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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산책] 개화산 둘레길 걷기.. 개화산 아늑한 꽃수풀 속에 잠든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며 (2020.10.29)

푸레택 2020. 10. 30. 13:07

개화산 아늑한 꽃수풀 속에 잠든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며

ㅡ 고즈넉한 개화산(開花山) 둘레길 걷기


◇ 오늘 산책 코스: 집 출발→강서 07번 마을버스개화산역하늘길전망대개화산호국공원(호국충혼위령탑)미타사신선바위아라뱃길전망대봉수대헬기장개화산전망대약사사개화근린공원방화역집 도착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10월, 시월도 중순을 넘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올 한해는 그 어느 해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루하루의 삶이 살얼음 위를 걸어가는 것만 같다. 정든 일산을 떠나 이곳 강서로 보금자리를 옮긴지 보름이 지났다. 며칠 전엔 호수와 숲이 어우러진 마곡 서울식물원을 찾아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꼈다. 서울식물원은 초지원과 호수원, 습지원, 주제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식물원산책은 일산호수공원과는 또다른 느낌을 받는다. 나의 주된 관심거리인 나무와 풀꽃들이 많이 있어 좋고, 특히 주제원 온실에서 열대식물을 관람하면 마치 동남아여행을 하는 기분에 젖어든다. 엊그제는 가양동에 있는 궁산(宮山)과 양천향교, 겸재정선미술관을 둘러보았다. 아름다운 강서의 이곳저곳 구석구석을 찾아 사진으로 담고 블로그에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은 어지러운 마음을 잊고자 개화산 둘레길을 걸었다. 강서 07번 마을버스를 타고 개화산역에서 내려 방원중학교 쪽 강서둘레길로 접어들었다. 비탈진 산길을 조금 올라가니 멋진 ‘하늘길전망대’가 나타난다. 멀리 김포공항에 착륙한 비행기들이 자그마한 장난감처럼 보인다. 우리의 삶도 우주의 수십억 년 긴 시간 속에서는 한 순간이듯, 우리의 고뇌도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면 참으로 하찮은 것일지도 모른다. 

가을 숲길엔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미타사로 내려가는 길로 접어드니 개화산 호국공원이 나타난다. 70년 전 6.25전쟁 때 무명 용사 1,100명이 이곳 개화산에서 최후를 맞이했다고 한다. 이곳 호국공원은 개화산 전투에서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장렬히 산화한 용사들이 잠든 곳이다. 호국공원 중앙에는 꽃다운 나이에 조국을 위해 싸우다 숨져간 용사들을 추모하는 호국충혼위령탑(護國忠魂慰靈塔)이 우뚝 세워져 있다.

그 젊디 젊은 푸르른 나이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와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용사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호국 영령들의 넋을 추모하는 묵념을 올렸다. 위령탑 뒷쪽에는 있는 전사자 명각비에는 1,100여 명의 전사자 이름이 새겨져 있다. 강원도 강릉 김인석 최찬재, 고성 최영조, 경기도 강화 고진석 구윤회... 그리고 고향을 알 수 없는 이름들. 꽃다운 나이에 스러져간 청춘들의 이름들이 더욱 내 마음을 숙연케 한다.

다시는 이 땅에 꽃다운 청춘 그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전쟁의 아픔과 고통과 슬픔을 잊지 말고 평화의 소중함을 늘 깨달아야겠다. 개화산 호국충혼위령탑 옆에 호국충혼위령건립위원회가 세운 자그마한 비(碑)에는 호국의 영전에 바치는 가슴 아픈 글이 새겨져 있었다.

호국의 영전(靈前)에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목숨을 초개(草芥)와 같이 던져 개화산의 나무가 되고 풀이 된 호국영령(護國英靈)이시여! 이 땅의 평화와 번영이 영령들의 몫이건만 무심한 세월 속에 호국충절(護國忠節)의 그 뜻을 제대로 기리지도 못하였나이다. 이제 개화산 아늑한 꽃수풀 속에 영령들을 위한 조촐한 자리를 마련하옵고 두 손 모아 머리를 숙이옵니다. 꽃다운 청춘, 뜨거운 육신이야 산화(散花)했을지언정 호국충절의 혼백이야 어이 흩어질 수 있으리오. 님이시여! 이제 영원의 세계, 자유롭고 평화로운 진리의 고향으로 돌아가소서. 님들을 기리는 뜻, 여기 우뚝 세우니 안심입명(安心立命)하소서. ㅡ 위령탑 건립 1994년 3월 호국충혼위령비 건립위원회

구전(口傳)에 따르면, 어느 날 미타사 주지였던 송강 스님의 꿈속에 피를 흘리며 울부짖는 군인들이 자주 나타났다고 한다. 스님은 동네 원로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곳에서 산화한 전진부대 장병들의 전몰 내력을 알게 되었고, 이를 군에 알려 육군 1사단의 현장 검증과 자료 조사 등을 통해 비로소 개화산 전투의 실체가 밝혀졌다고 한다. 뒤늦게 1994년 6월 28일 개화산 자락 미타사 인근에 호국충혼위령비가 세워졌고 이후 매년 6월에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위령비 옆 비석에는 1,100여 명의 전사자 명단을 새겨놓았다.

호국공원 조금 아래쪽에 개화산 미타사가 있다. 미타사는 한국전쟁 때 절의 크고 작은 모든 당우(堂宇)들이 전소되는 비운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곳은 육군과 인민군이 치열한 교전을 벌이던 격전지로, 김포공항을 사수하던 육군 1,100명이 전사한 아픔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마타사는 도심 속 사찰이면서도 한적하고 단촐한 느낌이 든다.

