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가슴에 내리는 비 윤보영 (2020.08.16)

푸레택 2020. 8. 16. 23:07

 

 

 

 

● 가슴에 내리는 비 / 윤보영

비가 내리는군요
내리는 비에
그리움이 젖을까 봐
마음의 우산을 준비했습니다
보고 싶은 그대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은
그대 찾아 나섭니다
그립다 못해
내 마음에도 주룩주룩 비가 내립니다

내리는 비에는
옷이 젖지만
쏟아지는 그리움에는
마음이 젖는군요
벗을 수도 없고
말릴 수도 없고

비 내리는 날은
하늘이 어둡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열면
맑은 하늘이 보입니다
그 하늘
당신이니까요

빗물에 하루를 지우고
그 자리에
그대 생각 넣을 수 있어
비 오는 날 저녁을 좋아합니다
그리움 담고 사는 나는

늦은 밤인데도
정신이 더 맑아지는 것을 보면
그대 생각이 비처럼
내 마음을 씻어주고 있나 봅니다

비가 내립니다
내 마음에 빗물을 담아
촉촉한 가슴이 되면
꽃씨를 뿌리렵니다
그 꽃씨 당신입니다

비가 오면
우산으로 그리움을 가리고
바람 불 때면
가슴으로 당신을 덮습니다

비가 내립니다
빗줄기 이어 매고
그네 타듯 출렁이는 그리움
창밖을 보며
그대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내리는 비는
우산으로 마저 가릴 수 있지만
쏟아지는 그리움은
막을 수가 없군요.
폭우로 쏟아지니까요

비가 내립니다
누군가가
빗속을 달려와
부를 것 같은 설레임
내 안의 그대였군요

- 윤보영 님의 캘리시집 『가슴에 내리는 비』 中에서

/ 2020.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