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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칼럼] '목련은 제주산, 백목련은 중국산' 양형호 국립수목원 현장전문가

푸레택 2021. 4. 1. 21:07

■ 목련은 제주산, 백목련은 중국산 / 양형호 국립수목원 산림자원보존과 현장전문가

목련은 원시적 꽃 형태 간직한 '나무에 피는 연꽃', 북한 국화 함박꽃나무, 귀신 부르는 초령목도 목련 가족

해마다 봄이 되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가수 양희은의 ‘하얀 목련’이란 노래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정작 이 노래에 나오는 목련을 일반인들이 만나기 쉽지 않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만나는 하얗게 피는 목련은 그냥 ‘목련’이 아니고 거의가 ‘백목련’이기 때문이다.

목련(木蓮 Magnolia glauca var. florealbo Thunb.)이란 이름은 “나무에서 피는 연꽃”이란 뜻에서 왔다. 그래서 목련과 연꽃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꽃은 식물이 진화하면서 종 번식을 위해 식물체의 일부를 변형시켜 만든 기관인데 목련과 연꽃은 매우 원시적인 꽃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목련의 경우 꽃잎과 꽃받침의 구별이 없는 화피로 싸여 있고 암술은 암술머리, 암술대, 씨방의 구분이 없고 수술은 꽃밥과 수술대의 구별이 없다. 

목련은 우리나라 제주 숲속에 드물게 자생하는 나무로 꽃이 백목련에 비해 화려하지 않아 주로 수목원에서 자원용으로 식재되어 관리되고 있다. 자생 목련은 화피 밑 부분에 연한 붉은 줄이 있고 활짝 피지 않는 특징이다. 목련은 교목으로 크게는 20m 넘게 자라는 개체도 있다.
 
우리가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것은 백목련이다. 백목련은 중국 원산으로 꽃이 아름다워 인가 주변에 가장 많이 식재되어 있으며 목련과 다르게 화피 아래쪽에 붉은 줄이 없고 만개하면 꽃잎이 뒤로 젖혀질 정도로 활짝 핀다. 또한 잎 끝이 거북꼬리처럼 뾰족하게 생긴 게 목련과 다른 점이다.

그 밖에 다른 목련도 살펴보자. 우리가 주변에서 비교적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목련 중에 자주목련이 있다. 자주목련은 백목련의 다른 품종으로 화피 바깥쪽은 자주색이고 화피 안쪽은 흰색인 게 특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주목련을 '자목련'이라 잘못 부르는데, 자목련은 따로 있다. 중국 원산인 자목련은 집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없다. 자목련은 화피의 겉과 속이 모두 자주색이다. 이제 ‘자목련’을 만나면 바르게 이름을 불러주자. 겉자주 속자주인 목련이 자목련이라고.

별목련은 화피가 10개 이상 되고 꽃이 핀 모습이 별처럼 보여 이런 이름을 얻었다. 아주 다양한 품종이 식재되어 있다. 태산목은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다른 목련과 달리 잎이 상록으로 겨울을 나는데, 내한성이 없어 중부 이남지역에서만 노지월동이 가능하다. 대구수목원, 제주에 있는 한라수목원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일 본목련은 후박나무라 부르기도 한다. 일본 원산의 교목으로 크게 자라고 잎도 대형이며 열매도 애호박처럼 아주 크다. 종자는 과육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가을에 붉은색으로 익고  다 익은 종자는 하얀 실로 열매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데 이 종자를 새들이 먹고 주변 숲에 배설물로 배출해 여기저기 퍼뜨린다. 일본목련은 그늘에 견디는 힘인 내음성이 좋아 어느 숲에서든 싹이 나 잘 자란다. 일본목련이 생장해 크게 자라면 잎이 넓어 빛을 혼자 독차지해 다른 식물들이 잘 자라지 못해 숲 생태를 교란시킬 위험성이 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시작될 무렵 깊은 산 계곡 등산로를 걷다보면 언제나 환하게 반겨주는 것이 함박꽃나무의 꽃이다. 국내에 자생하는 목련 중 하나로 산에서 자란다고 해서 ‘산목련’이라 부르기도 한다. 북한의 국화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남부 일부 해안지역에 자생하는 상록교목으로 신령을 부르는 나무라는 뜻을 지닌 초령목(招靈木)도 목련과 초령나무속에 속한 나무이다. 일본에서는 신사에 많이 심는 나무로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자생하는 커다란 초령목은 현재 고사하고 최근에 제주도 서귀포 일대에서 제법 많은 개체들이 발견되었다. 꽃은 다른 목련의 꽃에 비해 작다.

백합나무는 목련과 튤립나무속으로 북미 원산의 낙엽교목이다. 주로 가로수나 정원수로 심겨져 있다. 꽃이 초본인 튤립을 닮아 튤립나무라 부르기도 한다.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목련과 나무들을 살펴보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은 앞으로는 유식하게 주변에 보이는 목련은 ‘목련’이 아니고 ‘백목련’이라고 바른 이름 불러주면 좋겠다. 그리고 더 다양한 목련속 나무의 꽃을 보려면 충남 태안에 있는 천리포수목원에 목련이 필 때 찾아가면 화려하고 다양하게 피어있는 목련들을 만날 수 있다.

[출처] 한겨레 환경생태 전문 웹진 - 물바람숲 (2021.02.26), 글: 양형호 국립수목원 산림자원보존과 현장전문가

/ 2021.04.01 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