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인생] 가곡 가요 동요 찬송가

[세월따라 노래따라] 어느 가난한 젊은 부부의 슬픈 사랑 이야기.. 은방울 자매의 '마포 종점' (2021.05.28)

푸레택 2021. 5. 28. 20:37

■ 어느 가난한 젊은 부부의 슬픈 사랑 이야기 ㅡ 은방울 자배의 '마포종점' / 김장실 (前 國會議員)

1960년대 마포는 강가에 갈대숲이 우거지고 비행장(飛行場)이 있는 여의도로 나룻배가 건너다니며, 새우젓을 파는 등 시골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가난한 서민(庶民)들이 많이 살았던 이곳은 청량리를 오고 가는 전차(電車)의 종점(終點)이 있었으나, 1968년 없어졌다.

겨울밤이나 비가 내리는 저녁이면 늦게 전차(電車)를 타고 오는 남편과 자식 등 가족(家族)들을 마중나온 여인(女人)들이 종점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마포종점>을 작사할 당시 작사가 정두수는 연속으로 히트곡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活動)을 하고 있던 박춘석 작곡가와 밤을 새워가며 작품(作品)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밤샘 작업 후 마포종점 인근에 있는 영화(映畵) 녹음실의 성우, 배우, 스태프 등이 새벽마다 모여드는 유명한 설렁탕집에서 식사(食事)를 하곤했다.

어느 날 그 집에서 식사(食事)를 하는데 설렁탕집 주인(主人)으로부터 어느 가난한 젊은 연인(戀人)의 비극적(悲劇的) 얘기를 들었다.

어떤 젊은 부부(夫婦)가 방세가 싼 마포종점 부근의 허름한 집에 사글세로 살고 있었다. 대학강사(大學講師)로 재직(在職)하고 있는 남편과 살고 있는 여인(女人)은 가난한 살림에도 악착같이 남편을 뒷바라지 하였다.

겨울이면 따뜻한 아랫목 이불에 밥을 묻어두고 남편을 기다리던 그녀는 남편이 일찍 귀가하면 마포종점에서 손을 잡고 인근 당인리로 이어지는 긴 둑길을 걸으며 얘기를 나누면서 사랑을 키워갔다.

그러다가 더 큰 도약을 위해 남편은 미국유학(美國留學)을 갔는데 너무 과로(過勞)하여 뇌졸중으로 쓰러져 졸지에 사망(死亡)하였다고 한다.

그런 비극적(悲劇的) 소식을 접한 女人은 밀려오는 충격을 견딜 수 없어 마침내 실성을 하게 되었다.

정신착란 상태인 그녀는 이미 돌아간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궂은 비 내리는 마포종점을 배회했는데, 결국 종적을 감추어서 이제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1966년 여름에 이런 비극적(悲劇的) 사랑 얘기를 설렁탕집 주인으로부터 듣고 작사가(作詞家) 정두수 선생(先生)은 밤잠을 설치면서 가난 속에서도 서로 사랑하며 성실(誠實)하게 살았으나 불행(不幸)한 결말에 이른 젊은 부부의 서러운 삶을 그리는 작사를 하였고, 박춘석 작곡가(作曲家)는 이런 비극적 요소(悲劇的 要素)가 담긴 가요시의 뜻을 살린 애절한 곡을 만들어 깨끗하고 독특한 화음(和音)을 구사하는 은방울 자매의 입사 기념으로 1968년 지구레코드에서 발매(發賣)하였는데, 크게 히트하였다.

현재(現在) 마포어린이공원(公園)에는 이 노래를 기념(記念)하여 노래비가 서 있다.

<마포종점>

밤 깊은 마포 종점 갈 곳 없는 밤 전차
비에 젖어 너도 섰고 갈 곳 없는 나도 섰다
강 건너 영등포에 불빛만 아련한데
돌아오지 않는 사람 기다린들 무엇하나
첫 사랑 떠나간 종점 마포는 서글퍼라

저 멀리 당인리에 발전소도 잠든 밤
하나 둘씩 불을 끄고 깊어가는 마포종점
여의도 비행장엔 불빛만 쓸쓸한데
돌아오지 않는 사람 생각한들 무엇하나
궂은 비 내리는 종점 마포는 서글퍼라

