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삶] 살아가는 이야기

[세상만사] 소설과 바둑으로 세월을 낚다 (2020.09.15)

푸레택 2020. 9. 15. 10:35

 

 

 

 

 

 

 

■ 수리 퀴즈 문제나 풀어보면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다. 코로나 만으로도 지쳐가는 삶인데 이런 와중에 소위 목회자라는 사람이 헛소리나 해대고, 자신만의 이익과 자신이 속한 집단만의 이익만 챙기는 이기적 집단들은 오늘도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이런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코로나 대유행보다 더 괴로운 일이고 이런 집단의 행태는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평범한 사람들이 다다를 수 없는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세상의 주류가 되고 그 장대한 물결이 탁류를 이루어 흘러가는 혼탁한 시절이다. 그들은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여 여론을 주도하고 호시탐탐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다. 어느 땐들 평온한 시절이 있었을까만은 요즈음은 정말 온통 정신이 없을 만큼 불공정과 불의가 활개를 치는 세상이 되었다.

의로운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불의한 사람들이 칼춤을 추는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평범한 개인은 지쳐간다. 맑고 투명하고 정의롭고 의로운 사회를 기대했던 꿈을 접는다. 모든 것이 정치 구호였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사람사는 세상, 사람이 먼저인 세상, 기대했던 내가 어리석었음을 깨닫는다. 뭐 하나 속시원한 게 없다. 언제나 그렇듯 정치인들에게 속고 또 속는다.

뒤늦게 현실을 받아들이며 소시민이니 그래도 이것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해야지 하며 살아간다. 내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것들은 그저 운명이거니, 내가 복이 없는가 보다 하고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그래야 이 더러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그래야 내 정신 건강에 좋다. 불평불만해 보았자 내 정신만 피폐해진다. 패배자가 된다. 옛 성현이 말했다지. '백성은 가난보다 불공정에 더 분노한다'고.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본다. 즐겨 들었던 팟빵을 안 듣는다. 좋아했던 유튜브 방송도 모두 절독했다. 그리고 되도록 뉴스를 안 본다. 신문이야 안 본지 오래 되었지만 포탈에 뜨는 뉴스마저 안 볼 수 없으니 그래도 좋은 뉴스만 찾아 읽어보는 거야 하고 다짐해 보는 나날들. 일제강점기 시절 지식인의 고뇌를 짐작해 본다. 군사독재시대는 또 어찌 견뎌내었을까. 변절하여 친일파가 되거나 곡학아세하여 기득권 쪽에 줄을 섰겠지. 오늘날에도 자기가 말만 하면 기사를 써주니 사사건건 박쥐 같은 논평을 하는 정신적 노출증 환자같은 어떤 인간도 있지 않은가.

그래 수리 퀴즈 문제나 풀어보자. 풀릴 듯 말 듯한 문제에 도전해 보자. 수리 퀴즈를 풀 땐 세상만사 복잡한 생각들이 사라지고 오히려 머리가 맑아진다. 유튜브 바둑 강좌를 찾아 들어본다. 반상에 하얀 돌 검은 돌을 놓으며 세월을 낚아본다. 소설을 읽어 본다. 손창섭의 잉여인간, 박태순의 정든 땅 언덕 위, 이청준의 눈길을 읽는다. 윤흥길의 장마, 조정래의 불놀이, 이창동의 소지, 하창수의 돌아서지 않는 사람들을 읽는다.

청소년기 학창시절 나의 우상이었던 시인 윤동주가 오늘따라 더욱 그립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그,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하고자 했던 그,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고 다짐한 그,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청소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 마음에 남아 별을 안고 싶은 날이면 읊조려보는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소설을 읽고 시를 읊조려도 메꿔지지 않는 마음은 늘 그렇듯 소소한 일들에 대한 감사로 채우리라. 낙화인들 꽃이 아니랴.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평생인 것을. 매화꽃 향기 날리던 봄날도 가고 슬픈 찔레꽃 피던 계절도 가고 풀벌레 우는 가을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가을 하늘은 코로나 시절의 쓰리고 아린 마음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높고 푸르기만하다.

/ 2020.09.15 하늘 드높은 가을날 아침에 쓰다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