미타사를 잠시 둘러보고 다시 신길을 오르니 신선(神仙)이 호랑이를 타고 와서 쉬었다는 신선바위가 나타난다. 사진 속 신선바위는 보이지 않는다. 주변의 모든 바위들이 신선바위인 듯하다. 단풍든 호젓한 산길을 걸어가니 아라뱃길전망대가 나온다. 멀리 전호대교와 한강의 주변 모습이 아스라이 보인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여 개화산 봉수대와 봉화정을 둘러보았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원래 봉수대(烽燧臺)가 있었던 곳은 개화산(128m) 정상 현재 군부대가 위치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에 설치된 두 개의 봉수대는 원형을 복원한 것이 아닌 모형이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이곳 개화산 봉수대에서 남산봉수대 쪽으로 봉화로 적의 침입과 동태를 알렸다. 봉수대는 통신수단의 발달로 그 수명을 다해 1894년 갑오개혁 때 폐지되었다고 한다.

헬기장 옆에 위치한 개화산전망대에 오르니 멀리 한강과 고양시가 보이고, 북한산과 노고산도 아스라이 시야에 들어온다. 안내판엔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鄭敾)이 양천현령을 지낼 때(1740~1744년) 그의 붓끝으로 그린 양천현 개화사(현 약사사)가 담겨진 그림이 소개되어 있다.

개화산전망대에서 약사사로 내려가는 길엔 참나무 낙엽이 쌓여 운치를 더한다. 낙엽을 밟으며 내려오니 고려 후기에 창건되었다고 하는 약사사가 나타난다. 약사사(藥師寺)는 겸재 정선이 자주 찾아왔고 그림으로도 남긴 개화산의 유명 사찰이다. 조선시대 진경산수화로 이름을 떨친 겸재 정선은 개화사(開花寺)란 제목으로 개화산과 절 그리고 주변의 풍경을 그림으로 남겼는데, 바로 이 개화사가 지금의 약사사라고 한다.

개화산 곳곳에 생태연못을 조성하고 친수공원을 만드는 개화산 되살리기 공사가 한창이다. 지하수를 활용하여 건천인 개화천을 사계절 실개천이 흐르는 산으로 만드는 공사라고 한다. 산은 물이 흘러야 제멋이 나는 법이다. 실개천이 휘돌아나가는 개화산이 기다려진다.

오늘은 단풍이 한창 물들어가는 개화산 둘레길을 걸으며 세상시름 잠시 잊고 가을을 만끽하였다. 개화산을 하산하는 길에서도 개화산 전투 충혼비에 새겨진 젊은 이름들이 내 마음에 계속 머물러 있다. 출신지조차 알 수 없는 스물 다섯 병사들의 전사통지서는 제대로 집에 전달되었을까, 최전방 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어린 병사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내 마음 속을 떠나지 않았다. 살아남은 자들의 책무는 조국을 위해 산화한 그들을 추모하고 다시는 꽃다운 청춘들이 전쟁이란 이름으로 스러져가지 않도록 이 땅에 진정한 평화를 정착하는 일일 것이다.

가을 단풍으로 아름답기만 한 개화산에도 이런 전쟁의 아픔이 서려 있음을 알게 되었다. 봄이 오면 개화산 아늑한 골짝에 용사들의 넋처럼 봄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리라. 그 곱게 피어난 꽃들을 보며 우리들의 아버지뻘 또는 할아버지뻘 되는 6.25 전사자들의 거룩한 뜻을 다시금 기리리라.

가을이 깊어가는 개화산 강서둘레길은 참 한적하고 고즈넉하다. 개화산 둘레길은 연인들끼리 친구들끼리 그리고 온 가족들과 함께 걷기 좋은 길이다. 오늘은 개화산 둘레길을 걸으며 호국공원과 사찰, 봉수대와 전망대 곳곳을 둘러보며 우리 조상들의 숨결과 역사의 아픔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소소한 일상 속 작은 즐거움과 행복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숨죽여 살아가야 하는 이 코로나 시절은 언제쯤 끝날까. 하루빨리 예전의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 대중교통편 (위치정보)
1. 개화산은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높이 184m의 아담한 산입니다.
2. 서울지하철 6호선 방화역(종점) 또는 개화산역에서 내려서 방원중학교 쪽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3. 강서 07번 마을버스 타고 개화산역 또는 방화역에 내려서 방원중학교 쪽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4. 서울지하철 9호선 개화역(종점)에서 내려서 미타사 또는 개화산호국충혼탑 쪽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 산책팁
1. 개화산이 높이 184m로 험한 코스는 없지만 산에 오르실 때는 구두 대신 운동화(등산화)를 신어야 편합니다.
2. 개화산은 연인, 친구, 가족과 함께 나들이하기에 정말 좋은 멋진 산입니다. 약사사와 미타사 같은 유서깊은 사찰도 있고, 개화산 봉수대도 있습니다.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호국충혼위령탑이 있는 호국공원도 있습니다.
3.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에 관한 일화와 그림을 만날 수 있어요. 산악기상관측 장비도 볼 수 있어요. 자연과 문화, 역사를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개화산 둘레길 온 가족 함께 해요.

[사진] 개화산 둘레길에서 촬영 2020.10.29

/ 2020.10.29(목) 글=김영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