[출처] 받은 글 옮김

■ 마포종점 / 사윤수

그곳이 어디쯤인지 짐작되지만 나는 그곳에 가 본적이 없다 남자가 내게 물었다 좋아하는 노래가 뭐냐고, 마포종점이라고 했다 내게 마포종점의 계절은 겨울이었다 오래 전 가요무대에 그 노래가 나왔을 때 화면엔 일기예보 자막이 스멀스멀 지나가고 있었다 고드름처럼 두꺼운 영하의 온도 숫자와 폭설주의보가 계속 반복되었다 아픈 시 같았다 어디선가 마포가 새하얗게 절규하며 얼어붙는 밤이었을 것이다

남자가 내게 물었다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고, 마포종점을 부른 은방울자매라고 대답했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그는 곧바로 떠나갔다 출발도 하지 않았는데 나는 종점에 서서 갈길 없는 밤 전차가 되었다 몇 년 전 자매 중에 한사람이 세상과 이별했다 부처 같은 나의 큰 이모를 닮은 그녀, 포구의 강물이 내가 여전히 가 본적 없는 영등포와 여의도와 당인리 발전소에까지 쓸쓸히 젖어들었겠다

갓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이 마포나루에 서 있는 흑백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아직 마포종점이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나는 알고 싶지 않다 그것에 대해 내게 말하지 말라 다만, 노래에 관한 얘기라면 나는 마포종점을 빼놓을 수 없다 마포종점도 불멸의 클래식이므로 나는 그 힘으로 견딜만하다 서글프지 않으니 나의 마포는

ㅡ 시집 『파온』(시산맥사, 2012)

[해설과 감상]

내게 마포종점 일대는 콩콩한 새우젓 냄새 물씬한 추억 속 동그스름하게 자리 잡고 있는 동네이다. 하지만 <마포종점>의 노랫말처럼 첫사랑이 떠나간 곳은 아니고 궂은비를 맞아본 기억도 없다. 애오개를 넘어와 멈춰선 '갈 곳 없는 밤전차'를 본 일조차 없다. 서민들의 애환을 실어 나르던 전차는 노래가 나온 이듬해인 1968년 세월의 뒷골목으로 영영 사라졌다. 그럼에도 노래를 들을 때마다 발착을 알리는 구슬픈 종소리가 환청처럼 들리곤 했다. 노랫가락 속에 내 우수가 투영된 것도 은방울자매를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말이다.

시인이 이른바 뽕짝이라 불리는 트롯가요
<마포종점>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자매 중 한 분이 큰이모를 닮은 게 이유의 다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자기감정을 위로받고 표현하는 방법으로 노래를 듣고 부른다. 형식적 단순성이 무기인 트롯은 삶의 애환을 담아내기 적합한 가락이다. 호흡과 리듬이 우리 정서와 어우러져 거부감이 없고, 이는 구전을 쉽게 하기 위한 민요적 전통과도 통한다. 더구나 트롯의 애절한 목소리에는 고향의 향수, 어머니, 슬픈 사랑, 삶의 고단함 따위의 지문이 잔뜩 묻어있지 않은가.

시인은 스스로 '촌 출신'이라면서 '아직까지 말씨며 입맛이며 온통 시골 정서에 젖어 있다'고 고백한다. 초등학생 시절 고향인 청도에서 대구로 전학 갈 때 송별식에서 불렀던 노래도 나훈아의 '너와 나의 고향'이고, 친구들도 '홍도야 우지마라'를 답가로 불러주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고 듣고 겪은 삶이 고스란히 골수에 사무치지 않고 어디로 가겠냐는 시인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꼼짝없이 '마포 스타일'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쩌다 젊은 시절 트롯을 신파, 함량미달, 촌스러움으로 간주하며 고상을 떠는 한 남자를 만났나 보다. 클래식까지는 아니라도 포크나 발라드쯤은 기대한 것 같은데 좋아하는 가수가 '마포종점을 부른 은방울자매'라니 급 실망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삶이 뽕짝이 되고 깊은 혼을 담아낸 뽕짝 가사가 우리 삶의 언저리임을 오히려 그가 몰랐던 것이다. 플라시도 도밍고가 은방울자매보다 낫다고 말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으며 우리 뽕짝이 빌보드 차트에 오르지 말라는 법도 없다. / 권순진 시인

/ 2021.05.28(금) 편집 택


https://youtu.be/Kkvd1QZCKR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