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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송민의 탈출, 미술 왕초보(11) 일본 풍속화 '우키요에'.. 고흐·고갱·모네가 따라 그려

푸레택 2022. 8. 23. 23:51

일본 풍속화 '우키요에'..고흐·고갱·모네가 따라 그려 (daum.net)

 

일본 풍속화 '우키요에'..고흐·고갱·모네가 따라 그려

━[더,오래] 송민의 탈출, 미술 왕초보(11)다음 달 말까지 2018년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동서양 15개국의 수묵화를 전시한다. 수묵화는 먹만으로 그리는 동양화다. 이 전시회에 참여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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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는 먹만으로 그리는 동양화다. 이 전시에 참여한 임진성 화가의 대청호 부소담악(수묵화)인데, 먹으로 된 윤곽선이 뚜렷함을 알 수 있다. <부소담악(수묵화)> 임진성 [사진 송민]

다음 달 말까지 2018년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동서양 15개국의 수묵화를 전시한다. 수묵화는 먹만으로 그리는 동양화다. 이 전시회에 참여한 한국화 화가의 그림을 보면 먹으로 된 윤곽선이 뚜렷하다. 서양인의 동양화에 대한 관심은 19세기 후반의 ‘자포니즘(일본풍의 사조)’을 떠올리게 한다. ‘자포니즘’은 일본화가 서양 미술계에 큰 영향을 준 것을 가리킨다. 자포니즘을 만든 일본의 풍속화 우키요에는 구체적으로 서양 미술사에 어떤 영향을 준 것일까.

<에도대교의 소나기> 우타카와 히로시게(왼), 빈센트 반고흐의 모사 1887 (오). 우타카와 히로시게의 그림을 빈센트 반고흐가 모사했다. '자포니즘'이 서양 미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는 그림이다. ⓒpublic domain [그림 반고흐 박물관(vangoghmuseum)]

우키요에가 유럽에 수출된 도자기의 포장지로 우연히 소개된 후, 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점으로 그 반응은 점점 뜨거워졌다고 한다. 그 결과 빈센트 반 고흐는 우타가와 히로시게(1797~1858)의 우키요에를 모사해본다. 이처럼 폴 고갱, 클로드 모네, 에드가 드가, 에두아르 마네 등 많은 화가가 우키요에를 따라 그려보거나 자신의 화풍에 적용했다.

<정원의 알리스 오슈데(Alice Hoschede in the Garden) 1881> 클로드 모네, oil painting ⓒpublic domain [wikiart]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의 그림을 보면 윤곽선이 뚜렷하지 않아 여인의 치마와 풀밭의 구분이 모호하다. 이렇게 대상을 정확히 구분하지 않는 것은 인상주의 화풍의 특징이다. 그 이유는 면을 여럿의 점으로 그리는 색 분할을 통해 빛의 영향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폴 고갱(1848~1903)의 '브르타뉴의 여인들'(1894). 이전 서양화에서 볼 수 없던 검은 윤곽선이 부각되고, 치마를 보면 배경과 잘 구분되는 것을 보아 폴 고갱 또한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RMN-Grand Palais/Musee d&rsquo;Orsay - GNC media, 2016]

다음으로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폴 고갱(1848~1903)의 ‘브르타뉴의 여인들’을 보면 이전의 서양화에서 볼 수 없었던 검은 윤곽선이 부각된다. 위 브르타뉴 여인들의 치마를 보면 배경과 잘 구분되고 있다. 고갱은 모네처럼 인상주의 화풍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고갱은 인상주의의 색 분할로는 대상이 정확하지 않아 내용과 주제를 담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고심 끝에 고갱은 검은 윤곽선을 두르고 평면으로 하나의 색으로 칠하는 종합으로 나아가는 ‘종합주의’ 미술 기법을 탄생시킨다. 신기하게도 이 방법은 우키요에와 위 한국화의 윤곽선과 닮았다. 이런 검은 윤곽선은 우연의 일치는 아니라고 보인다.


