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작수필] 하루에 한 번 쯤은 하늘을 쳐다 보자, 안병욱 (2020.08.14)

푸레택 2020. 8. 14. 20:55

 

 

 

 

☆ 젊은 시절, 마음이 괴롭고 외로울 때면 수필을 읽었다. 연세대 김형석 교수와 숭실대 안병욱 교수의 수필집을 읽고 또 읽었다. 오늘 우연히 그 시절 읽었던 글 한 편을 발견하여 다시 읽어 보았다. 묻어두고 싶은 쓰라린 상처 투성이 뿐인 서럽던 청춘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그리운 얼굴들 살포시 떠올리며 그때를 회억해 본다.

● 하루에 한 번 쯤은 / 안병욱(1920~2013)

1. 높은 하늘과 아름다운 자연을...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쯤은 높은 하늘을 쳐다보자. 별이 총총히 깔린 흰 구름이 시름없이 떠도는 푸른 하늘을 우러러 보아야 한다. 우리의 생활은 자연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인간이 자연에서 자꾸만 멀어진다는 것은 병들어간다는 증거다. 본래 인간은 자연의 아들이요 자연의 딸이다. 자연은 우리를 낳은 위대한 어머니다. 우리는 흙에서 나서 흙위에서 살다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인간의 발바닥이 흙을 밟지 않을 때 인간의 몸과 마음에는 병이 생긴다. 우리는 오늘날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산업화 도시화라는 명목하에서 우리의 따뜻한 품이요, 어머니인 자연에서 자꾸 멀어져 가고 있다. 조용한 산길을 걷고, 맑은 풀냄새의 향기를 맡고, 깨끗한 시냇물에 발을 적시고, 푸른 잔디밭에서 쉴 줄을 모른다.

인간이 자연을 떠난다는 것은 자기의 고향을 떠나는 것이다. 마음의 고향, 몸의 고향을 떠나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푸른 하늘을 우러러 보고, 온 누리에 밝은 빛과 따뜻한 열을 주는 태양 앞에 감사를 드려야 한다. 뜰 한구석에 심은 화초에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벌레를 잡아주어야 한다. 맨발로 흙을 밟아 보아야 한다. 그 때 우리는 문명으로 병들고 산업화로 메말라진 우리의 마음에 비로소 청신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달을 쳐다보고 별을 바라보고 밤하늘을 우러러 볼 때 우리는 생명의 건강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 흙의 아들이요, 자연의 딸인 인간이 흙과 자연을 망각할 때 심신의 병이 생긴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쯤은 높고 푸른 하늘을 우러러 보아야 한다.

2. 남을 위해 착한 일을...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쯤은 남을 위해서 착한 일을 하자. 일일일선(一日一善)을 우리의 생활 신조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의 행복을 위해서 바쁜 생활을 한다. 자기 중심으로 행동하고 나의 일에 골몰하면서 살아간다. 내 몸, 내 집, 내 자식, 내 행복, 내 남편, 늘 '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를 중심으로 뱅뱅 돌아가는 생활이다. 그러나 적어도 하루에 한 번쯤은 용감하게 이 테두리를 벗어나서 남을 위하여 순수하게 봉사하는 일을 해야 한다. 남에게서 받을 생각을 말고 줄 생각을 하자. 주되 받기를 바라지 말고,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주자. 그것이 진정한 봉사이다. 받기를 바라면서 주는 것은 봉사가 아니다.

주고 받는 계산을 초월하여 오로지 주고 싶은 마음에서 그저 주는 것이 봉사다. 하루에 한 번쯤은 남을 위해서 순수한 봉사의 실천을 해야 한다. 남에게 따뜻한 말을 던지고, 맑은 웃음을 선사하자.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남을 도와주자. 나의 시간을 제공하고, 노력을 제공하고, 땀을 제공하자. 그러면 상대방은 반드시 기뻐하고 고마워한다. 一日一善을 실천한다면 우리의 생활은 즐겁고, 우리의 사회는 얼마나 명랑해질 것인가. 오늘은 남을 위해서 한 가지의 착한 일을 하였다는 기쁨을 안고 잠자리에 들 때, 우리는 축복과 감사속에 편안히 쉴 수 있다. 그 착한 일이 반드시 큰 일이 아니라도 좋다. 남을 위해서 매일 한 번 쯤은 착한 일을 해보겠다는 그 마음자세가 중요하다. 이 소중한 마음 자세가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

3. 행복을 약속하는 땀을...

적어도 하루에 한 번쯤은 땀을 흘리자. 온 몸이 땀투성이가 되어 일에 열중해야 한다. 땀은 인간이 흘리는 고귀한 액체다. 우리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떨어지고 우리의 온 몸에서 땀냄새가 풍길 때 우리는 생명의 건강으 되찾고 일하는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땀처럼 고맙고 믿음직스럽고 거짓이 없는 것이 없다. 땀에는 거짓이 없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방을 치우고, 마당을 쓸고, 빨래를 하고 나면 우리의 몸에서 땀이 흐른다. 땀이 흐르는 것과 동시에 우리의 마음에서 허영의 꿈이 사라지고, 사치의 때가 업서지고, 안일의 하품이 자취를 감춘다.

