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소설읽기] 「반연애론」 조해일 (2020.11.04)

푸레택 2020. 11. 4. 22:20





오늘은 1995년에 발간된 한국소설문학대계(65) 조해일(趙海一)의 『아메리카』에 실려있는 중단편소설 '아메리카'와 '멘드롱 따또' 그리고 '반(反)연애론'을 읽었다. '반연애론'은 현실일탈적인 연애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 읽는 재미를 쏠쏠하다. 그러데 왜 연애론이 아니고 반(反)연애론일까?

■ 반(反)연애론 / 조해일 (1975년 作)

1장

여자를 아주 쉽게 얻는 경우에 남자들은 흔히 그 여자에 대한 우월감에 빠지는 수가 있다. 그리고 그때가 아마도 남자에게는 가장 불행한 한때가 아닌가 한다. 적어도 연애에 있어서는 그런 것 같다. 왜냐하면 그때 그 남자의 마음 속에는 사랑의 뿌리가 미처 자리를 잡기도 전에 욕망의 몹쓸 잎사귀들만 무성하게 자라서 그의 영혼을 아주 황폐하게 만들어 버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의 경험에 의하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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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손쉽게 구하려거든 Q시(市)로 가라."
그 말을 나는 휴가를 하루 앞둔 어느 겨울날 저녁 군대 내무반의 한 고참 병장으로부터 들었다. 그 방면(여자 낚기)에 아주 조예가 깊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그 고참의 말은 매우 신뢰할 만했고 미처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한 내게는 아주 귀중한 정보가 되어 주었다.

(중략)

자, 이제 그 후의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가를 말할 차례다. 살았는가? 죽었는가? 그리고 혹 연락 같은 건 다시 없었는가? 물론 살아 있다. 그리고 연락이 꼭 한ㅂ 번 있었다. 그녀는 덕섭의 집주소를 기억해 두었던 모양으로 두어 달 뒤 그녀로부터의 편지 한 통을 가지고 덕섭이 부대로 나를 찾아왔었는데 편지의 내용은 그녀가 아기를 가졌다는 것이었다. 나는 물론 아무런 답장도 하지 않았다.
(『무쇠탈』, 솔출판사, 1993)

[출처] 한국소설문학대계 65 (1995, 동아출판사) 발췌

이 소설은 서울대학교 한국어문학연구소가 선정한 '한국단편소설베스트2 100'에도 실려 있다.

/ 2020.11.04(수) 편집 택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