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전 세계 미술계에 뱅크시(Banksy 가명, 1974~) 이름이 부각되었다. ‘풍선과 소녀’ 작품이 런던 소더비에서 15억원에 낙찰되자 스스로 준비한 ‘파괴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 뒤 파괴된 자신의 그림에 ‘사랑은 쓰레기통 안에’라는 독특한 이름을 붙였다.
뱅크시는 영국의 거리예술가로 가명을 쓴다. 정치적이고 도발적인 그라피티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트 모양 풍선을 날리는 이 소녀 그림은 뱅크시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다. 원래는 2002년 런던 쇼디치에 있는 인쇄소 벽에 그려진 벽화였다. 이 그림은 영국 약 2000명의 예술 편집자와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이런 특별한 작품이 파괴되었을 때 왜 ‘사랑은 쓰레기통 안에’라고 명명했을까. 그가 말하는 사랑은 무엇인가.
그의 작품에 ‘사랑’이란 말이 들어가는 ‘Vote to Love’가 있다. 이 ‘사랑을 투표하라’ 작품은 영국이 총선을 앞두고 EU를 떠날 준비할 때 나온 것이다. 뱅크시는 2016년 6월에 EU 국민 투표에 사용된 포스터 ‘Vote to Leave’에서 영감을 받아 ‘Vote to Love’를 만들었다고 한다. ‘Leave to Vote’라고 쓰인 현수막 위에 스프레이로 ‘Vote to Love’라고 칠한 그림이다. 거리예술과 갤러리 전시만 하던 뱅크시가 어떤 의도인지 지난 6월 보수적인 왕립 아카데미에 이 그림을 보낸다. 가명이라 거절당했다가 터너수상자 그레이슨 페리의 도움으로 전시됐다. 이렇게 해서라도 이 그림이 주목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걸까?
‘풍선과 소녀’ 작품이 소더비 경매장에 들어간 배경은 거리예술가인 뱅크시에게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2006년부터 거리예술과 함께 갤러리 전시를 시작한 변화를 보인다. BBC에 따르면 지난 8월에도 뱅크시의 ‘2002~2008년 가장 유명한 작품전’이 갤러리에서 전시되었다. 이 전시는 영국 브리스톨에서 태어난 눈에 띄지 않는 예술가에 전적으로 초점을 맞춘 전시회였다. ‘모네를 보여줘(2005)’는 클로드 모네의 1899년 ‘수련 연못 위의 다리’ 작품에 대한 뱅크시의 패러디 작품이다. 아름다운 연못에 카트가 버려져 있다.
‘베트리아노의 해변구조대(2005)’는 잭 베트리아노의 ‘노래하는 버틀러’ 작품을 뱅크시가 변형했다. 이 그림 속엔 방독면을 쓴 구조대가 등장해 안전에 문제가 있는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2017년 9월 런던에서 2개의 상반된 전시가 열렸다. 하나는 ‘국제 방위산업 보안 장비 박람회(DSEI)’다. 또 하나는 이를 반대하는 ‘아트 더 암스 페어(Art The Arms Fair)’가 열렸다. 리암 폭스 DSEI 사무총장은 개회사에서 세계 제2위인 영국의 방위 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맞서 ‘아트 더 암스 페어’는 54개국 1600개 작품을 전시해 무기 무역의 비인간적인 문제를 강조했다.
이 전시회에서 뱅크시는 세 대의 무인 항공기에 의해 집이 폭격당해 이를 지켜보는 아이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묘사했다. 이 작품은 판매되었고, 뱅크시는 약 3억 원을 ‘무역 반대 무기 거래 캠페인(CAAT)’과 인권단체에 기부했다. BBC는 CAAT의 앤드류 스미스가 “이 기부금이 무기 반대 운동에 더 많은 사람을 동원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뱅크시는 영국 칼레 이민자 캠프에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벽화’를 그려 난민 문제도 다룬다. 그는 홈페이지의 그림 밑에 ‘스티브 잡스 - 시리아 이민자의 아들’이라는 제목을 적었다. 뱅크시가 말하는 사랑은 무엇인가. 그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뱅크시는 환경, 전쟁, 난민 등 사회문제에 대해 영국을 포함한 전 세계인에게 ‘사랑에 투표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뱅크시에 대해 열광하는 이들은 그에 대해 말한다. “그는 누구도 꺼내지 못한 이야기를 시작하게 하는 예술가다.”
송민 미술연구소 BRUNCH 대표ㅣ중앙일보 2018.11.24
/ 2022.08.25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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