그렇다면 서양화가들에겐 우키요에의 어떤 점이 강한 인상을 준 것일까. 첫 번째는 검은 윤곽선이다. 동양화는 한국화·중국화·일본화를 모두 가리키는 말이다. 이 동양화의 공통점은 검은 윤곽선이 주는 신선함이다. 두 번째는 동양화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원근법과 명암이 없는 평면이라는 점이다. 셋째는 대담한 구도, 넷째는 화려한 색을 꼽는다.

히로시게의 독수리에서 보이는 깃털 형태를 그린 검은 윤곽선은 서양화에서 보지 못한 방법이다. 동양화는 먹선으로 대상을 정확히 그리고 채색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후카가와를 날고있는 독수리(深川州崎十万坪) 1857> 우타카와 히로시게 ⓒpublic domain [wikipedia]

위 그림 히로시게의 독수리에서 보이는 깃털의 형태를 둘러싼 검은 윤곽선은 서양화에선 일찌기 보지 못한 방법이다. 우키요에가 영향을 주기 전 서양화에서는 대상과 배경을 부드럽게 경계가 느껴지지 않게 표현하거나 인상주의처럼 색 분할로 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키요에를 포함한 동양화는 먹선으로 대상을 정확히 그리고 채색을 하는 기법이 특징이다.

그런데 독특한 것은 우키요에는 목판화다. 일본화는 서민이 갖기엔 비쌌기에 작은 목판화로 다량 인쇄를 한 것이다. 목판에 선을 그린 뒤 이 선을 1mm 남기고 선의 안쪽과 바깥쪽을 파내어 검은색 물감을 바르고 다량 찍어낸다. 그러면 붓으로 그린 것처럼 검은 윤곽선이 뚜렷하게 나온다. 우키요에는 ‘덧없는 세상을 담은 그림’이란 뜻을 담고 있다. 에도시대 서민들은 목조건물 양식으로 인해 불이 나면 재산을 쉽게 잃었다고 한다. 덧없는 세상에 ‘오늘 번 것은 오늘 남김없이 쓰자’며 여행이 유행하기도 했다.


우키요에는 오늘날 관광지에 가면 볼 수 있는 기념 풍경 사진 역할이나 가부키(일본의 전통 뮤지컬) 배우들을 보며 패션과 화장법등을 따라하는 잡지 속 사진 역할로 쓰인 판화였다. 가부키 배우들의 우키요에에 가부키 이야기를 더한 그림 형태가 발전한 것이 바로 오늘날의 ‘만화’가 되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만화의 시작은 일본 19세기 후반 우키요에라고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또 다른 우키요에의 특징은 원근법과 명암이 없는 평면이라는 점이다. 원근법과 명암은 서양화에서는 르네상스 이후 500년을 지배한 중요한 미술기법 원칙이다. 우키요에를 포함한 동양화는 이를 완전히 뒤집은 방법이다. 더구나 목판의 크기가 31.8 x 20.8cm로 작다보니 많은 부분을 생략해야 해서 대담한 구도가 시도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키요에를 포함한 동양화 모두 서양화와 다른 여러 시점, 즉 독수리처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아래서 올려 보는 시점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서양화에서는 없었다. 그러기에 19세기 인상주의 화가들은 충격에 가까운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줄리언 오피의 그림. 우키요에의 검은 윤곽선에서 영향을 받았다. 폴 고갱과는 다른 윤곽선 그림을 나타내며, 인물 생략이 많아 오늘날의 만화와 비슷하게 보인다. 자포니즘의 영향은 계속적으로 현대미술에 나타나고 있다. 사진 이후남 기자

마지막으로 현대 미술가 줄리언 오피(1958~)의 그림은 우키요에의 검은 윤곽선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오피의 그림 속 인물은 고갱과는 또다른 윤곽선 그림으로 나타난다. 오피의 인물은 생략이 많이 되어 오늘날의 만화와 더욱 비슷한 느낌이 든다. 이렇듯 일본의 우끼요에는 서양의 윤곽선 그림인 고갱, 오피 등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시각예술로 대두하는 만화 탄생에 큰 영향을 줬다. 따라서 1872년 프랑스의 미술비평가 필립 뷔르티가 자포니즘이라 명명한 이후로도 그 영향은 지속해서 현대미술에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송민 갤러리32 대표ㅣ중앙일보 2018.09.22

/ 2022.08.23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