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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산책] '2020 한국야생화대전'..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는 나무와 풀꽃 (2020.11.13)

푸레택 2020. 11. 20. 10:33












































■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는 야생화

지난 주 금요일 '2020 한국야생화대전'을 보기 위해 서울식물원을 찾았다. 전시회는 서울특별시와 한국야생화협회 주최로 식물문화센터 1층 로비에서 열리고 있었다.(2020.11.13~11.15) 비록 화분에 담겨져 세상 속 한가운데로 옮겨진 꽃들이지만 도심에서 흔히 만날 수 없는 꽃들이라 무척 반가웠다. 코로나로 지쳐있는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고 위로해 주는 야생화가 고맙기 그지 없다.

이번 2020년 한국야생화전시회는 서울시민의 녹색 갈증을 해소하고 우리 산천에서 자라는 야생화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효용성을 알리고 토종식물자원의 중요성을 공유하며 우리 야생화의 보존과 세계화를 위해 개최했다고 한다. 들꽃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멋지게 창조해 낸 야생화 작가들의 노고 덕분에 아름다운 야생화를 이 늦가을 집 가까이에서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전시 작품들이 하나 같이 멋지고 품격이 느껴진다. 금국과 해국, 갯국, 구절초, 석곡, 자금우, 만병초, 팔손이, 털머위, 심산부추, 제주모람, 상록둥굴레, 둥근바위솔, 진주바위솔, 황칠나무, 우단일엽, 진도사자일엽, 고사리삼, 나무고사리가 제각기 독특한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늦가을이라 봄이나 여름 야생화를 볼 수 없어 조금 아쉽지만 가을꽃과 상록식물의 매력과 아름다움은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그중 특히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식물은 황칠나무다. 십여 년 전 윤선도의 유적지가 있는 땅끝마을 해남 보길도를 찾아 생태탐사를 했었다. 그때 그곳에서 황칠나무 묘목 한 그루를 얻어 애지중지 집으로 모셔와 화분에 심어 길렀던 적이 있다. 황칠나무는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한국 특산종이다. 항암작용을 하는 물질이 들어있어 약용의 가치가 높다 하여 한때 큰 인기를 끌었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해남에서는 여전히 황칠나무를 많이 재배하고 항암 물질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은 조금 초연해졌지만 하늘말나리며 금강초롱이며 각시붓꽃이며 이런 야생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고 두근거렸던 때가 있었다. 야생화를 찾아서 한라산 영실과 울릉도 성인봉, 대암산 용늪을 오르던 시절도 있었다. 올해는 일년 내내 코로나로 발이 묶여 산과 들을 자유롭게 찾지 못하니 따뜻한 햇살 아래 고혹적으로 피어난 야생화를 찾아 마음껏 산과 들로 나다니던 그때가 새삼 그리워진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서 자연의 혜택 속에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간다. 젊은 사람들은 나무와 꽃에 관심이 많지 않다. 꽃보다 더 좋은 '사람'에 관심이 많고 자식들 낳아 키우느라 꽃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들은 나무와 꽃에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된다. 그리고 꽃의 이름을 알고 그 이름을 불러주고 싶어한다. 그의 이름을 알고 그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한 그루의 나무와 풀은 내 앞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자주 우리의 산과 들을 찾아 우리 산천에서 자라고 피어나는 꽃들을 보고 생태적 감수성을 키워 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갔으면 좋겠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래도 조금은 풀꽃 같은 너그럽고 넉넉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산천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나무와 풀꽃들을 보며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고 꿈과 희망을 품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 들풀 / 이영춘 시인

세상이 싫고 괴로운 날은
바람 센 언덕을 가 보아라
들풀들이 옹기종기 모여
가슴 떨고 있는 언덕을

굳이 거실이라든가
식탁이라는 문명어가 없어도
이슬처럼 해맑게 살아가는
늪지의 뿌리들
때로는 비 오는 날 헐벗은 언덕에
알몸으로 누워도
천지에 오히려 부끄럼 없는
샛별 같은 마음들

세상이 싫고 괴로운 날은
늪지의 마을을 가 보아라
내 가진 것들이
오히려 부끄러워지는
한 순간

ㅡ 이영춘 시인의 '들풀' 詩 전문

/ 2020.11.20 택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