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일기] 뒤돌아본 지나온 길

[추억일기]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클레멘타인과 어린 시절의 추억 (2020.12.16)

푸레택 2020. 12. 16. 12:12

 

 

 

 

 

 

 

 

 

 

 

 

 

■ 클레멘타인과 하모니카 이야기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 있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

넓고 넓은 바닷가에 꿈을 잃은 조각배
철석이던 파도마저 소리 없이 잠드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

손주 돌보기로 시작한 은퇴 후 인생 2막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요즈음 소망은 오직 하나다. 빨리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학교와 유치원을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려 마음껏 놀이터에서 놀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오늘은 집에 찾아온 손주들에게 유튜브로 동요와 동화를 들려주었다.

다섯 살 손주가 좋아하는 동요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노래가 끝나고 미국 민요 '클레멘타인'이 하모니카 소리로 들려온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 있네'. 오랜만에 듣는 하모니카 소리가 애절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문득 초등학교 시절 이 노래를 불러주시던 어머니 모습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아주 가끔 노래를 하셨는데 꼭 ‘클레멘타인’ 노래만 부르셨다. 어머니는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어머니가 부르셨던 '클레멘타인' 노래는 여전히 내 가슴 속에 남아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어린 시절, 동네에 하모니카를 잘 부르는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친구는 내게 하모니카로 '클레멘타인' 노래를 들려주었다. 그 후 그 친구가 생각나거나 옛 추억이 떠오를 때마다 하모니카 배우기에 도전하곤 했었다. 하모니카를 잘 배워서 동요와 가곡 그리고 유행가를 멋들어지게 불러보고 싶었다. 하지만 음악적 재능이 부족한 탓인지 게으름 탓인지 내 실력은 동요 몇 곡을 부르는 수준에 멈춰 있다.

'클레멘타인' 노래를 들으니 혜화동 보성중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그 시절 음악 시간에 배워 즐겨 불렀던 많은 노래들, '올드 블랙 죠’와 ‘스와니강’, ‘매기의 추억’, '내 고향으로 날 보내 주', '은발', '로렐라이 언덕'. 심심할 때면 이런 노래를 흥얼거리며 철없이 뛰어 놀았고, 여름 방학이 되면 친구들과 어울려 성북동과 삼청동, 우이동 계곡을 쏘다녔다. 또 틈이 날 때마다 혜화동 옛 성터 옆 친구네 집에 모여 보냈던 즐거운 시간들. 돌이켜 보면 그때가 내가 흘려보냈던 행복한 날들이었다.


이제 인생 2막, 문득 그 때 함께 놀던 동네 친구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어릴 때 함께 놀던 친구들, 잘 살아가고 있는지 안부를 묻고 싶다. 하모니카를 잘 불던 친구야, 지금은 어디에서 '클레멘타인'을 불고 있느냐? 어느 시인의 말처럼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춥고 시린 이 계절에 가지마다 꽃 잔치 흥겨울 봄을 기다리며 어서 빨리 하모니카를 배워서 어머니가 부르셨던 ‘클레멘타인’을 애절하게 불러보고 싶다.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불렀던 ‘로렐라이 언덕’과 '올드 블랙 죠'도 불러보고 싶다. 손주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나는 하모니카를 불며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노래를 부르고 싶다.


자료를 찾아보니 '클레멘타인' 노래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고 한다. '클레멘타인'은 1840년대 미국 서부개척시대 대표적인 민요인데 강에 쓸려간 딸을 잃은 광부의 죄책감이 담겨져 있는 노래다. 우리나라에는 1919년 3·1운동 직후 소개되었다. 일본어로 된 가사를 음악가 박태원(朴泰元, 1897~1921)이 우리 정서에 맞도록 한글로 바꿨다. 애조 띤 노래는 나라 잃은 슬픔에 절망하고 있던 우리 민초들 사이에서 널리 불렸다. 박태원은 대구 계성학교를 졸업, 일본 와세다대 영문과에 들어가 공부하던 중 폐결핵으로 귀국해 고향 집에서 2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동무생각’, ‘오빠생각’ 등의 노래를 작곡한 박태준(朴泰俊, 1900~1986) 전 연세대 음악대학장이 그의 동생이다.

