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제비꽃에 대하여 안도현, 꽃 김춘수, 사과 한 알 조인선, 자연이 들려주는 말 척 로퍼 (2019.05.21)

푸레택 2019. 5. 21. 18:12

 

 

 

● 제비꽃에 대하여 / 안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 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서

제비꽃 한 포기를 피워 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 두고 가거든

 

●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사과 한 알 / 조인선

 

나는 탯줄이 가는 줄 알았다

송아지 탯줄처럼 저절로 끊어지는 줄 알았다.

의사는 가만히 가위를 내밀고

나는 곱창처럼 주름진 굵은 탯줄을 잘라 냈다

 

사과 꼭지를 잘라 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

탯줄처럼 사과 꼭지는 이제 더 이상 쓸모가 없다

사과 한 알을 떨구면서 나무는 얼마나 아팠을까

배꼽같은 꼭지가 키워 낸 맑은 사과 한 알

 

몸과 몸이 이어진 줄 하나에 삶이 있었다

죽음은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이다

아내의 헝클어진 머리칼을 다듬으며

고생했다고 하자 아내는 베트남 말로 엄마를 찾았다

 

● I listen / Chuck Roper

 

I listen to the trees, and they say:

"Stand tall and yield.

Be tolerant and flexible."

 

I listen to the sky, and it says:

"Open up. Let go of the boundaries and barriers. Fly."

 

I listen to the sun, and it says:

"Nurture others. Let your warmth radiate for others to feel."

 

I listen to the creek, and it says:

"Relax, go with the flow.

Keep moving - don't be hesitant or afraid."

 

I listen to the small plants, and they say:

"Be humble. Be simple.

Respect the beauty of small things."

 

☆ 자연이 들려주는 말 / 척 로퍼

 

나무가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우뚝 서서 세상에 몸을 내맡겨라.

관용하고 굽힐 줄 알아라.

 

하늘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마음을 열어라. 경계와 담장을 허물라.

그리고 날아올라라.

 

태양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른 이들을 돌보아라.

너의 따뜻함을 다른 사람이 느끼도록 하라.

 

냇물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느긋하게 흐름을 따르라.

쉬지 말고 움직여라. 머뭇거리거나 두려워 말라.

 

작은 풀들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겸손하라. 단순하라.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에 귀기울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