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감사하다 정호승, 10월 엽서 이해인, 한가위 최광림, 산골 이발소 이범노, The Rose - Bette Midler, Westlife (2020.10.04)

푸레택 2020. 10. 4. 17:29

 

 

 

 

 

 

 

■ 감사하다 / 정호승

태풍에 부러져 내린 가로수
태풍이 지나간
이른 아침에
길을 걸었다

아름드리
프라타너스나
왕벚나무들이
곳곳에 쓰러져
처참했다

그대로 밑동이 부러지거나
뿌리를 하늘로
드러내고 몸부림치는

나무들의 몸에서
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키 작은 나무들은
쓰러지지 않았다

쥐똥나무는 몇 알
쥐똥만 떨어드리고 고요했다

심지어 길가의
길가의 풀잎도
지붕 위의 호박넝쿨도
쓰러지지 않고

햇볕에 젖은 몸을
말리고 있었다
내가 굳이 풀잎같이

작은 인간으로
만들어진 까닭을
그제서야 알고
감사하며 길을 걸었다

■ 10월 엽서 /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게요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게요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
붉은 단풍에 물들어
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

우표 없이 부칠 테니
알아서 가져가실래요

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10월 어느 날

♤ 넉넉한 풍요 속에 여유 넘치는 가을입니다.
푸른 하늘에 더 투명해지고 붉은 단풍에
더 따뜻해진 내 마음을 훔쳐 가실래요?
우표도 없는데….

■ 한가위 / 최광림

어머니,
오늘은
당신의 치마폭에서
달이 뜨는 날입니다

아스라한 황톳길을 돌아
대 바람에 실려온
길 잃은 별들도
툇마루에 부서지는
그런 날입니다

밀랍처럼 곱기만 한 햇살과
저렇듯 해산달이 부푼 것도
당신이 살점 떼어 내건
등불인 까닭입니다

새벽이슬 따 담은
정한수 한 사발로도
차례 상은 그저
경건한 풍요로움입니다

돌탑을 쌓듯
깊게 패인 이랑마다
일흔 해 서리꽃 피워내신
신앙 같은 어머니

추석 지나 저녁 때 / 나태주

남의 집 추녀 밑에
주저앉아 생각는다
날 저물 때까지

그때는 할머니가 옆에
계셨는데
어머니도 계셨는데
어머니래도 젊고 이쁜
어머니가 계셨는데

그때는 내가 바라보는
흰 구름은 눈부셨는데
풀잎에 부서지는 바람은
속살이 파랗게
떨리기도 했는데

사람 많이 다니지 않는
골목길에 주저앉아 생각는다
달 떠 올 때까지

추석 달을 보며 / 문정희

그대 안에는
아무래도 옛날 우리 어머니가
장독대에 떠놓았던 정한수 속의
그 맑은 신이 살고 있나 보다

지난 여름 모진 홍수와
지난 봄의 온갖 가시덤불 속에서도
솔 향내 푸르게 배인 송편으로
떠올랐구나

사발마다 가득히 채운 향기
손바닥이 닳도록
빌고 또 빌던 말씀

참으로 옥양목같이 희고 맑은
우리들의 살결로 살아났구나
모든 산맥이 조용히 힘줄을 세우는
오늘은 한가윗날

헤어져 그리운 얼굴들 곁으로
가을처럼 곱게 다가서고 싶다
가혹한 짐승의 소리로
녹슨 양철처럼 구겨 버린
북쪽의 달, 남쪽의 달
이제는 제발
크고 둥근 하나로 띄워 놓고

나의 추석 달은
백동전 같이 눈부신 이마를 번쩍이며
밤 깊도록 그리운 얘기를 나누고 싶다

산골 이발소 / 이범노

팔십 년 묵은 감나무 아래
통나무 의자를 놓고
머리를 깎습니다

이빨 빠진 기계가 지나간 뒤
더벅머리 깎이는 아이들의 머리는
뒷산에 떨어지는 알밤처럼
여물었습니다

껄밤송이 같은 아이들이
주머니엔 알밤이 가득
땡감을 깨물면서 머리 깎으러
모여옵니다

달은 매일 밤 통통 여물어 가고
내일은 추석

감은 햇볕에 데어 붉었습니다
밤은 기쁨에 겨워
가슴을 헤치고 여물었습니다
노란 감나무잎 날리는 바람은
시원해 좋은데,
들지 않는 기계를 놀리느라고
아저씨 이마는 땀방울이
송알송알 열립니다

깎은 아이 웃고,
깎는 아이 눈물 짜고,
내일은 추석
오랜만에 부산한 산골 이발소엔
여무는 가을 하늘이
한아름 다가옵니다


/ 2020.10.04 편집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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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se / Bette Midler, Westlife

Lyrics:
Some say love, it is a river That drowns the tender reed.
Some say love, it is a razor That leaves your soul to bleed.
Some say love, it is a hunger, An endless aching need.
I say love, it is a flower, And you its only seed.

It's the heart afraid of breaking That never learns to dance.
It's the dream afraid of waking That never takes the chance.
It's the one who won't be taken, Who cannot seem to give,
And the soul afraid of dyin' That never learns to live.

When the night has been too lonely
And the road has been too long,
And you think that love is only For the lucky and the strong,
Just remember in the winter Far beneath the bitter snows
Lies the seed that with the sun's love
In the spring becomes the rose.

I'm never gonna treat you bad Cos I never wanna see you sad
I swore to share your joy and your pain And I swear it all over again

Some say love it is a river
That drowns the tender reed
Some say love it is a razor
That leaves your soul to bleed
Some say love it is a hunger
An endless aching need
I say love it is a flower
and you it's only seed

It's the heart afraid of breakin'
That never learns to dance
It's the dream afraid of wakin'
That never takes the chance
It's the one who won't be taken
Who cannot seem to give
And the soul afraid of dyin'
That never learns to live

When the night has been too lonely
And the road has been too long
And you think that love is only
For the lucky and the strong
Just remember in the winter
Far beneath the bitter snows
Lies the seed that with the sun's love
In the spring becomes the r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