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사수필] '몸에 지닌 추천장' 소파 방정환 (2021.03.05)

푸레택 2021. 3. 5. 13:18

■ 몸에 지닌 추천장 / 소파 방정환
 
어느 회사에서 어린 사람 한 명을 뽑는데 여러 곳에서 10여 명의 소년이 각각 유명한 신사의 편지를 한 장씩 맡아 가지고 왔습니다. 편지마다 이 소년은 공부도 잘해서 우등으로 졸업했고 품행이 얌전해서 잘못 없이 일을 잘 볼 사람인 것을 제가 보증하오니 꼭 뽑아주기를 바랍니다. 라는 글이 씌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편지를 추천장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지배인은 유명한 이의 추천장을 가지고 온 소년들은 모조리 돌려보내고 추천장도 그 어떤 것도 없이 빈손으로 온 한 소년을 뽑았습니다. 
 
옆에 있던 이가 그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어찌하여 훌륭한 명사가 보증하는 사람을 안 뽑고 보증도 추천도 없는 근본 모를 소년을 뽑았소?하고 물었습니다. 
 
지배인은 그 말을 듣고 껄껄 웃으면서
허허, 그 소년이 아무 보증도 없고 추천장도 없다는 말은 잘못 생각하신 말입니다. 그 소년은 이곳에 왔던 어떤 소년들보다 훨씬 훌륭한 추천장을 가지고 왔습니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러고는

첫째, 그 소년은 문에 들어서기 전에 구두의 흙을 털고 들어왔고 들어와서는 돌아서서 문을 조용히 꼭 닫았으니 그것은 그가 주의성이 많고 차근차근한 성격을 가진 증명이요, 들어와서 기다릴 때에 절름발이 소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즉시 앉았던 자리를 내주었으니 그의 성품이 착하고 친절한 증명이 아닙니까?
 
둘째, 내가 미리 방바닥에 책을 한 권 내려뜨려 두었는데 그 소년은 보자마자 얼른 집어 책상 위에 올려 놓았으니 그의 머리와 몸이 영리하고 민첩한 증명이요, 그의 옷을 보니 값비싼 옷은 아닌 것 같은데 단정하고 깨끗해 보이니 그가 정결한 사람인 증명입니다.

그리고 나갈 때 복잡한 데 섞여 앞사람을 밀거나 하지 않고 뒤에 물러섰다가 천천히 나갔으니 그것은 항상 덜렁대지 않고 침착하고 여유가 있다는 증명이 되는 것이니, 그만하면 더 좋은 증명이 어디 있으며 더 훌륭한 추천장이 어디 있습니까? 
다른 명사의 추천장 몇 십 장, 몇 백 장보다 더 나은 추천장을 자기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 그를 뽑지 않고 누구를 뽑겠습니까?라고 했습니다.

[출처] 소파 방정환 '없는 이의 행복' 中에서

/ 2021.03.05 편집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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