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인생] 걷기 영양 건강 산책

[건강산책] (3) 일산 호수공원 둘레길 걷기 / 봄날은 간다 손노원, 고향집 어머니 권영분, 사평역에서 곽재구, 백합 향기 권달웅 (2019.04.22)

푸레택 2019. 4. 24. 22:56

 

 

 

 

 

 

 

 

 

 

 

 

 

 

 

 

 

 

 

 

● 일산 호수공원 둘레길 걷기 (2019.04.22)

 

정발산역- 일산문화공윈- 독립운동기념탑- 한울광장- 무궁화동산- 장미원- 텃밭정원- 전통정원- (회화나무광장)- 미니동물원- 자연학습장- 노래하는분수대- 학괴정- (아랫말산)- 메타세콰이어길- (달맞이섬, 월파정)- 선인장전시관- 화장실문화전시관- 전망광장- 민속그네- 호수교- 애수교- (낙수교, 폭포광장, 샘터광장, 청평지)- 고양600주년기념전시관- 마두역

 

● 봄날은 간다 / 손노원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 '봄날은 간다'는 시인들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전통가요 노랫말로 뽑혔다고 한다.

 

* 한국의 시인들에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사를 가진 가요가 무엇인지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답니다. 그 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한 노래가 가수 백설희가 부른 ‘봄날은 간다.’이었습니다. ‘봄날은 간다.’는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 백설희 노래로 녹음되어 한국전쟁 이후 1954년에 새로 등장한 유니버살레코드에서 첫 번째 작품으로 발표 된 노래입니다.

 

* 몇 년 전 어느 계간지에서 시인 100명에게 애창곡을 물었더니 '봄날은 간다'를 가장 많이 꼽았다고 한다. 대중가요가 시인들의 애송시(愛誦詩) 대접을 받은 셈이다. 어떤 시인은 이 노래만 부르면 목이 멘다고 했다. 진진한 삶의 바닥에 밀착한 이 노래를 들을 때 일어나는 상념이다.

 

연분홍 치마, 봄바람, 옷고름, 산제비, 성황당, 같이 웃고 같이 울던, 맹세, 봄날… 한국적 정서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가사들이다. 한국적 정서는 한마디로 한과 흥(신바람)이다. ‘같이 웃고 같이 울던’은 한과 흥을 대변하는 말이다. 한(恨)과 흥(興)은 서로 양극을 이루고 있는 심리상태로 이 사이를 매개하는 것이 정(情)이며 정이 파탄될 때 원한이 생기며 정이 회복되거나 한이 풀릴 때 신바람(흥)이 나는 것이다.

 

한(恨)은 아픔이면서도 그 속에 꿈틀거리는 생명력이 있고 슬픔이면서도 창조적인 서정이 있다. 즉 한이 맺힌 것이라면 또한 푸는 것이다. 봄날의 의미는 결국 잃어버릴 수 밖에 없기에 상처가 되고 그리움이 된다. 마치 꽃처럼 결국 지고 말기에 아름다워서 슬픈 것이기도 하다.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가만히 눈감으면 곧 잡힐 것 같기에 마음 아픈 추억이 된다.

 

● 고향집 어머니 / 권영분

 

어머니는 언제나 하늘을 이고

긴 밭고랑 김을 메시며 기도를 한다

 

급행열차도 서지 않는 산골마을 토담집에서

도시로 나간 큰 자식,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여전히 어머니 안에 살고 있는 어린 아이로

금방이라도 들릴 것 같은 웃음소리에

기다림의 행복으로 살고 계신다

 

곡식이 익어 가는 계절의 소리

해질녘 돌아오는 작은 발소리

흙냄새 베어있는 어머니 모습

깊은 물 소리 없이 흐르듯

어머니 깊은 마음은 자연만큼 편안하다

 

● 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백합 향기 / 권달웅

 

버스가 화원 앞 정류장을 지날 때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백합 한 다발을 안고 올라왔다. 운전기사가 백미러를 본다. 새하얗게 언 차창으로는 앙상한 플라타너스가 지나가고 버스에 탄 몇은 쿨룩거린다. 갑자기 버스 안은 백합 향기가 난다. 작업복을 걸친 젊은이가 일어나 노인을 부축한다. 콩나물 봉지를 든 아주머니가 흐뭇하게 웃는다. 그 아주머니를 보고 책가방을 든 학생이 웃는다. 나는 그 학생을 보고 웃는다. 변두리로 가는 버스에는 앙상한 플라타너스가 흔들리고 고단한 몇은 웃는다. 누구에게 주려는 백합일까. 밖은 살을 에는 찬바람이 부는데 버스 안은 온통 백합 향기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