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한국소설문학대계(36) 오영수의 『갯마을』에 실려있는 단편소설 '은냇골 이야기'를 읽었다.
'은냇골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뼘질로 두 뼘이면 그만인 하늘밖에는 어느 한 곳도 트인 데가 없다. 깎아 세운 듯한 바위. 벼랑이 동북을 둘렀고 서남으로는 물너울처럼 첩첩이 산이 가리웠다. 여기가 국도에서 사십여 리 떨어진, 태백산맥의 척추 바로 옆 골미창 은내[隱川谷]라는 마을이다.
그리고 이렇게 끝난다.
그러고는 밭두렁으로 나온 박가는 허리에서 곰방대를 빼들고,
"그런데 형, 씨야 어딜 갔든, 이 밭 소출은 내 것이지 응, 형?"
"아암, 그야 뭐 여부가 있겠나!"
"아따 이 사람, 나두 두어 가마 팠네, 뭐 달랄까 봐 그러나......"
그러고는 둘이서 마주 보고 웃은 일이 있었다.
김 노인은 지금 박생원의 시체가 얹혀 가는 들것 뒤를 따라가면서, 박생원이 죽기 전에 꼭 한마디 해야 했을 말이 있었다.
ㅡ 동생, 만이는 커갈수록 하는 짓이 꼭 자넬세. 뒤가 든든하니 언제 죽어도 한이 업겠네ㅡ 라고.
[출처] 한국소설문학대계(36) 오영수의 『갯마을』에서 발췌
/ 2021.02.04 편집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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