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봄꽃산책] 동네 산책길에서 만난 4월의 나무꽃 (2) 고양 일산동구 식사동 WiCity Apt.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2020.04.22)

푸레택 2020. 4. 22. 21:58

   서부해당화(장미과)

    서부해당화(장미과)

    죽단화(장미과)

    죽단화(장미과)

    뜰보리수(보리수나무과)

   뜰보리수(보리수나무과)

     꽃사과(장미과)

     꽃사과(장미과)

     산철쭉(진달래과)

     산철쭉(진달래과)

     서양수수꽃다리(물푸레나무과)

     서양수수꽃다리(물푸레나무과)

     만첩홍도(장미과)

     만첩홍도(장미과)

     명자나무(산당화, 장미과)

  명자나무(산당화, 장미과)

  옥매(장미과)

  옥매(장미과)

  조팝나무(장미과)

  목련(목련과): 목련은 우리나라의 토종식물이고 백목련은 중국이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다.

   백목련(목련과): 목련은 우리나라의 토종식물이고 백목련은 원산지가 중국인 귀화식물이다.


    왕벚나무(장미과)

   겹벚나무(겹벚꽃, 장미과)

   겹벚나무(겹벚꽃, 장미과)




동네 산책길에서 만난 4월의 나무꽃 (2)

고양 일산동구 WiCity Apt.: 서부해당화, 죽단화, 뜰보리수, 꽃사과, 산철쭉, 서양수수꽃다리, 만첩홍도, 명자나무, 옥매, 조팝나무, 목련, 겹벚나무

 

● 진달래 / 이오덕

 

이즈러진 초가집들이 깔려 있는 골짝이면

나무꾼의 슬픈 산타령이 울리는 고개이면

너는 어디든지 피었었다

 

진달래야

너는 그리도 이 땅이 좋더냐

아무 것도 남지 않은 헐벗은 강산이

그리도 좋더냐?

 

찬바람 불고 먼지 나는 산마다 골짝마다

왼통 붉게 꾸며 놓고

이른 봄 너는 누구를 기다리느냐?

 

밤이면 두견이 피울음만 들려 오고

낮이면 흰 옷 입은 사람들 무거운 짐 등에 지고

넘어가고 넘어오는 산고개마다

누굴 위해 그렇게도 붉게 타느냐?

 

아무리 기다려도 뿌연 하늘이요,

안개요, 바람소리 뿐인데

 

그래도 너는 해마다

보리고개 넘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갈 때

배가 고파 비탈길을 넘어질 뻔하면서

두 손으로 너를 마구 따먹는 게 좋았더냐?

 

진달래야

무더운 여름이 오기 전에 차라리 시들어지는

네 마음, 나같이 약하면서도

약하면서도…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 명자꽃 만나면 / 목필균

 

쑥쑥 새순 돋는 봄날

명자야 명자야 부르면

시골티 물씬 나는 명자가

달려 나올 것 같다

 

꽃샘바람 스러진 날

달려가다가 넘어진 무릎

갈려진 살갗에 맺혀진 핏방울처럼

마른 가지 붉은 명자꽃

촘촘하게 맺힌 날

 

사랑도 명자꽃 같은 것이리라

흔해 빠진 이름으로 다가왔다가

가슴에 붉은 멍울로

이별을 남기는 것이리라

 

명자야 명자야

눈물 같은 것 버리고

촌스러운 우리끼리 바라보며

그렇게 한 세상 사랑하자

 

● ​산벚나무가 왕벚나무에게 / 최두석

 

하산하여 저자로 간 지 오래인

나의 친척이여

요즘 그대 집안의 번창이 놀랍더군

일찌감치 화투장에

삼월의 모델이 될 때부터 알아보았네만

요즘은 사꾸라라고 욕하는 사람도 없이

지역과 거리의 자랑인 양 심어

축제를 열기에 바쁘더군

그대의 꽃소식 신문과 방송이 앞다투어 전하니

가문의 영광이 따로 없네

지상에 사람들이 번성하는 한

기꺼이 그대 화사한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세상의 곳곳에 전파할 걸세

 

나야 뭐 늘 굼뜨지 않나

새 잎 내밀 때 조촐하게 꽃피고

버찌는 새들이 먹어 새똥 속에서 싹트는

예전의 습성대로 살고 있네

일찍이 목판으로 책을 찍거나

팔만대장경 만들 때

세상에 출입한 적 있지만

아무래도 내 살 곳은 호젓한 산속이네

 

● 조팝나무 꽃 / 김종익

 

식장산 한적한 계곡 오르다가

조팝나무 하얗게 핀 군락 만나

왈칵 눈물나도록 반가웠다

어린 시절 누나 등에 업혀 오르내리던

언덕 길에 반겨주던 꽃

오랜만에 만난 누나인 듯

어루만지며 서로 안부 물었다

조밥도 배부르게 먹지 못하던 시절

그 누나 조팝나무꽃 하얗게 어우러진

고개를 넘어 시집가다

자꾸 뒤돌아보면 눈물 짓던

한번 헤어지고 만나지 못한 누나

몇 번 철책선에 가서 그 너머 어딘가에 있을

그 이름 불렀었지만 메아리 되돌아오고

눈물을 삼키느라 목이 메었는데

오늘 조팝나무 꽃에 소식 전해준다

누나 등에 업혀 응석부리던 나도

이젠 머리 하얀 조팝나무 되어 서 있다

 

● 나무 / 조이스 킬머(Alfred Joyce Kilmer)

 

나무보다 아름다운 시를

내 다시 보지 못하리

허기진 입을 대지의 달콤한 젖가슴

깊숙이 묻고 있는 나무

온종일 잎에 덮인 두 팔을 들어올린 채

하늘을 바라보며 서 있는 나무

여름이 오면 머리 한가운데

울새 둥지를 이고 있는 나무

그 가슴에 눈이 내리면 쉬었다 가게 하고

비가 오면 다정히 말을 건네주는 나무

시는 나 같은 바보들이 만들지만

나무는 하느님만이 만들 수 있다네

 

TREES / Joyce Kilmer (1886~1918)

 

I think that I shall never see

A poem lovely as a tree.

A tree whose hungry mouth is prest

Against the earth's sweet flowing breast;

A tree that looks at God all day,

And lifts her leafy arms to pray;

A tree that may in Summer wear

A nest of robins in her hair;

Upon whose bosom snow has lain;

Who intimately lives with rain.

Poems are made by fools like me,

But only God can make a tree.

 

/ 2020.04.22 곡우 지난 봄날에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