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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산책]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신비로움...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2020.11.22)

푸레택 2020. 11. 22. 18:12
































































■ 서울식물원 열대관에 피어난 아름다운 풀꽃
ㅡ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끼다

° 안스리움(천남성과)
° 스파티필름(천남성과)
° 극락조화(극락조화과)
° 아부틸론(아욱과)
° 네오레겔리아(파인애플과)
° 틸란드시아-키아네아(파인애플과)
° 몬스테라(천남성과)
° 네펜데스(벌레잡이통풀과)
° 칼라데아-루테아(미란타과)
° 코코넛야자(야자과)
° 바나나(파초과)

♤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마음 다잡고 들꽃에 가까이 다가가
오래오래 세세히 살펴볼 것이다.
자세히 봐야 예쁘고 오래 봐야 사랑스럽다.
모름지기 자연은
자기에게 눈길을 주는 이에게만
비밀의 문을 열어준다.

■ 식물이 뭘 알고서, 식물이라 얕보지 마라
/ 권오길 달팽이 박사의 생명 이야기

꽃에는 제 꽃송이에 암술과 수술이 다 있는 양성화(兩性花·암수갖춘꽃)와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 단성화(單性花·안갖춘꽃)가 있다.

단성화는 호박·오이·수박처럼 한 포기에 암수 꽃이 따로 열리는 자웅동주(雌雄同株·암수한그루)와 은행나무같이 숫제 암수 나무가 별도인 자웅이주(雌雄異株·암수딴그루)가 있다. 그리하여 "은행나무도 마주 서야(봐야) 연다"고 하는 것. 이렇게 암수딴그루인 목본(나무)에는 은행 말고도 비자나무·주목·버드나무·뽕나무·초피나무·다래 등등이, 초본(풀)엔 드물지만 환삼덩굴·수영·시금치가 있다.

김춘수 시인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읊조리셨지. 스웨덴의 국보요, 학명(이명법)을 창안해 낸 분류학의 비조(鼻祖) 린네도 짐짓 꽃을 무척 좋아했다 한다. 선생은 양성화를 빗대어 "가운데 아리따운 여자(암술) 하나를 두고 둘레에 여러 남자(수술)가 빙 에워싸고 서로 사랑하고 있다"고 했다.

별 시답잖은 소리 다 한다고 하겠지만 제대로 정곡을 찔렀다. 꽃은 식물의 생식기관 아니던가? 더군다나 동물은 바깥 생식기를 사타구니에 끼워 놓는데, 어째 꽃식물은 해괴망측하게도 벌건 대낮에 덩그러니 드러내 머리에 이고 있담.

게다가 꽃은 벌레를 꾀어 끌려고 곱디고운 색옷을 입었고, 짙은 향기를 풍기니 그것은 다름 아닌 '호르몬'이요 '페로몬'이렷다. 세상에 공짜 없으니, 곤충은 꿀물을 빤 대신 암술머리에 꽃가루를 묻혀주니 서로 주고받기다. 그런데 꽃냄새도 힘들여 만들었기에 함부로 아무 때나 발산하지 않는다.

봉접(蜂蝶)에게 수분(受粉·꽃가루받이)을 맡기는 꽃은 한낮에, 밤벌레 나방이에게 신세 지는 꽃은 야밤에 향내를 날린다. 그리고 풋나무는 가만히 있다가도 사람이 툭 치거나 만질라치면 풀냄새를 벌컥 내뱉는다. 소위 제라늄이나 허브 따위가 심한데, 이는 천적(원수)이 자기를 해치러 온 줄 알고 쫓아버리려고 내뿜는 '독가스'다.

그나저나 식물이라고 얕봤다는 큰코다친다. 암술과 수술이 길이 차이를 내거나 성숙 시기를 달리하므로 제 꽃의 꽃술끼리 수분(자화수분)을 피하며, 수분이 일어났다 쳐도 아예 수정(受精·정받이)하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같은 꽃에서는 물론이고 같은 그루의 어떤 다른 꽃과도 정받이하지 않으니 이를 자가불화합성(自家不和合性)이라 한다.

