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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지식] 인간은 언제부터 옷을 입기 시작했을까? (2021.02.01)

푸레택 2021. 2. 1. 16:13

■ 인간은 언제부터 옷을 입기 시작했을까

아침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식사를 걸러도, 심지어 세수를 못 해도 이것만은 꼭 해야 합니다. 바로 옷 입기지요. 사실 꼭 옷을 입어야 하는가 묻는다면, 겨울 빼고는 구태여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도 아프리카와 아마존에 사는 일부 부족들은 옷을 입지 않고 잘 삽니다. 그리고 7백만 년 전에 출현한 원시 인류 역시 나체였습니다. 인류는 언제부터 옷을 입기 시작했을까요?

아프리카와 아마존에 사는 일부 부족에게 옷이 필요치 않은 이유는 당연히 기후가 따뜻해서이고, 원시 인류에게 옷이 필요치 않았던 이유는 온몸이 털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인류가 대략 언제부터 옷을 입기 시작했는지 짐작할 수 있지요. 몸에 털이 사라지면서, 그리고 빙하기가 시작되면서입니다.

인간이 다른 인간과 피부접촉하기 위해 피부에 상처 입을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털을 포기한 것은 대략 백만 년 전, 그렇다고 곧바로 옷을 만들어 입지는 않았습니다. 옷도 털도 없는 상태에서 수십만 년을 살았습니다.

인간이 옷을 입기 시작한 계기에 대해서 성서는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은 후 눈이 밝아져 자기들의 몸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를 하였다’고 적고 있습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옷과 관련한 두 가지 단서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인류 최초의 의상은 식물의 잎으로 만든 치마였으며 남녀공용이었으리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발굴된 인류 최고(最古)의 의상은 B.C. 3000년대에 수메르인들이 입은 치마입니다. 그렇다고 인류가 겨우 그때부터 옷을 입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훨씬 오래전부터 입었지만 가죽과 식물 섬유로 만든 옷은 다른 유물과 달리 세월이 흐르면 소멸되기 때문에 밝혀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다 지난 2011년 플로리다 자연박물관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인류는 약 17만 년 전부터 옷을 입기 시작했다.”

우리로서는 도대체 실감할 수도 없는 17만 년 전 인류가 옷을 입고 살았는지 벗고 살았는지 밝혀낸 방법이 흥미롭습니다. 당연히 17만 년 전의 옷을 발견했을 리는 없고, ‘이’를 유전학으로 연구해서 얻은 결과이기 때문인데요. 같은 이라도 머리카락에 붙어 사는 머릿니와 몸이나 옷에 붙어 사는 몸니(옷엣니)는 같은 종의 변종입니다. 그런데 인류가 옷을 입지 않고 살 때는 머릿니만 있다가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몸니라는 변종이 나타났고, 그 시기가 언제냐를 추적했더니 17만 년 전이었다는 주장입니다. 이의 세계에서 머릿니와 몸니의 활동영역은 상당히 엄격해서 머릿니가 몸으로 내려가거나 몸니가 머리로 올라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머릿니를 몸에 붙이면 다시 머리로 올라가는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그러나 추정일 뿐입니다. 인류가 정확히 언제부터 옷을 입기 시작했느냐는 앞으로도 정확히 밝혀내기 힘들 것입니다. 그래도 인류 최초의 옷이 어떤 재질이었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순록, 바이슨(들소), 말, 아이벡스(야생염소), 메머드 등의 가죽입니다. 하지만 짐승의 껍데기를 그대로 뒤집어쓴다고 그대로 옷이 될 수는 없습니다. 조금만 상상하면 알 수 있지요. 일단 얼마나 냄새가 고약했을까요. 무엇보다 금방 썩어버렸을 겁니다. 햇볕에 말린 다음 뒤집어쓴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비가 오거나 습하면 또 마찬가지로 썩어버렸겠지요.

그래서 나온 방법이 무두질입니다. 잡은 동물의 뇌를 물에 넣은 후 가죽과 함께 펄펄 끓인 다음 말리면 뇌에 들어 있는 지방과 단백질 덕분에 쉽게 썩지 않는 데다, 냄새도 덜하고 부드러워서 몸에 걸치기가 한결 무난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두질이 등장한 시기는 신석기이니 그 전까지는 냄새나는 옷을 걸치고 다닐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리고 이 ‘옷’이 아프리카에 살고 있던 최초의 인류가 유럽과 아시아 등으로 이동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옷 덕분에 아프리카보다 기온이 낮은 곳으로 먹잇감을 찾아 이동하는 데 무리가 없었으니까요. 그 시기가 대략 10만 년 전입니다.

그로부터 약 3만 년 후 혹독한 빙하기가 찾아옵니다. 이 시기에 인류는 멸종 위기를 겪으며 극소수만 살아남는데, 이 정도라도 건사할 수 있었던 비결이 ‘옷을 입은 덕분에’라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흥미롭게도 빙하기가 지난 후에 인류 최초의 바늘이 등장합니다. 짐승의 뼈 중에 가는 것을 골라 조각내서 작고 얇고 날카롭게 간 다음 구멍을 뚫은 형태인데 구석기인들의 손이 얼마나 정교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만든 뼈바늘의 구멍에 짐승의 인대를 끼워 가죽과 가죽을 이어 붙였습니다. 그저 가죽만 덜렁 걸쳐서는 추위를 이겨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등장한 바늘은 의생활뿐 아니라 식생활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바느질하기 직전의 형태에 미끼를 매달아 강이나 바다에 드리웁니다. 물고기가 미끼를 물어 바늘이 목에 걸리면 끌어올립니다. 훌륭한 한 끼 식사거리가 됩니다. 이 시기가 대략 지금으로부터 3만 년 전입니다.

식물 섬유인 리넨으로 옷을 지어 입은 것은 그로부터 한참의 세월이 흐른 후입니다.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에서는 바느질이라고 할 것도 없이 리넨 한 장을 둘렀고, 몸의 형태에 맞게 바느질을 해서 옷을 입은 것은 페르시아 때부터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패션으로는 도무지 돋보일 수 없다고 여겼던지, 대신 보석 등으로 외모를 한껏 화려하게 치장했는데 귀걸이, 목걸이, 반지뿐 아니라 옷에도 달았습니다. 죽은 자와 함께 묻힌 옷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삭아버렸지만, 옷에 달린 보석은 남아 후세에 당시의 옷이 어떤 형태였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옷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빙하기에 대다수가 절멸하고 살아남은 선조의 후예라는 사실과 그 비결이 매일 아침 의례적으로 입는 옷에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인류에게 옷이란 취향, 그 이상의 의미인 것 같다고 말이지요.

[출처]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지식너머

/ 2021.02.01 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