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세상
글·사진=서진석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현재 캐나다 체재 중
공사판 외거리 플라스틱 그물망 간판 하나 서 있네
다가가서 보니 “Tree protection zone”이라 쓰였네
Tree utopia zone이라는 팻말을 그 옆에 세워 보네
어라, 나무가 어린 나무가 물주머니를 차고 있네
비오면 빗물 더 먹고
쑥쑥 자라라고 기저귀를 채웠네
나무 옆에 한 나무가 서 있네
한 놈은 산 tree이고 한 놈은 죽은 wood이네
메이풀 옆 바늘잎 나무 전신주 서있네
그 등에 새끼 덩굴나무 업고 있네
ㅣ나무와 꽃이 있는 창을 열며
평생 나무를 보며 살아왔다. 그래서 연구인생 마치는 날 조그만 자작 시집을 매기도 하였다.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이제 그 나무쟁이가 보금자리를 옮겼다. 물 설고 낯 설고 말 설은 캐나다 동네다. 그래도 다행이다. 인도가 소가 천국이라면, 캐나다는 나무가 천국인 나라이다.
집 앞, 가로, 파크, 세미트리(망자의 묘역). 어디를 가든 나무가 서 있다. 노거수라고 해도 될 수령을 가늠하기 어려운 나무들이 하늘을 보며 천명을 다 하고 있다. 게다가 계절마다 갖춰 피는 풀, 꽃, 그래 야생화가 마음에 든다. 유한한 생명에 애착이 간다.
최희준의 뚝배기 맛나는 “인생은 나그네길…”을 흥얼거리며 오늘도 걷는다. 오라는 데는 없어도 왠지 끌려서 가고, 가고 싶은 데는 많다. 그래서 오늘도 나무가 서 있는 데를 가서 한 그루 나무처럼 햇살에 머리를 하얗게 바래어 가고 싶다.
내 사는 가까운 데 세미트리가 있다. 나무의 조그만 천국이다. 오늘도 거기에 간다. 보고 또 보아도 보고 싶은 나무의 자람새. 계절마다 조금씩 다르게 컬러링하는 “짓”을 보고자 한다. 보고 싶은 사람 이름을 부르듯 아는 나무 이름을 친근하게 호명해 보고 싶다.
서진석 박사ㅣ나무신문 20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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