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찬송] '거기 너 있었는가' 147장 (통 136장) (daum.net)
두 딸의 어미인 딸을 보내며 터져나온… / 김준곤 목사 한국대학생선교회총재
1982년 4월26일, 화창한 봄날에 사랑하는 둘째 딸 신희는 세 살과 다섯 살 난 두 딸과 남편을 남겨놓고 만 29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위암 수술을 받은 날부터 167일 동안 극심한 고통을 겪었던 신희는 전주예수병원 병실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 아내가 신희의 눈을 감겨주었다. 의사와 간호원들이 들어와 산소 호스와 목에다 심장으로 꽂은 주사바늘을 빼냈다.
나는 그 방에서 모두 나가주기를 청했다. 신희와 단 둘이만 있고 싶었다. 그의 고통은 끝났다. 우선 그것만으로도 내게 터질 것만 같은 고통의 태엽이 한 가닥 축 풀리는 것 같았다. 그는 신부처럼 주님 품에 안겼을까, 어린 딸로 안겼을까, 나와 자신의 사체(死體)를 바라보고 있을까.
꼭 붙잡고 있는 신희의 손목이 서서히 굳어지며 차가와지고 있음을 느꼈다. 종잇장 같이 마르고 창백한 얼굴은 분명 태풍이 지나간 뒤의 호수같이 잔잔하다. 지상의 산 사람 얼굴 중에 이토록 성스럽고 가난한 여인의 얼굴이 있을까.
시간이 흐른다. 나는 언어도 행동도 존재조차도 정지된 제로점에 선 것이다(Be nothing, Do nothing, Say nothing). 십자가 상의 주님을 쳐다본다. 가시관 밑으로 피가 줄줄 흐르고 있다. 주님의 제로와 나의 제로, 주님의 고통과 내 고통, 주님의 죽음과 내 죽음, 신희의 죽음이 만나고 있는 것일까. 잠시 뒤에 생각했지만 나는 주님이 섭섭했던 것이다. 그리도 가냘픈 아이에게 그리도 가혹한 고통을 주시다니. '주여…' 하고 부를 힘이 없었던 것이다.
이윽고 내게는 한 기적이 일어났다. 깊고 깊은 존재의 밑바닥, 주님이 뚫어버린 지하에서 지하수가 솟듯 세미한 음성으로 한 찬송이 터지고 있었다. 찬송의 영이 주어진 것이다.
"거기 너 있었는가 그 때에, 주님 그 십자가에 달릴 때, 오 때로 그 일로 나는 떨려 떨려 떨려, 거기 너 있었는가 그때에." 그것은 분명 내 찬송이 아니다. 내 속의 성령이 내 대신 부른 찬송이다. 부활하신 주님은 살아계셨다. 그때 그곳에도 나와 함께 내 위에 계셨다. 성령의 대송이다.
지금, 죽을만큼 극심한 고통의 밑바닥을 헤매고 있는가. 십자가 위에서 피 흘리시는 주님의 모습을 묵상하라. 주님과 처음 사랑을 상실했는가. 당신을 사랑하다 심장이 터져버린 예수님을 묵상하라. 일어설 수 없는 절망 가운데 있는가. 죽음을 죽이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바라보라. 예수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변함이 없으시다.
김준곤 목사 한국대학생선교회총재ㅣ국민일보
/ 2022.07.08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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