세상에, 놀랍고 무섭다. 식물이 뭘 알고선. 그래서 "과일나무를 심어도 여럿 심어라"고 했던 모양. 그러나 예외가 더러 있어서, 꽃가루를 적게 만들면서 꽃냄새도 내지 않는 벼·보리·밀·완두·목화·상추는 자가수분(自家受粉·제꽃가루받이)한다.

아무렴 영민하긴 동식물이 하나도 다르지 않지. 달팽이나 지렁이는 말할 것 없고, 하물며 회충이나 촌충 같은 기생충도 자웅동체(雌雄同體·암수한몸)이면서도 짝짓기하여 다른 개체의 정자를 받는다. 우리는 근친교배하면 이따금 악성 형질 자손이 생긴다는 것을 느지막이 배워 우생학을 논하게 되었고, 드디어 근친결혼을 피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만 해도 '동성동본은 결혼 불가'였으나, 이젠 '8촌 이내의 혈족끼리 불가'로 바뀌었다고 한다.

마땅히 식물계도 일정한 질서와 규칙이 있는 법이니, 외떡잎식물은 번식기관(꽃잎·꽃받침·수술)의 개수가 3의 배수이고, 쌍떡잎식물은 4와 5의 배수다. 마음 다잡고 들꽃에 가까이 다가가 오래오래 세세히 살펴볼 것이다. 자세히 봐야 예쁘고 오래 봐야 사랑스럽다. 모름지기 자연은 자기에게 눈길을 주는 이에게만 비밀의 문을 열어준다니 말이다.
(권오길: 강원대학교 생물학과 명예교수 )

* 비조(鼻祖): 태아가 생길 때 코가 가장 먼저 형상을 이룬다는 것에서, 세상이 주목할 만한 중요한 일을 처음 시작한 사람이나, 모든 사물의 시초를 의미한다. 시조(始祖), 원조(元祖), 창시자(創始者).

■ [과학칼럼] 식물의 생식기, 꽃들의 유혹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일엽지추(一葉知秋)라, 나뭇잎 하나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왔음을 안다. 코스모스도 가을을 상징하지 않는가? 코스모스(cosmos)의 우리말 이름은 '살살이꽃'이다. '살살이'란 가냘프면서도 고움을 나타내는 말로 가늘고 약한 몸이 실바람에도 부드럽게 할랑거리는 모양을 말하지 않는가. 살살이꽃은 한들한들 피어 있다가는 하늘하늘 바람결에 온몸을 살랑살랑하다가는 힘찬 강풍이나 자동차 바람에 세차게 일렁거린다. 모름지기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춰라. 그러나 태산 같은 자부심을 잃지 말 것이다.

살살이꽃은 멕시코가 원산지라 하고, '우주'라는 뜻이 있나 하면 '질서와 조화의 세계'를 의미하여 혼돈(chaos)에 맞서는 말이다. 살살이꽃의 꽃말은 '청순한 소녀의 순정'이라 하며, 신이 제일 처음 연습 삼아 습작한 꽃이라고 하니 세상에 가장 먼저 만들어진 꽃인 셈이다. 믿거나 말거나. 아니다, 그렇게 믿자꾸나.

국화과 식물의 꽃은 특징이 하나 같이 닮아서 코스모스나 국화는 여러 개의 꽃이 모여서 하나의 꽃송이를 이루고, 그 꽃 한 송이가 전체로 보아 머리를 닮았다고 두상화(頭狀花)라 칭한다. 살살이꽃 둘레에 나 있는 커다란 꽃은 그 모양이 혓바닥을 닮았다고 하여 설상화(舌狀花)라 하는데, 그것은 씨를 맺지 못하는 불임성이 있는 꽃이다. 실제로 '혀 꽃' 안쪽에 촘촘히 박혀 있는 꽃 같잖은 작은 꽃들이 진짜 꽃으로 관상화(管狀花) 또는 중심화라 부르며, 이것이 양성화(兩性花, 암술·수술을 모두 가진 꽃)로 씨를 맺는다. 다시 말하지만 안에 들어 있는 작은 꽃이 진짜 꽃이다. 살살이꽃의 설상화는 8개이고 재래종 국화인 산국은 20여 장이라는 것을 알아 두렷다. 맞다, 세상은 아는 것만큼 보인다.

