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봄꽃산책] (1) 일산호수공원 봄꽃, 왕벚나무 (2020.04.03)

푸레택 2020. 4. 3. 22:22

 

 

 

 

 

 

 

 

 

 

 

 

 

 

 

 

 

 

 

 

♤ 일산호수공원 봄꽃, 왕벚나무

 

어김없이 봄은 오고 꽃은 피었습니다.

우리네 마음에도 꽃이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만발한 꽃들처럼 웃음꽃이 다시 활짝

필 날을 기다리며 조금만 더 힘내요. 우리!

모두 화이팅!

 

● 왕벚나무 Prunus yedoensis (장미과) / 박상진 교수

 

일본의 벚나무 역사는 무척 오래됐다. 그래서 벚꽃 하면 으레 일본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일본인들은 벚꽃을 오랫동안 심고 가꾸어 오면서 많은 품종을 만들었는데, ‘소메이요시노’란 일본 벚나무가 가장 널리 심는 벚나무다. 그런데 이 나무는 서로 교배를 시켜서 좋은 것을 골라 선발한 벚나무지만, 부모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 일본 안에서 부모를 찾지 못하던 차에 1939년, 식물학자인 고이즈미 겐이치(小泉源一) 씨는 제주도의 벚나무를 조사하여 일본 벚나무의 부모는 제주도에서 자라는 왕벚나무라고 발표한다. 광복 이후 우리 학자들도 이를 확인하고, 일본 벚나무는 제주도를 원산지로 하는 왕벚나무가 건너간 것이라고 학계에 보고하여 오늘에 이른다.

 

이에 대하여 일본 학자들은 고이즈미 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표본이 남아 있지 않아서 이를 인정하기 어렵고, 자기네들의 연구 결과로는 자연발생설, 이즈(伊豆)반도 기원설, 한국 제주도 기원설, 인공 교배설 등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 제주도 기원설’은 2007년 미국 농무성에 의뢰한 유전자 분석결과 한국의 왕벚나무는 고유의 종으로 일본 벚나무와는 별개의 것이라고 확인받았으므로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우리 학자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나는 아직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

 

왕벚나무가 일본 벚나무의 조상인지 아닌지는 관련 학자들의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으나, 벚나무 종류 중에 가장 화려하게 많은 꽃이 피는 왕벚나무가 제주도 원산이라는 것만으로도 지극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봄날을 더욱 화사하게 만들어주는 꽃나무는 역시 가로수로 많이 심는 왕벚나무다. 왕벚나무 꽃이 필 때를 맞추어 축제를 벌이는 지방자치단체만도 20곳이 넘으며, 새로 심은 시골길 가로수 대부분도 왕벚나무다. 머지않아 우리나라는 왕벚나무 천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화피(樺皮)’라고 하여 벚나무의 껍질을 활을 만드는 데 애용할 뿐 꽃나무로서 벚나무를 심고 가꾼 적은 전혀 없다. 일제강점기 이후 그들의 벚꽃 문화를 처음 받아들여 심기 시작하였으니 이제 겨우 100여 년 남짓하다.

 

한편 일본은 그들의 가장 오래된 시가집 《만엽집》에 45수의 벚나무 노래가 들어 있는 것을 비롯하여 수많은 벚나무 관련 문헌이 있으며,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주에는 “왜인의 풍속은 벚꽃을 중하게 여기는데, 온갖 꽃 중의 어른이라 여기므로 이름을 부르지 않고 그냥 꽃(하나, ハナ)이라고 한다”라고 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벚나무는 그들이 가장 좋아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꽃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현실이다.

 

여기서 하나 집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왕벚나무와 일본 벚나무는 물론 대부분의 벚나무 종류는 꽃이 비슷하여 전문가가 아니면 거의 구분이 안 된다. 당연히 왕벚나무와 일본 벚나무도 육안으로 보이는 모습은 똑같다. 결국 우리는 왕벚나무, 일본은 일본 벚나무를 심어도 일반 사람들, 특히 외국인의 눈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같은 벚꽃으로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그러나 벚꽃은 이제 일본인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도 봄날이면 벚꽃 구경이 일상화되어 있다. 왕벚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은 새로 받아들인 우리 문화의 하나로 가꾸어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다만 너무 많이 심는다거나 우리 문화유적지에 왕벚나무를 심는 것은 자제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벚꽃 문화는 일제강점기 이전만 해도 전혀 우리에게 없던 일본 문화일 따름이었다. 오늘날에도 벚나무는 어디까지나 일본을 대표하는 꽃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왕벚나무가 제주도 원산지라는 사실은 식물학적으로 대단히 큰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벚나무가 갖는 문화적인 의미와 역사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박상진 교수의 《우리 나무의 세계 2》 발췌

☆ 2020.04.03 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