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ㅡ 도종환의 詩 '라일락꽃' 中에서
♤ 삶이란 마침내 강물 같은 것이라고
강물 위에 부서지는 햇살 같은 것이라고
아버지도 저만치 강물이 되어
뒤돌아보지 말고 흘러가세요
이곳에도 그리움 때문에 꽃은 피고
기다리는 자의 새벽도 밝아옵니다
길 잃은 임진강의 왜가리들은
더 따뜻한 곳을 찾아 길을 떠나고
길을 기다리는 자의 새벽길 되어
어둠의 그림자로 햇살이 되어
저도 이제 어디론가 길 떠납니다
ㅡ 정호승의 詩 '임진강에서' 中에서
♤ 조선 중종 때 기묘사화로 파직되어 낙향한 김정국은 스스로를 팔여거사(八餘居士)라 칭했다. 팔여(八餘)란 여덟 가지가 넉넉하다는 말인데 다음과 같다.
"토란국에 보리밥을 넉넉하게 먹고, 따뜻한 온돌에서 잠을 넉넉하게 자고, 맑은 샘물을 넉넉하게 마시고, 서가에 가득한 책을 넉넉하게 보고, 봄꽃과 가을 달빛을 넉넉하게 감상하고, 새와 솔바람 소리를 넉넉하게 듣고, 눈 속에 핀 매화와 서리 맞은 국화 향기를 넉넉하게 맡는다네. 거기에다 이 일곱 가지를 넉넉하게 즐기니 팔여(八餘)가 아니겠나."
김정국이 말한 팔여(八餘)는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자연친화적인 삶인 셈이니 한 번 곱씹어 볼 만하다. ㅡ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 올라갈 때 못 본 꽃 내려올 때 보았네
BC(Before Corona) 2019년
내 가슴을 뛰게 한 풀꽂과 나무꽃
해마다 피는 꽃이지만
작년에 피어난 꽃은
올해 다시 피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듯.
꽃을 본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를 함께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꽃을 본다는 것은
우주를 보는 것이다.
● 라일락꽃 / 도종환
꽃은 진종일 비에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빗방울 무게도 가누기 힘들어
출렁 허리가 휘는
꽃의 오후
꽃은 하루 종일 비에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빗물에 연보라 여인 빛이
창백하게 흘러낼 듯
순한 얼굴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낮에만 피우는 슬픈 꽃 참나리 / 최명운
용문사 가는 길 옆
표범무늬 한 참나리꽃
빗방울 아랑곳 않고
환한 미소로
수레바퀴 세월 견디며 피었다
희롱당한 슬픔
꽃술 열매 여물지 못하매
그만 다행인가
이파리 으뜸 주아 품어
떨어뜨리는 반쪽 잉태
으스름 달엔
순결지켜야 할 반사
비련의 너는
아름다운 모습 숨겨야 하는
슬픈 꽃송이구나
♤ BC(Before Corona) 2019년
내 가슴을 뛰게 했던 풀꽃 나무꽃
능소화
범부채
피나물
우엉
부용
미국자리공
부들
장미
비비추
설악초
왕원추리
하늘바라기
부처꽃
플록스/풀협죽도
산당화
금계국
으아리
무궁화
맨드라미
가침박달
인동덩굴
노랑어리연꽃
섬국수나무
꽃창포
꽃범의꼬리
산괴불주머니
샤스타데이지
매화말발도리
모감주나무
꼬리조팝나무
백목련
수수꽃다리
히어리
삼지구엽초
미국귀룽나무
● 오늘의 말 한 마디
인연은 한 권의 책과 같다.
무심히 지나치면 놓칠 수 있고
너무 열심히 읽으면 눈물이 날 수 있다.
당신은 세상에서 그저 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그 누군가에게
당신은 세상의 전부일 수 있다.
인생은 여행과 같다.
우리가 신경 쓸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길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과
그 풍경을 바라보는 마음이다.
/ 2020.12.11 편집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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