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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목표를 이루는 ‘도파민 활용법’

푸레택 2022. 6. 4. 14:05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목표를 이루는 '도파민 활용법' (daum.net)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목표를 이루는 '도파민 활용법'

[경향신문] 새해가 시작된 지 한 주가 지났다. 당신의 새해 목표는 안녕하신가? 혹시 ‘내 목표가 뭐였더라’, 가물가물하다면 굳이 목표를 이루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그건 그 목표가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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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된 지 한 주가 지났다. 당신의 새해 목표는 안녕하신가? 혹시 ‘내 목표가 뭐였더라’, 가물가물하다면 굳이 목표를 이루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그건 그 목표가 당신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뜻일 테니까. 하지만 당신에게 절실한 목표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벌써부터 포기하기엔 2018년이 너무 많이 남았다.

◆ 먼 미래가 아닌, 지금을 위한 동기

일상에서 ‘동기’는 “수험생에게 동기를 부여한다”고 말할 때처럼 ‘오래 지속되는 동기’를 뜻한다. 반면 뇌과학에서 ‘동기’는 즉각적인 행동의 유발을 뜻한다. 신경조절물질인 도파민은 동기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도파민의 분비가 많을수록 신경 네트워크가 움직임을 일으키기 쉬운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파민 신경세포가 괴사하는 질병인 파킨슨병에 걸리면 움직임을 시작하기 어려워지고, 동작도 느려진다. 반면에 도파민이 과잉 분비되면 충동적이고 성급한 행동을 하기 쉽다.

그렇다면 도파민은 언제 분비될까? 달리 말해, 뇌는 언제 실천하기 쉬운, 동기를 부여받은 상태가 될까? 도파민은 예상보다 많은 보상이 확인될 때 분비된다. 예를 들어보자. 파블로프의 개는 종소리 다음에 먹이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몰랐다. 따라서 먹이가 주어지는 시점이 예상보다 많은 보상이 확인되는 시점이며 도파민도 이때 분비된다. 하지만 종을 울린 다음에 먹이를 주는 훈련을 반복하면, 종소리가 들린 뒤에 먹이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종소리가 들린 시점이 종소리를 듣기 전보다 더 많은 보상이 주어지리라고 확인되는 시점이며, 도파민도 이때 분비된다. 이처럼 도파민은 예상보다 많은 보상이 주어질 때 분비되어, 보상을 획득하기 위한 행동을 하기 쉬운 상태로 만든다.

그런데 같은 크기의 보상이라도 나중에 주어질수록 도파민 분비가 줄어든다. 예컨대 종소리가 들린 지 5초 뒤에 맛있는 간식이 나오고, 노크 소리가 들린 지 10초 뒤에 똑같은 간식이 나오는 경우, 종소리가 들렸을 때 분비되는 도파민의 양이 노크 소리가 들렸을 때보다 더 많다. 이처럼 도파민은 행동에 미치는 효과가 즉각적이고, 먼 미래에 주어질 보상에 대해서는 시큰둥하다.

이 사실을 종합해 보면, 먼 미래에 대한 계획과 비장한 각오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위한 각오와 잠시 후의 만족이 목표를 이루는 데 더 유용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 걸음을 걸어도 나답게》라는 책에서 발레리나 강수진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고 싶지만 발레 연습을 하겠다는 한순간의 선택이 그다음의 몇 시간을 결정한다. 먼 미래에 어떻게 될지는 막연하지만 잠시 후 연습을 마쳤을 때의 뿌듯함을 생각하면 연습하기로 결정하기도 수월하다.

그렇게 작은 선택이 만든 몇 시간과, 몇 시간 뒤의 작은 만족이 모여서 365일 뒤에 차이를 만든다.

◆ 해낸 것에 대한 보상과 탐구

아무리 치밀한 계획을 세워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계획이 틀어지는 것은 실행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뜻밖의 변수가 나타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처럼 계획이 틀어지게 마련이라면, 계획대로 지키지 못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

다시 도파민을 생각해 보자. 도파민은 강화학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화학습이란,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행동은 더 자주 하면서 능숙해지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행동은 점점 덜 하게 되는 과정을 뜻한다. 도파민은 예상보다 보상이 클 때 분비되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보상이 예상보다 못할 때는 일시적으로 분비를 멈춰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면서 강화학습을 이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의지 박약을 타박하면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데는 익숙하지만 긍정적인 피드백에는 인색하다. 작심삼일에 그칠 수밖에 없는 피드백을 주면서 의지만 타박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피드백을 잘 줄 수 있을까? 피드백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예상’에 해당하는 기준점을 어디로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완벽한 계획을 기준점으로 삼으면 나의 행동이 부족할지 몰라도, 지난 주나 작년의 행동을 기준점으로 삼으면 오늘의 행동이 더 나은 것일 수 있다. 어제보다 모든 측면에서 낫지는 않더라도, 한두 가지 측면에서는 개선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진척이 느껴져야 강화학습이 일어나고, 재미도 있다. 물론 긍정적인 피드백만으로는 부족하다. 계획한 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때는 새로운 방법을 탐색하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절묘하게도, 동물들은 도파민의 분비가 높을 때는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행동이 늘어나는 반면, 도파민의 분비가 낮을 때는 이전에 하던 행동을 반복하는 경향을 보인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줘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목표를 추진하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을 탐색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촛불혁명을 통해 이런 경험을 이미 해봤다. 청와대 앞을 막자 시내로 나서고,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비방이 계속되자 도로를 깨끗하게 치우고, 방송을 왜곡하자 독립 언론으로 맞서고, 다양한 비폭력 시위 방법을 연구하며, 멈추는 듯하면서도 꾸준히 개선돼 왔다. 그리고 마침내 돌 하나 던지지 않고 대통령을 바꿨다.

■ 흔들리더라도, 꾸준히 함께

나는 3~4주 전부터 이달에 새해 목표에 대한 글을 쓰기로 하고 플랭크를 해 왔다. 목표는 1~2일에 한 번이었지만, 못하고 지나가더라도 끈을 놓지는 않으면서 결과를 기록하고, 친구들과 공유해 왔다. 처음 시작할 때 1분을 간신히 채웠는데, 어제 12번째로 하면서 2분을 넘겼다. 그러니 멈추는 듯 퇴보하는 듯하면서도 꾸준히, 함께 가자. 혹시 아는가, 작년에 우리가 보았던 기적이 나에게도 일어날지.


송민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ㅣ
경향신문 2018.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