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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정보] '솔개의 선택', 솔개는 정말 환골탈태를 할까? (2021.04.03)

푸레택 2021. 4. 3. 12:38

■ 솔개는 정말 환골탈태를 할까, ‘솔개의 선택’

“솔개가 40살이 되면 부리로 바위를 쪼아 부리가 깨지고 빠지게 만든다. 그러면 서서히 새로운 부리가 돋아난다. 그런 후 새로 돋은 부리로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새로 발톱이 돋아나면 이번에는 날개의 깃털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이리하여 약 반년이 지나 새 깃털이 돋아난 솔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라 30년의 수명을 더 누리게 된다. 당신에게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무엇이 기회인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는 당신만 알고 있다. 당신의 결정이 당신의 미래이다.

친구가 솔개의 선택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내왔다. 다음은 그 영상에 쓰여 있는 글이다.

솔개는 가장 장수하는 조류로 알려져 있다. 솔개는 최고 약 70살의 수명을 누릴 수 있는데 이렇게 장수하려면 약 40살이 되었을 때 매우 고통스럽고 중요한 결심을 해야만 한다. 솔개는 약 40살이 되면 발톱이 노화하여 사냥감을 그다지 효과적으로 잡아챌 수 없게 된다. 부리도 길게 자라고 구부러져 가슴에 닿을 정도가 되고, 깃털이 짙고 두껍게 자라 날개가 매우 무겁게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기가 나날이 힘들게 된다.

이즈음이 되면 솔개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을 뿐이다. 그대로 죽을 날을 기다리든가 아니면 약 반년에 걸친 매우 고통스런 갱생 과정을 수행하는 것이다. 갱생의 길을 선택한 솔개는 먼저 산 정상부근으로 높이 날아올라 그곳에 둥지를 짓고 머물며 고통스런 수행을 시작한다. 먼저 부리로 바위를 쪼아 부리가 깨지고 빠지게 만든다. 그러면 서서히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는 것이다. 그런 후 새로 돋은 부리로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그리고 새로 발톱이 돋아나면 이번에는 날개의 깃털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이리하여 약 반년이 지나 새 깃털이 돋아난 솔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라 30년의 수명을 더 누리게 되는 것이다.

이 솔개의 생태에 관한 이야기는 과감한 희생을 통한 조직의 혁신 즉 조직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강조하는 경영 리더들이 자주 인용하는 글이라고 한다. “솔개처럼 돌에 부리를 쪼아 새 부리가 나게 하자. 솔개의 고통스런 선택에 공감하여 고개를 끄덕이고 혹은 감동하여 새로운 결심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솔개에 관한 글이 과학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을까, 아니면 거짓 정보일까 궁금하여 자료를 찾아보았다. 먼저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솔개에 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위의 솔개(Black Kite)에 대한 내용은 황당한 이야기이며 거짓말이다. 사자의 새끼교육 루머와 마찬가지로 우화일 뿐이다. 그냥 나이가 들어서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교훈을 가진 우화에 불과한 것이다. 애초 현실에서 부리가 부러지면 솔개는 그냥 세상 하직이다. 사람으로 치면 턱뼈를 통째로 부순 다음 새로운 턱뼈가 재생된다는 말과 똑같은 얘기다. 게다가 발톱이나 부리가 다시 자랄 때까지 뭘 먹으란 말인가? 물도 못 마신 채 굶어 죽을 것이다.

중세기 기독교 동물 상징 사전인 피지올로구스라고 하는 동물학 서적에서도 나올 정도로 오래되고 널리 알려진 이 이야기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언어 영역에도 나온 적이 있을 정도로 꽤 인지도가 있는 우화다. 영어권에서는 Rebirth of the Eagle이라고 부르며, 서양에서는 독수리를 볼 일이 많아서 그런지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그냥 우화로 취급한다. 결국 위 이야기는 그저 서양권에서 전해지던 우화에 불과한데도 특히 2000년대 들어 유독 한국에서는 마치 과학적 사실인 양 호도되어 각종 교육자료로 활용된 흑역사가 있다.

