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벽 가까이로 부르셔서' 시를 감상하며
친구가 멋진 시(詩) 한 편을 보내왔다. '절벽 가까이로 부르셔서' 라는 제목의 시인데 미국의 로버트 슐러라는 목사가 쓴 시라고 한다.
● 절벽 가까이로 부르셔서
절벽 가까이로 나를 부르시기에 다가갔습니다.
절벽 끝으로 가까이 오라고 하셔서 더 다가갔습니다.
그랬더니 절벽에 겨우 발붙여 선 나를
절벽 아래로 밀어버리셨습니다.
그 절벽 아래로 나는 떨어졌습니다.
그때서야 나는 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마지막 구절에서 반전이 일어나는 교훈이 되는 감동적인 시다. 시의 영어 원문을 찾으려고 검색해 보았다. 그러다 약간 다르게 번역한 버전을 발견했다.
● 절벽 가까이로 나를 부르셔서
절벽 가까이로
나를 부르셔서 다가갔습니다
절벽 끝에 더 가까이 오라고 하셔서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랬더니 절벽에
겨우 발을 붙이고 서 있는 나를
절벽 아래로
밀어버리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나는
그 절벽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느 블로그에서 영어 원본을 찾았다.
영어 제목은 'Come to the edge' (절벽 가까이로 오라)다. 그런데 영어 원본이 두 가지로 검색된다.
◇ Come to the edge
1
Come to the edge.
We might fall.
Come to the edge.
It's too high!
Come to the edge.
And they came,
and he pushed,
and they flew.
2
Come to the edge, he said.
We can't. We're afraid, they said.
Come to the edge, he said.
We can't. We will fall, they said.
Come to the edge, he said.
And they came.
And he pushed them.
And they flew.
벼랑 끝으로 오라, 그가 말했다
그들이 말했다 무섭습니다
벼랑 끝으로 오라, 그가 말했다
그들이 말했다.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떨어질 것입니다
벼랑 끝으로 오라, 그가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갔다
그는 그들을 떠밀었다
그리고 그들은 날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시의 원작자는 로버트 슐러 목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다만 설교 때 이 시를 인용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Come to the Edge(절벽 가까이로 오라)의 원작자는 누구인가?
이 시의 원작자는 영국 시인 크리스토퍼 로그(Christopher Logue)라고 한다. 그가 이 시를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의 작품 전시회(1968년)의 광고포스터로 쓰도록 허용했다. 그래서 이 시의 원작자가 기욤 아폴리네르 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 중에는 연인이었던 화가 마리 로랑생을 추억하며 쓴 '미라보 다리'라는 시가 널리 알려져 있다.
■ 마라보 다리 / 기욤 아폴리네르
1
미라보 다리 아래 센강이 흐르고
우리들 사랑도 흘러간다네
내 마음속 깊이 기억하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오는 것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보자
우리의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한 눈길의 나른한 물결이
흘러가는 동안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사랑은 지나가네 흐르는 강물처럼
사랑은 가버리네
이처럼 인생은 느린 것이며
이처럼 희망은 난폭한 것인가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나날이 지나가고 주일이 지나가고
흘러간 시간도
옛 사랑도 돌아오지 않는데
미라보 다리 아래 센강은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2
미라보 다리 아래 센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르는데
나는 기억해야 하는가
기쁨은 늘 괴로움 뒤에 온다는 것을
밤은 오고 종은 울리고
세윌은 가고 나는 남아 있네
서로의 손을 잡고 얼굴을 마주 하고
우리들의 팔이 만든
다리 아래로
영원한 눈길에 지친 물결들
저리 흘러가는데
밤은 오고 종은 울리고
세윌은 가고 나는 남아 있네
사랑이 가네 흐르는 물결처럼
사랑은 떠나가네
삶처럼 저리 느리게
희망처럼 저리 격렬하게
밤은 오고 종은 울리고
세윌은 가고 나는 남아 있네
하루하루가 지나고 또 한 주일이 지나고
날이 가고 세월이 지나면
지나간 시간도
사랑도 돌아오지 않네
미라보 다리 아래 센강이 흐르고
밤은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남아 있네
3
영어 번역판
Mirabeau Bridge / Guillaume Apollinaire (Trans. Richard Wilbur)
Under the Mirabeau Bridge there flows the Seine
Must I recall
Our loves recall how then
After each sorrow joy came back again
Let night come on bells end the day
The days go by me still I stay
Hands joined and face to face let's stay just so
While underneath
The bridge of our arms shall go
Weary of endless looks the river's flow
Let night come on bells end the day
The days go by me still I stay
All love goes by as water to the sea
All love goes by
How slow life seems to me
How violent the hope of love can be
Let night come on bells end the day
The days go by me still I stay
The days the weeks pass by beyond our ken
Neither time past
Nor love comes back again
Under the Mirabeau Bridge there flows the Seine
Let night come on bells end the day
The days go by me still I stay
(Guillaume Apollinaire / Trans. Richard Wilbur)
* 그림: 미라보 다리 아래 센강은 흐르고.. '기욤 아폴리네르'의 연인이었던 '마리 로랑생'의 작품
/ 2021.01.06 편집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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