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눈물은 왜 짠가', '긍정적인 밥' 함민복 (2020.12.27)

푸레택 2020. 12. 27. 13:25

 

 

■ 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알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금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1999) 수록

▲ 감상과 이해

굳이 고상한 척, 잘난 척해야만 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환하고 짠한 생의 한순간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한 편의 시가 탄생합니다. 아들에게 설렁탕 국물을 조금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과 그 앞에서 민망스러워 안절부절못하는 아들의 마음, 그리고 이 풍경의 안과 바깥을 조심스럽게 드나드는 주인아저씨의 마음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때로는 훈훈하게, 때로는 아슬아슬하게, 때로는 넉넉하게, 때로는 구질구질하게, 때로는 슬프게 말입니다. 이 한 편의 시에 인생이 다 들어앉아 있습니다. ㅡ ‘문학집배원 안도현의 시배달' (안도현, 창비, 2008)

■ 긍정적인 밥 / 함민복

시 한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 2050.12.27 편집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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