그럼 씨도 맺지 못하는 주제에 커다란 '둘레 꽃'은 왜 피운단 말인가? 해바라기도 노랗고 큰 가짜 꽃이 여럿 둘러나 있지 않는가. 물어볼 필요 없이 해바라기도 국화과 식물이라 그렇다. 어쨌거나 중심화가 발달하지 않아 봉접(蜂蝶)이 꽃을 알아보지 못하기에 이런 멋진 꽃을 둘레에 피워 곤충들에게 "우리 여기 있다"고 알리고 있는 것이다. 거참, 꽃들도 예사롭지 않구나.

이 추운 날에도 흐드러지게 맵시를 뽐내고 있는 들꽃들에게로 걸음을 옮겨보자. 꽃이 울긋불긋, 형형색색으로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은 벌 나비 불러와 꽃가루를 옮겨 붙게 하여 후사를 남기자고 하는 짓이다. 꽃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식물학자이며, 학명 쓰기를 창안해낸 분류학자 린네는 꽃을 놓고 말하기를, "가운데 자리에 한 여자(암술)가 드러누워 있고 둘레에 여러 남자(수술)가 둘러 있어 서로 사랑을 하는 것"이라고 했겠다. 맞는 말이다. 정녕 꽃(자연)을 있는 그대로 봤구나.

꽃은 식물의 생식기다. 동물은 생식기를 몸 아래쪽에 달고 있는데, 식물은 몸(줄기)의 위 끝자락에 수줍음 하나도 없이 덩그러니 매달아 곤충들을 꼬드기고 있다. 사람들은 그 꽃을 혐오스럽게 여기지 않고 냄새까지 맡고 있으니…. 저 아름다운 가을꽃들을 몇 해 더 만나보고 이승을 떠나게 될까나. 인생무상이라! (권오길 | 전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

■ 꽃처럼 살아남기 / 최문형 성균관대 초빙교수

겨울에도 장미가 핀다. 소담한 붉은 장미는 여름 장미보다 매혹적이다. 울긋불긋 단풍이 떨어져 도로며 계단을 모자이크로 장식할 무렵 풍만한 장미가 시선을 잡아당긴다. 삭막한 계절을 위무하려는 듯 장미는 화사하고 도도하게 피었다. 신성한 꽃들은 고대부터 인간의 눈을 사로잡았다. 고대인들은 신의 사원을 말린꽃으로 장식하기도 했다. 말린꽃이 더 이상 지지 않듯이 신 또한 영원함을 기리는 것이리라.

이렇게 신비한 꽃의 정체를 만천하에 적나라하게 밝혀 욕을 먹은 사람이 있다. 독일의 고등학교 교장이었던 크리스티안 슈프렝겔(1750~1816)은 호기심이 퍽이나 많은 사람이었나 보다. 벌이나 나비가 꽃을 찾는 것을 보고 우리 인간들처럼 꽃을 그저 좋아하는 걸로 생각하던 그 시절에 그는 곤충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 결과 나비와 벌이 그저 즐기려고 꽃을 찾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꽃 속의 암술과 수술을 수분하고 수정해주기 위한 중매쟁이가 바로 곤충임을 알아차렸다. 곤충들은 화밀에서 양분과 식량을 얻어가지만 그 과정에서 꽃은 수분을 할 수 있다.

후손을 두어 살아남으려는 식물의 욕망이 곤충들을 끌어당긴 것이다. 슈프렝겔이 처음 이 사실을 발표했을 때 세상은 떠들썩했다. 신성함과 신비로움의 대명사인 꽃이 번식을 위한 식물의 생식기라니! 사람들의 실망과 허탈함은 참으로 컸으리라.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충격은 지나갔고 꽃들은 여전히 인간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금 원예전문가들은 앞 다투어 자신이 꽃들의 중매쟁이 노릇을 하기도 한다. 사실 지구에 꽃이 나타나고 나서 자연은 확 바뀌었다.

