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삶] 살아가는 이야기

[인생단상] '이름을 지운다'는 시를 읽고 (2021.01.30)

푸레택 2021. 1. 30. 06:08

♤ '이름을 지운다'는 시를 읽고

이름을 지운다 / 허형만

수첩에서 이름을 지운다
접니다. 안부 한 번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멀면 먼 대로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살아생전 한 번 더 찾아뵈지 못한
죄송한 마음으로 이름을 지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몸이 먼저 아는지
안경을 끼고도 침침해지는데

언젠가는 누군가도 오늘 나처럼
나의 이름을 지우겠지
그 사람, 나의 전화번호도
함께 지우겠지

????????????????

그렇다
나도 가끔씩 수첩에서
이름을 지운다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카톡도 지운다
숨김을 하고 차단을 한다

언젠가는 누군가도 오늘 나처럼
나의 이름을 지우겠지
그 사람, 나의 전화번호도
함께 지우겠지

나이드니 깨닫게 되는 것들..

마음을 자꾸 비워야 한다
내 남은 인생 여정에 함께 하지 못할 것들
과감히 지우자
자꾸 지우고 또 지우자

마음만이 아니고
짐도 채우지 않고 비우고 버리자
심플하게 살자!
미니멀 라이프!

지나간 일, 지나가버린 일들
아쉬워하거나 연연해 하지 말자
후회하지 말자
다 나의 운명이거니
내게 주어진 소명이었거니 생각하자

지나간 사람들
이제 그리워하거나 보고파하지 말자
인연이 거기까지거니 생각하자

지난 인생길에
내 마음에 상처 안긴 사람들
미워하지 말자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겠지
용서하자
내가 더 성숙하고 더 단련되도록
그 또한 내게 주어진 운명이었거늘

즐거웠던 일만 떠올리자
고마웠던 일만 생각하자

미래는 알 수 없으니 신께 맡기자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누가 알겠는가
좋을지 나쁠지 누가 알겠는가

나의 가는 길 신만이 아느니
주여! 평탄한 길 주옵소서!

화내지 말자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것들
내 힘으로 노력으로 할 수 없는 것들
운명으로 하고 받아들이자
내 운명이거니 하고 받아들이자

오직 현재에 충실하고
지금 살아있음에 감사하자
보고 듣을 수 있음도 기적이고
걷고 느낄 수 있음에 기적이다
오직 감사하자

오직 나의 기도는..
남은 인생 여정도
주여!
사랑스러운 것 볼 수 있게 하옵소서
사랑스러운 말 들을 수 있게 하옵소서
두 발 땅에 입마춤 할 수 있게 하옵소서
아름다움 느낄 수 있는 마음 하락하소서

사랑하는 사람들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 보게 하여 주소서
웃음과 행복 지켜보게 하소서

이렇게 기도하고 다짐하면서도
또 자꾸 잊어버리고
후회하고 아싀워하고 연연해 하고
두려워하고 불안해하고
부러워하고 화내고 미워하고
남과 비교하고..

이름을 지운다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마음을 비운다
물건도 비운다
몸도 마음도 가볍다

/ 2021.01.30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