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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땀은 송골송골

푸레택 2022. 7. 15. 11:10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땀은 송골송골 (daum.net)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땀은 송골송골

땀의 계절이다. 점심 먹을 때마다 손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에어컨 없던 시절에는 바람 잘 통하는 나무 그늘을 찾거나 땀띠를 추스르려 산밑 바위틈 샘골에 몸을 담그기도 했다. 일설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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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땀은 송골송골 / 김홍표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

땀의 계절이다. 점심 먹을 때마다 손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에어컨 없던 시절에는 바람 잘 통하는 나무 그늘을 찾거나 땀띠를 추스르려 산밑 바위틈 샘골에 몸을 담그기도 했다. 일설에 따르면 땀띠는 땀 두드러기에서 ‘땀때기’를 거쳐 온 말이다. 두드러기라니 일종의 피부 질환이라고 볼 수 있겠다. 땀 때문에 두드러기 비슷한 증상이 생긴다니 그렇다면 땀에 어떤 독성 성분이 있는 것은 아닐까?

 

꼭 그렇지는 않다. 화학적으로 땀은 혈구를 뺀 혈액 성분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혈액에 든 독성 성분이 땀으로 배출된다고 해서 괴이쩍은 일은 아니겠지만 그러기 전에 틀림없이 콩팥 감시망에 걸려 오줌으로 배설될 것이다. 땀이나 오줌은 몸 안의 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역할은 서로 다르다. 오줌은 주로 단백질 대사 질소 폐기물을 몸에서 제거한다. 땀은 특히 포유동물이 힘들여 갖춘 생물학적 온도 조절 장치다. 오줌이 배설되지 못하면 문제가 불거지듯 땀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면 상승한 체온을 제대로 조절하기 어려울 것이다. 뜨거운 사우나 안에서 마신 물은 채 15분이 지나지 않아 땀구멍을 통해 나온다. 그 순간 땀이 나오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불을 보듯 뻔하다.

땀띠는 땀이 열과 함께 체내에 ‘머무르는 증상’이다. 게다가 땀 안에 든 단백 분해 효소가 피부 콜라겐이나 섬유소 단백질을 건드리면 피부가 들썩이고 심하면 염증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땀띠는 특히 젖먹이들에게 자주 나타난다. 왜 그럴까?

땀이 원활히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생아 땀샘의 수가 적은 것은 아니다. 임신 후 20~30주 사이에 발생하는 땀샘의 수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200만~500만 개 정도다. 제곱센티미터당 최대 400개 정도 자리 잡은 이들 땀샘은 등과 이마, 손등, 손·발바닥, 사타구니에 많이 분포한다. 경험적으로 잘 아는 사실이다. 젖먹이 땀샘은 기능이 완전하지 않아 더워도 땀을 만들거나 분비하지 못한다. 몸피보다 표면적이 작아 땀구멍을 죄 열었다가 체온이 확 떨어질까 봐 생물학적으로 느린 발생을 선호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기저귀 갈면서 매번 씻기고 분 발라주는 엄마가 곁에 있지 않은가?

땀샘이 제 기능을 해도 인간이 의식적으로 땀의 생성과 분비를 조절하지는 못한다. 면접 보느라 긴장하면 손바닥에 절로 땀이 나고 사우나 더운 열기 앞에선 누구나 흠뻑 젖게 마련이다. 사실 땀은 다른 생리 기능과 비교하면 알려진 것이 적은 편이다.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인 땀샘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가 몇 벌인지 여태 모른다. 쉼 없이 뛰는 심장이나 뇌가 든 몸의 핵심 부위는 늘 일정한 온도에 맞춰 가동되는 기관들이다. 심부 체온 항상성을 맞추느라 피부에서는 미처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땀이 증발한다. 30년 넘게 자신이 먹고 싼 것의 무게를 꼼꼼히 기록한 17세기 이탈리아 과학자 산토리오가 그 땀의 정체를 밝혔다. 먹는 양보다 나오는 것의 양이 적은 까닭이 ‘불감발한(不感發汗)’ 때문이라고 산토리오는 생각했고 그는 옳았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흘리는 땀의 양은 하루 평균 400㎖ 정도다. 또한 그 땀 때문에 만지는 곳마다 지문이 남는다. 나이 들어 손가락 끝마디에 둥그렇게 솟은 땀샘이 작동하지 않으면 책장을 넘기기도 어렵다. 포유동물 대부분은 발바닥과 손바닥에만 땀샘이 있다. 뭔가를 움켜잡기 위한 수단이다. 고릴라와 침팬지, 인간 및 아프리카 원숭이들은 땀을 분비하는 샘이 전신에 퍼져 있다. 그렇지만 땀의 효율성 면에서 인간을 따라올 동물은 없다. 격렬히 운동할 때 우리는 시간당 최대 4ℓ, 하루 14ℓ까지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춘다. 물과 소금을 보충하면 끄떡없다.

인간과 아프리카 원숭이 조상이 피부에 땀샘을 갖춘 지는 약 3500만년이 넘는다. 이들이 남미 신세계원숭이와 갈리면서 비로소 땀샘을 진화시킨 것이다. 더구나 덩치가 비슷한 침팬지보다 인간의 땀샘은 10배나 촘촘히 분포한다. 반면 털의 개수는 침팬지나 인간이나 다를 바 없다. 털이 가늘어지는 동안 오히려 인간의 땀샘은 늘었다. 작지만 효율 좋은 천연 냉장 장치를 수백만 기 갖춘 인류의 조상은 곧추서 햇볕 쬐는 부위를 머리와 어깨로 좁히고 그 면적을 네발짐승의 3분의 1로 줄였다. 땀샘 덕분에 인간은 먼 거리를 걷고 뛰는 최적의 몸통 설계를 마련했다. 하지만 어쩌랴. 고효율 에어컨 앞에서 땀샘의 기예는 하릴없이 졸고 있으니!

김홍표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ㅣ경향신문 2022.07.14

/ 2022.07.15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