인간에게 농업혁명이 있듯이 자연에는 꽃의 혁명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꽃이 피고부터 식물들의 번식에는 에너지 낭비가 줄었다. 자신들을 짝짓기해줄 동물들 입맛에 맞는 양분만 만들면 살아남아 자손을 퍼뜨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들은 그렇게 특이한 방식으로 자신을 보존한다. 동물은 평소에 생식기를 드러내고 살지 않는 구조를 지녔다. 민감하고 중요한 기관이므로 적당한 곳에 감추어져 있다.

하지만 식물의 경우는 다르다. 동물처럼 했다가는 짝짓기를 하지 못해 후손을 퍼뜨리지 못하고 멸종할 것이다. 그래서 식물은 획기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생식기를 크고 화려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데 노력과 자원을 쏟아 부은 것이다. 바로 각양각색의 꽃들이다. 식물생식기인 꽃들의 향기와 모양과 빛깔에 끌려 인간이고 동물이고 아주 정신을 잃을 지경이다. 그런데 인간이나 동물이 우생학적으로 근친상간을 피하는 것처럼 식물도 자가수분은 딱 질색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것만은 피하려고 한다. 만약 식물이 자가수분을 좋아했다면 굳이 꽃을 피워 그 안에 있는 암술과 수술을 노출시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되도록 눈에 띄는 꽃을 피워 여러 중매쟁이들의 방문을 받고 그들과 사귀는 꽃의 전략은 무엇인가? 그렇다. 바로 이질적인 유전자들의 조합이다.

되도록 멀리 있는 유전자를 끌어당기려고 엄청난 방식을 택한 식물이 있다. 시체꽃이라는 별명을 가진 타이탄 아룸은 7년간 양분을 비축하고 4개월을 기다려 무려 3미터의 기둥을 키운다. 이 기둥 전체가 꽃이다. 어마어마한 악취를 만들어 섭씨 36도의 열로 뿜어낸다. 그 결과 1킬로미터 반경의 파리들이 몰려온다. 파리가 수분매개자인 탓이다. 상당한 에너지가 들어가므로 딱 이틀간 핀다. 일대의 파리들을 무진장 불러 모은 이 거대한 꽃은 이틀 뒤에는 허무하게 스러진다. 타이탄아룸의 짝짓기 전략은 통 크다.

우리 인간도 중매쟁이가 필요하다. 결혼하기 위한 중매쟁이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인생의 고비 고비에서 가능성의 씨앗이 싹트고 자라고 꽃피우고 열매 맺는 것을 도울 사람들을 말한다. 부모일수도 친척일수도 친구일수도 스승일수도 선배일수도 후배일수도 있다. 마음 속 정과 공감과 애틋함과 관심이 그들에게 줄 수 있는 화밀과 영양분일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꽃이 된다. 내 마음의 정수(精髓)를 상대에게 열어 보이고 그것을 나누면서 우리 서로는 수분매개자가 된다. 크게 피우고 자신 있게 많이 열어 줄 때 우리는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서로의 씨앗, 서로의 꿈을 중매해 주는 소중한 존재가 된다. 되도록 먼 곳에 있는, 되도록 이질적인 친구들은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할 가슴 설레는 곳으로 안내해 주기도 한다.

꿈의 실현에도 동종교배, 자가수분이 큰 도움이 못되기 때문에 먼 곳의 친구가 좋다. 양분을 온축해서 필생의 의지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일, 꽃처럼 살아남기는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멀리서 가까이서 온 소중한 벗들과 조우한다. 향기와 화밀로, 아름다움과 양분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꽃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겸임교수)

[출처] 한국조경신문 발췌 / 최문형의 식물 노마드

/ 2020.11.22(일) 사진, 서울식물원에서 찍음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