땀을 한 방울 흘리고 나면 몸이 깨끗해지고 마음이 상쾌해 진다. 삶의 보람이 느껴지고, 자기 존재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모든 위대한 것, 모든 알찬 것, 모든 아름다운 것, 모든 값있는 것은 모두 땀의 産物이요, 땀의 結晶이요, 땀의 열매다. 인생이 따분하다고 느껴질 때는 한 바탕 땀을 흘리며 일에 몰두해 보라. 삶의 의미가 느껴지지 않을 때에는 전신이 땀투성이가 되도록 일해 보라. 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삶의 가치를 인식한 것이다. 인간이 땀을 흘리지 않는 데서 모든 병이 생긴다. 땀을 흘리기 좋아하는 사람을 보라. 몸과 마음에 병이 없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쯤은 온 몸에 땀투성이가 되어 일에 골몰해야 한다. 그것이 인생에 행복과 건강을 약속한다.

4. 양서로 마음의 밭을...

적어도 하루에 한 번쯤은 책을 읽자. 책을 읽되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나를 살찌게 하는 책, 나의 인격을 풍성하게 하는 책, 나의 정신을 정화시키는 책, 나의 사명이 무엇이고 나의 본분이 무엇인지를 깊이 깨닫게 하는 책, 내 마음의 눈을 활짝 뜨게 하는 책, 우리는 그런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이라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 그릇된 독서는 인간의 정신에 해독을 끼친다. 음탕한 소설, 불륜과 선정(煽情)으로 가득찬 저속한 문학은 인간의 마음을 더럽히고 흐리게 만들 뿐이다.

독서를 하지 않으면 인간의 정신적 창조력이 고갈된다. 풀 한 포기 없고 샘물 한 줄기 흐르지 않는 벌판처럼 우리의 마음이 거칠고 황량해지기 쉽다. 책상 머리에 애독하는 책을 몇 권 놓고 수시로 들춰보는 습관을 가지자. 위대한 책 속에는 정신의 보석이 빛난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노래가 있다. 지혜로운 교훈이 있고 감격의 원천이 있다. 우리에게 겸허한 성찰을 촉구하는 깊은 말씀이 있다. 넓은 정신적 우주의 파노라마가 있다. 우리의 머리 속에 곰팡이가 끼지 않기 위해서 부지런히 책을 읽자. 우리의 생활속에 녹이 끼지 않기 위해서는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내 인생의 깊이와 보람과 무게를 주기 위해서 하루에 한 번쯤은 진지한 독서를 하자.

5. 나라와 겨레를 위한 생각을...

적어도 하루에 한 번쯤은 우리의 나라와 겨레를 생각하자. 내가 태어난 이 조국과 이 조국의 품에서 같이 살아가는 많은 동포를 가슴속에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한국인으로 태어났다. 조상이 물려준 땅과 말과 문화와 역사 속에서 동고동락하고 공존공영하면서 같이 살아가는 민족공동체의 일원이다. 한국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요, 한국의 영광이 나의 영광이요, 한국의 운명이 나의 운명이다. 민족이 망할 대 나만 혼자 부귀와 영화를 누릴 수 없다. 우리는 좋건 싫건, 원하건 원하지 않건 한국의 품에서 한국의 땅에서 한국인으로서 살다가 죽는 것이다. 우리는 이 운명을 사랑해야 한다. 이 운명을 축복과 영광으로 만들기 위해서 저마다 나라와 겨레를 위하여 힘써야 한다. 아름다운 강토, 살만한 나라, 보람 있는 사회를 만들어서 우리의 아들 딸에게 빛나는 유산으로 물려주자. 그것이 우리의 민족적 의무요, 책임이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 나밖에 없는 인생이 아니다. 너가 있고, 그가 있고, 우리가 살고, 민족과 동포와 조국이 있는 인생이요, 세상이다. 남이 다 못 사는데 나만 잘 산다고 정말 잘 사는 것이 아니다. 너도 잘 살고 그도 잘 살고, 우리가 다같이 잘 살 때, 나도 그 속에서 참말로 잘 살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적어도 하루에 한 번쯤은 깊이 조국와 겨레의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한 마음을 가질 때 나라의 앞길에 빛이 솟고, 나라의 힘이 강해져서 힘있고 늠름한 민족이 될 것이다. 나와 나라를 직결시키는 애국의 시간을 하루에 한 번쯤은 가져보자.

6. 자기 반성과 자기 검토를...

끝으로 하루에 한 번쯤은 엄숙한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서고, 부처님 앞에 서고, 천지신명 앞에 서야 한다. 그래서 진지한 자기 반성으 시간을 준엄한 자기 검토의 시간을 갖다. 인생은 善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다. 빛을 찾아서 끊임없이 전진하려는 향상의 과정이다. 자기 완성을 위한 꾸준한 수양과 공부의 생활이다. 우리 인생에 그런 높은 목표가 없다면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침에 일어나서 혼자 10분 동안이라도 좋다. 조용한 명상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나를 스스로 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인생을 바로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나의 해야 할 구실을 제대로 다하고 있는가. 나를 속이고 또 남을 속이고 있지는 않은가. 과연 나는 나답게 살아가고 있는가.

밤에 잠자리에 들 때도 좋다. 적어도 10분간이라도 진지한 반성과 기도의 시간을 가져보자. 우리는 저마다 인생에서 한 가지 이상의 간절한 높은 소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부단히 힘쓰고 노력해야 한다. 나와 하나님이 마주서는 시간, 내가 부처님 앞에 꿇어 앉는 시간, 내가 천지신명 앞에 서는 시간, 우리에게는 그러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종교요, 기도요, 수양이요, 참선이요, 자기심화(自己深化)요, 자기향상이다. 우리는 그러한 시간을 매일 가져야 한다. 그러한 시간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자기를 속이는 생활을 하는 것이요, 인생을 수박 겉핥기로 살아가는 것이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쯤은 거짓없는 반성, 진지한 자기검토의 시간을 가져보자. 글/안병욱

/ 2020.08.14. 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