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봄꽃산책] 일산 호수공원 봄꽃, 수양버들 개나리 (2020.04.03)

푸레택 2020. 4. 3. 21:04

 

 

 

 

 

 

 

 

 

 

 

 

 

 

 

 

 

 

 

 

♤ 일산 호수공원 봄꽃: 수양버들 개나리

 

어김없이 봄은 오고 꽃은 피었습니다.

우리네 마음에도 꽃이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만발한 꽃들처럼 웃음꽃이 다시 활짝

필 날을 기다리며 조금만 더 힘내요. 우리!

모두 화이팅!

 

● 수양버들 (Weeping Willow , 垂楊) / 박상진 교수

 

분류 버드나무과

학명 Salix babylonica

 

실버들을 천만사 늘여놓고도

가는 봄을 잡지도 못한단 말인가

이 내 몸이 아무리 아쉽다기로

돌아서는 임이야 어이 잡으랴

 

소월의 시 〈실버들〉을 먼저 감상해 본다. 수많은 가지를 실처럼 늘어뜨리고 있는 실버들은 수양버들의 다른 이름이다. 가지가 늘어지는 버들은 우리나라에 버드나무와 수양버들, 그리고 능수버들 이 세 종류가 있다. 이들의 대표적 이미지는 좁고 긴 잎과 가느다랗고 연약한 가지다.

 

버드나무는 대체로 어린 가지만 늘어지고, 또 길게 늘어지지 않아 다른 버들과 구별된다. 그러나 중국 땅이 고향인 수양버들과 우리나라 특산인 능수버들은 고향은 달라도 외모는 거의 똑같다. 소녀의 풀어헤친 생머리처럼 가는 가지가 길게 늘어져서 거의 땅에 닿을 정도다. 수양버들은 잔가지가 적갈색이며 씨방에 털이 없고, 능수버들은 잔가지가 황록색이며 씨방에 털이 있는 것이 이 둘의 차이점이다. 수목도감에 실린 설명은 이러하나 실제로 둘의 구분은 간단치 않다. 적갈색이나 황록색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애매하고, 둘 다 암수가 다른 나무인데, 이 중에서 암나무를 찾기란 쉽지 않다. 씨방의 털은 돋보기로 한참을 보아야 찾을 수 있다.

 

옛 문헌에서는 수양버들과 능수버들을 수류, 혹은 수양이라 했다. 중국에서는 ‘수류(垂柳)’로 불리다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수류와 함께 ‘수양(垂楊)’이란 이름도 얻었다. 흔히 중국의 수양제가 대운하를 건설하고 심은 나무라고 하여 ‘수양(隋煬)버들’, 또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수양대군의 이름을 따 ‘수양(首陽)버들’이라 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우연히 이름이 일치한 것일 뿐 근거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옛사람들이 그냥 ‘버들(柳)’이라고 하는 경우는 대부분 수양버들을 일컫는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문인들은 버들과 관련된 수많은 시를 읊었다. 버들에 얽힌 가장 많은 주제는 사랑과 이별이다. 옛사람들이 연인과 헤어질 때 마지막 이별 장소는 흔히 나루터였다. 피어오르는 물안개에 눈물을 감추고, 나루터에 흔히 자라는 버들가지를 꺾어주면서 가슴과 가슴으로 사랑을 주고받았다.

 

이렇게 버들이 이별의 증표가 된 것은 중국의 고사와 관련이 있다. 당나라의 수도 장안의 동쪽에는 ‘파수’란 강이 흐르고, 거기 놓인 다리를 ‘파교(灞橋)’라 했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교에서 이별을 했으며, 늘어진 수양버들 가지를 꺾어 떠나는 사람에게 주었다. 버들의 억센 생명력을 빌려 여행하는 사람의 평안과 무사를 기원하는 일종의 주술적인 뜻도 있었다. 명나라 때 널리 읽힌 희곡 《자채기(紫釵記)》주에 나오는 여주인공 정소옥이 애인 이익에게 버들가지로 장도를 빌어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후 파교의 버들은 이별의 징표로 자리매김했다.

 

가로수나 풍치수로 많이 심는 수양버들은 봄이면 하얀 솜뭉치 같은 것이 바람에 날아다닌다. 이것은 꽃가루가 아니다. 씨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역할을 하는 솜털이다. 꽃가루와는 달리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심할 때는 눈발이 휘날리듯 하므로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래도 수나무를 골라 심는 등 조금만 정성을 기울이면 이 아름다운 나무를 우리 곁에 두고 감상할 수 있다.

 

/ 박상진 교수의 《우리 나무의 세계 2》 발췌

☆ 2020.04.03 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