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나딘, 나이가 들면 최정재,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다이아나 (2019.08.13)

푸레택 2019. 8. 13. 19:36

 

 

 

 

 

 

 

 

 

 

 

 

 

 

 

 

 

 

 

 

● 나이가 들면 / 최정재

 

나이가 들면

아는 게 많아질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알고 싶은 게 많아진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게 이해될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해하려 애써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나이가 들면

무조건 어른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어른으로 보이기 위해

항상 긴장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게 편해질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많이 공부해야 하고

더 많이 이해해야 하고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애써야 한다

 

끝없이

끝없이

 

나이가 들면서

짙은 향기보다는 은은한 향기가

폭포수보다는 잔잔한 호수가

화통함보다는 그윽함이

또렷함보다는 아련함이

살가움보다는 무던함이

질러가는 것보다 때로는

돌아가는 게 좋아진다

 

천천히

눈을 감고 천천히

 

세월이 이렇게

소리없이 나를 휘감아가며

끊임없이 나를 변화시킨다

 

절대 변할 것 같지 않던 나를

 

●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 다이아나 루먼스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아이와 함께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을 덜하리라

 

아이를 바로잡으려고 덜 노력하고

아이와 하나 되려고 더 노력하리라

 

시계에서 눈을 떼고

눈으로 아이를 더 많이 바라보리라

 

만약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더 많이 아는 데 관심 갖지 않고

더 많이 관심 갖는 법을 배우리라

 

자전거도 더 많이 타고

연도 더 많이 날리리라

 

들판을 더 많이 뛰어다니고

별들을 더 오래 바라보리라

 

더 많이 껴안고 더 적게 다투리라

도토리 속의 떡갈나무를 더 자주 보리라

 

덜 단호하고 더 많이 긍정하리라

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사랑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리라

 

☆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수십 년 전 미국 중동부의 한 두메산골에

'나딘 스테어'라고 불리우는 한 할머니가 살았다.

그녀는 85세가 되던 어느 날 짧은 글 하나를 썼다.

 

시인도 작가도 아닌 평범한 할머니가 쓴

그 글은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 내려오면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으로 시작하는

이 글은 1993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에

소개되면서 처음에 세상에 알려졌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하버드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람 다스는 'Still Here'에서

‘항상 지니고 다니는 글’로서 그녀의 글을 인용하고 있다.

 

수십 년 세월동안 전해 내려오면서 원문에는 없는

몇 행이 더해지는 등 조금씩 형태는 바뀌었어도

얼굴 없는 ‘나딘' 할머니의 글은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 계속 읽혀지고 있다.

 

●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 나딘 스테어

 

내가 만약 인생을 다시 산다면

그때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내가 만약 인생을 다시 살 수만 있다면

지난 번 살았던 인생보다 더 우둔하게 살리라

 

되도록 심각해지지 않고

좀 더 즐거운 기회들을 잡으리라

 

여행도 더 자주 다니고

노을빛 석양도 더 오래 바라보리라

 

산에도 더 자주 다니고

강에서 수영도 해 봐야지

 

아이스크림도 많이 먹고

먹고 싶은 것은 참지 않고 먹으리라

 

그리고 이루어지지도 않은 과거와

미래의 상상 속 고통은 가능한 피하리라

 

내가 만약 인생을 다시 산다면

오랜 세월을 앞에 두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대신

순간을 맞이하면서 살아가리라

 

아! 나는 지금까지

많은 순간들을 맞이했지만

 

다시 인생을 살 수만 있다면

그때는 의미 있고 중요하며

깨어 있는 순간들 외에

의미 없는 순간은 갖지 않으리라

 

그리고 아주 간단한 복장을 하고

자주 여행길에 오르리라

 

초봄부터 신발을 벗어 던지고

늦가을까지 맨발로 지내리라

 

춤추는 장소에 자주 가고

회전목마도 자주 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