어 보일 따름이었다. 그 웃음은 어딘가 구슬프고 고적한 기분을 띤 웃음이었다. ㅡ 《사랑 손님과 어머니》, 수선사, 1948

[출처] 한국소설문학대계(22) 《물레방아, 사랑 손님과 어머니, 백치 아다다》 (동아출판사, 1995)


https://youtu.be/bAq6TmyB-34

https://youtu.be/uWnKMzAedK4

https://blog.daum.net/mulpure/15856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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