안부 /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ㅡ 2020.12.16 김영택 씀

■ 아버지와 딸, 클레멘타인(Clementein)

1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 있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

2
바람 부는 하룻날에 아버지를 찾아서
바닷가에 나가더니 해가 져도 안 오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

3
넓고 넓은 바닷가에 꿈을 잃은 조각배
철석이던 파도마저 소리 없이 잠드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

‘Oh My Darling Clementine’(오 내 사랑 클레멘타인) 번역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1
깊은 계곡 광산마을 동굴집이 있었네
늙은 아빠 어여쁜 딸 사랑으로 살았네
오 내 사랑 오 내 사랑 귀여운 내 클레멘타인
너는 영영 가버리고 나만 홀로 남았네

2
이젠 다시 볼 수 없네 요정 같던 그 모습
네가 신던 작은 신발 내 마음이 아프다
오 내 사랑 오 내 사랑 귀여운 내 클레멘타인
너의 모습 늘 그리며 나만 슬피 남았네

[감상과 해설]

‘클레멘타인Clementein’은 ‘올드  블랙죠’, ‘스와니강’, ‘매기의 추억’ 등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 민요로 꼽힌다. 서부개척시대의 ‘포티-나이너(forty-niner)’들이 슬픔을 달래기 위해 불렀던 곡으로 유명하다. ‘포티 나이너’란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금을 캐기 위해 캘리포니아 중부 새크라멘토광산으로 몰려든 이들을 말한다. 미국 서부지역 노래로 1884년 퍼시 몬트로즈가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바커 브래드퍼드가 언급되기도 한다.

노랫말은 1863년 발표된 헨리 S. 톰슨의 Down by the River Liv'd Maiden 가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4분의 3박자, 다장조, 보통 빠르기의 이 노래는 멜로디가 단순해 부르기 쉽다. 이미자, 길은정 등 국내 가수들도 이 노래를 취입했다. ‘클레멘타인’은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소설·영화·드라마 제목과 음료·술 상표에 이르기까지 여러 용도로 쓰일 만큼 인기다.

노래가 태어나기까지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1800년대 중반~후반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금이 발견된 뒤 미국의 골드러시(Gold Rush)가 이어졌다. 동부에 살던 많은 이들이 금을 찾아 서쪽으로 갔다. 심지어는 유럽, 남미, 중국 등지에서도 수십만 명이 캘리포니아로 갔다. 이들은 광부가 돼 1848~1858년 5억5000만 달러어치의 금을 캐낸 것으로 전해진다.
 
1848년 1월 캘리포니아의 한 제재소 목수에 의해 시작된 골드러시는 그 무렵 미국 사회를 열병으로 끓어오르게 했다. 노다지를 캐기 위해 직장을 팽개치고 광산으로 간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그중엔 공무원, 기자, 판사, 군인, 의사 등 상류층 사람들도 있었다. 공장과 사무실은 문을 닫아야 했고 선원들이 빠져나가 선주들은 배 운항을 멈춰야 할 정도였다. ‘포티-나이너’들 모두가 거부의 꿈을 이룬 건 아니다. 상당수는 나쁜 조건에서 힘든 노동과 모진 추위, 질병,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다. 부실한 식사로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인디언들 습격으로 숨지는 이들도 적잖았다.

그렇게 피땀 흘려 캐낸 금이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지의 돈 많은 자본가들 배를 불린다는 걸 알았을 때 허탈감에 사로잡힌 ‘포티-나이너’들 사이에선 자조적인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런 가운데서도 금을 향해 모여든 사람들의 삶에 대한 집착과 꿈, 희망, 도전의 발걸음은 미국 서부개척 원동력이 됐다. 금은 주로 동굴과 강모래에서 체를 걸려 가려낸 사금(沙金)이다. 이주민들은 금을 캐기 위해 강 주변 오두막에 살았다. 노래 ‘클레멘타인’의 실제주인공도 그런 사람들 가족 중 한 명이었다.