자료를 찾아 보니 솔개의 최고 수명은 영상에서 말하는 70년이 아니라, 평균 수명이 25년 정도라고 한다. 솔개가 정말 그토록 특이한 생태적 상황을 연출하는지 전문가에게 ‘솔개의 생태’에 대해 물어보았다는 온라인 기사(한겨레, 2006.05.09)가 눈에 띈다. 다음은 기사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동물생태학을 전공하고 한국조류학회 회장을 지낸 구태회 경희대 환경·응용화학대학장에게 솔개의 생태에 대해서 물었다. 구 교수는 “요즘 솔개의 생태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는 했으나, 얼토당토 않은 얘기”라고 어이없어 했다. 그“부리가 재생되어서 다시 난다는 것은 생명체에서 만무한 일”이라며 “새의 부리가 다시 만들어져 나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새가 부리를 부분적으로 다쳤을 때 이따금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보완하는 게 나타날 수는 있으나, 생태학적으로 부리가 다시 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생명체로서 한번 살았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라며 “피부가 각질화되어서 만들어진 기관인 부리를 다쳤을 경우 재생이 될 수 없다. 다만 발톱은 다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날마다 동물원에서 새들과 함께 생활하는 현장의 수의사에게 물었다. 에버랜드에서 동물들을 일상적으로 관찰하고 돌보는 권순건 수의사도 마찬가지로 답했다. “새의 부리가 손상되면 다시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솔개가 몇 달을 굶으면서 부리를 바위에 쪼아 새 부리로 재생시킨다는 이른바 ‘솔개 생태론’의 주장에 대해서 권 수의사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들이 부리를 다치면, 음식물 섭취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살 수가 없다”며 “조류는 포유류랑 달라서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기간이 매우 짧다”고 덧붙였다.

그는 “각질로 되어 있는 부리의 손상 정도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다시 자라거나 할 수는 없다. 대부분 부리가 손상을 입으면 부리가 보완되기 이전에 몸에 이상이 와서 생명 유지가 힘들어진다”며 “부리가 부러진 사례에서 완벽하게 자라거나 하는 경우란 없다. 간혹 손상 정도에 따라서 형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고, 심층이 표층으로 깎여나가 그 기능을 대신하는 경우가 있는 정도다” 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솔개의 환골탈태론은 과학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닌 우화일 뿐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우화를 마치 솔개의 생태가 실제로도 그런 것으로 믿고 감동하고 공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우화가 과학적 근거를 갖춘 ‘사실’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다. 애초 출발의 의도는 좋더라도 지나치게 나아가면 출발점을 잊어버리는 법이다. 우화를 과학적 사실로 믿다면 그는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일 것이다. 이솝 우화는 단지 우화일 뿐이고, 창조 신화는 신화로 대접하면 그만인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갔어도 아직도 가짜 정보는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오늘 이 순간에도 카톡으로, 설교 예화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이 사람을 현혹시키는 거짓 정보가 어디 솔개 이야기 뿐일까? 거짓에 진실을 살짝 섞어 만든 악의적 뉴스들이 유튜브에 넘쳐나고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 카톡으로 퍼져 나간다. 특히 종교와 정치색을 띤 주장이나 뉴스들이 그러하다. 그것들은 끊임없이 순진한 사람들을 세뇌시킨다.

이렇듯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가 넘쳐나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과학적 상식과 올바른 식견을 갖고 올곧게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삶의 가치와 합리적 사고를 정립하지 못하고 남의 생각과 뇌를 렌트하여 살아가는 사람들, 생활 속에서 신앙을 실천하지 않고 신앙이라는 미명
하에 삶을 종교에 바치는 오직 광적인 믿음만 가진 사람들, 이런 공동체의 상식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것을 참으로 슬픈 일이다. 한 번뿐인 인생. 노예의 삶보다는 자유의지를 갖고 사는 멋진 주인된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 2021.04.03 편집 글 김영택 (사진: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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