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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지식] 개미와 꿀벌은 정말 부지런할까? (2021.02.01)

푸레택 2021. 2. 1. 16:06

■ 개미와 꿀벌은 정말 부지런할까?

부지런한 사람을 흔히 개미와 꿀벌에 비유해서 ‘부지런하기가 개미 같다’, ‘바쁜 꿀벌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고 하는데요. 개미와 꿀벌은 정말 부지런할까요?

그 사실을 알아내려면, 하도 바빠서 슬퍼할 시간도 없다는 꿀벌 중에서도 제일 바쁜 일벌의 생애를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벌은 꿀을 찾으면 주둥이를 길게 뻗어 꿀은 빨아먹고, 짧고 보드라운 털이 난 온몸에 꽃가루를 잔뜩 묻힙니다. 어찌나 바쁜지 날아가면서 꽃가루를 둥글게 뭉치는 작업을 하는데요. 머리에 붙은 꽃가루는 앞다리로, 가슴 부분은 가운뎃다리로, 배 부분은 뒷다리로 문질러 둥글게 뭉친 다음 뒷다리에 붙은 꽃가루 통에 넣어둡니다.

벌집으로 돌아온 일벌은 꽃가루 통에 넣어둔 꽃가루를 꺼내고, 뱃속에 넣어둔 꿀을 토합니다. 아직은 작은 방울 상태입니다. 이것을 다른 일벌이 앞다리로 납작하게 누른 다음 날갯짓을 되풀이해서 수분을 증발시킵니다. 이렇게 먹고, 토하고, 날갯짓을 하는 작업을 수없이 되풀이하면 수분함량이 18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끈적끈적한 화학물질로 변화하는데, 이것이 바로 꿀이지요.

꿀은 극한 상황에서도 오래 보존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발견된 꿀도 상태가 양호했을 정도인데요. 왜 영어권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허니(Honey)’라고 부르는지 유래를 짐작하게 합니다. 그러나 달콤한 것은 꿀일 뿐, 일벌의 삶은 고단하기 그지없습니다. 꽃가루와 꽃꿀을 수거하고 토하고 날갯짓하는 수순을 반복할 뿐 아니라 벌집을 짓고, 수리하고, 청소하고, 지켜야 하고, 여왕벌을 먹이고 돌봐야 합니다.

이런 고된 노동 때문인지 일벌은 태어나 100일도 살지 못하고 생을 마치는데요. 이에 비해 가만히 앉아 로열젤리만 먹는 여왕벌은 3년에서 6년을 삽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일벌이 하루 종일 일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벌들에게 일일이 꼬리표를 붙여 관찰한 결과, 일하는 시간이 해가 떠 있는 시간의 20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루 중 해가 떠 있는 시간을 15시간으로 길게 잡아도 3시간밖에 일하지 않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긴긴 시간을 대체 뭐하면서 지내는지 살펴보았더니 아무 일도 안 하고 가만히 있더랍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일 년 내내 꿀을 채집할 수 있는 열대지방에 사는 꿀벌들입니다. 벌집에는 벌들이 가득한데 꿀이 없다고 합니다. 꿀을 모으지 않고 밖으로만 놀러 다닌다는 거지요. 결국 벌들이 하루에 두세 시간이라도 일하는 것은 태생적이라기보다 겨울에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생활방식은 개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다고 개미와 벌을 하루에 두세 시간만 일하고 빈둥거리는 게으름뱅이라고 흉보면 곤란합니다. 그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까요. 개미와 벌은 태어날 때 일정량의 에너지를 갖고 태어나는데, 다 쓰면 충전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람처럼 잘 먹고 운동한다고 해서 새로운 에너지가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즉, 열심히 많이 일할수록 빨리 죽습니다.

더구나 아직은 어린 여왕개미나 여왕벌이 성장해서 분가할 때를 대비해서 에너지를 아껴둬야 합니다. 이쪽 집이든 저쪽 집이든, 전체 노동력이 절반으로 줄면 집중적으로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미는 베짱이처럼 노래하고 여행 다니며 살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에너지는 한정돼 있는데 노래하고 놀러 다니는 데 써버리면 재충전은커녕 다 닳아 없어져버릴 테니까요.

결국 개미가 아무리 부지런한들 사람보다 부지런하지 않고, 꿀벌이 아무리 바쁜들 사람보다 바쁘지 않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이야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랜 시간 일하고, 심지어 겨울에도 일하는 유일한 생물체입니다. 게으름을 죄악시하면서 ‘부지런하기가 개미 같다’, ‘바쁜 꿀벌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 같은 말을 지어내야 할 정도로 말이지요. 심지어 우리 선조들은 무생물체한테서도 부지런함을 발견해 ‘돌쩌귀에 녹이 슬지 않는다’, ‘부지런한 물방아는 얼새도 없다’, ‘홈통은 썩지 않는다’와 같은 속담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는데요. 앞으로는 개미, 꿀벌, 돌쩌귀, 물방아, 홈통 등과 경쟁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것)들보다 우리가 압도적으로 부지런하고 바쁘니까요.

[출처]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지식너머

/ 2021.02.01 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