어느 날 아버지 ‘포티-나이너’는 어린 딸(클레멘타인)을 강가에 데리고 가서 금 찾는 일을 하고 오리새끼를 몰고 간 나간 아이는 따로 놀게 했다. 그게 화근이 됐다. 딸이 나무토막에 발이 걸려 급류에 쓸려간 것이다. 아버지는 딸을 잃은 슬픔과 헤엄을 치지 못하는 자신이 아이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노래를 흥얼거리듯 불렀다. 이것이 입으로 전해져 우리가 잘 아는 노래 ‘클레멘타인’이 됐다. ‘클레멘타인’은 이처럼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과 타향살이의 외로움, 개척생활의 고통, 인디언들의 습격위험 등 개척자들 삶의 애환을 읊조린 슬픈 곡이다. 노랫말에서 나오는 “넓고 넓은 바닷가에~”라든가 “고기 잡는 아버지와~” 등의 구절은 실제 사연이 왜곡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노래 사연에 대한 다른 설도 있다. 스페인 관련 작품을 쓴 영국인 작가 제럴드 브레넌은 ‘클레멘타인’ 원곡은 스페인의 옛 발라드 곡이라 보고 있다. 골드러시 때 멕시코인 광부들 사이에서 널리 퍼졌고, 이 곡에 여러 영어 가사를 붙여 노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포티-나이너’들의 슬픔과 눈물이 담긴 상실의 노래 ‘클레멘타인’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때 불려 이채롭다. 대회 기간 중 행사 축가로 경쾌한 삼바리듬과 이에 걸맞은 각종 악기를 통한 신나는 연주곡으로 편곡, 애창됐다.

이 노래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건 1919년 3·1운동 직후부터다. 처음엔 일본어로 소개됐으나 음악가 박태원(朴泰元, 1897~1921년 8월)이 우리 정서에 맞도록 한글로 바꿨다. 애조 띤 노래는 나라 잃은 슬픔에 절망하고 있던 우리 민초들 사이에서 널리 불렸다. 박태원은 1897년 6월 27일 옷감장사 집(아버지 박순조, 어머니 오환이)의 3남1녀 중 장남으로 대구 동산동에서 태어났다. 대구 계성학교를 졸업, 일본 와세다대 영문과에 들어가 공부하던 중 폐결핵으로 귀국해 고향 집에서 2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동무생각’, ‘오빠생각’ 등의 노래를 작곡한 박태준(朴泰俊, 1900~1986년) 전 연세대 음악대학장이 그의 동생이다.

‘클레멘타인’은 내용과는 상관없이 1943년 같은 제목의 뮤지컬로도 만들어지고 1946년 존 포드감독 영화 ‘황야의 결투’(원제 : My darling Clementine) 타이틀곡으로도 등장했다. 영화는 헨리폰다가 주연을 맡았고 서부역사의 전설적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와 품위 있고 우아한 아름다운 처녀 클레멘타인과의 사랑을 그렸다. 서부개척시대 사람들의 어려움과 정의를 지키는 그 시대 사람들 정서를 나타낸 존 포드 감독의 후기역작으로 오늘날까지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1940년 존 포드 감독의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 주제곡으로, 2006년 윤석호 감독의 KBS-2TV 드라마 ‘봄의 왈츠’ 음악 ‘클레멘타인’(작곡가 이지수 편곡)으로도 쓰였다. 2004년 미셸 공드리(Michel Gondry) 감독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여자주인공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 이름도 클레멘타인이다. 주황색 머리의 그녀는 남자 주인공 조엘과 지하철에서 처음 만나 인사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노래 ‘클레멘타인’을 흥얼거린다. 일본에선 이 노래의 곡조만 빌려 유치원용 일본어 학습 동요로 쓰고 있다.

[출처] 해양한국-바다따라 노래따라(2015.11.30) *(옮겨온 글입니다)

*사진: 명륜마을과 성터마당, 성북동 풍경(2019년)

/ 2020.12.16 편집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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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인생] 음악 선생님과의 추억 (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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