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2020년 4월 21일 오전 10:57

푸레택 2020. 4. 21. 10:58

나는 중고교 학창 시절에 과학적 재능보다는수학적 재능이 뛰어났었다. 그런데 대학 진학 때 뜻하지 않게 과학 분야인 생물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생물학은 강의 수업에 이어 많은 실험 실습과 야외 실습을 해야 했다. 내향적 성격인 나는 남들과 팀을 이루어 활동해야 하는 이런 일들이 무척 싫었다. 차츰 적응해 갔지만 내가 왜 이런 적성에도 맞지 않는 엉뚱한 분야를 공부해야만 할까 라는 생각에 빠져 한때 방황하기도 했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 현직(現職)에서 물러나 돌아보니 생물학을 공부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 비록 잠재된 나의 재능을 마음껏 펼쳐보지는 못했지만 아름다운 나무와 풀꽃들을 만나면서 생태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어 관조하는 삶을 살 수 있고 남들보다 나무와 풀꽃 이름을 하나더 알게 되었으니 이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 곳곳에서 살아가는 멋진 나무들을 만나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이제 어딜 가도 벗이 되어주는 나무가 있고 안부를 나눌 수 있는 풀꽃들이 있어 외롭지 않으니 생물학을 공부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