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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 AI시대의 전략] 돈·기술 빨아들이는 공즉시색의 세계 '메타버스'

푸레택 2022. 6. 2. 22:17

[김정호의 AI시대의 전략] 돈·기술 빨아들이는 공즉시색의 세계 '메타버스' (daum.net)

 

[김정호의 AI시대의 전략] 돈·기술 빨아들이는 공즉시색의 세계 '메타버스'

반야심경(般若心經)은 대표적인 불교 경전이다. 짧지만 그 의미가 깊어 대승불교 의식뿐 아니라 많은 불교 종단의 법회나 의식에서 독송한다. 그 반야심경에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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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서울 마곡지구 LG CNS 메타버스 스튜디오를 찾은 관람객이 다양한 메타버스를 체험해 보고 있다./김연정 객원기자

디지털 '1'과 '0' 사이는 '空'.. '메타버스'는 가상세계 출발점
가상의 '나'가 소비·교육·진료·공연.. 가상 부동산 투자도 활발
"반도체의 미래는 인공지능, 자율주행자동차, 메타버스에 있다"

반야심경(般若心經)은 대표적인 불교 경전이다. 짧지만 그 의미가 깊어 대승불교 의식뿐 아니라 많은 불교 종단의 법회나 의식에서 독송한다. 그 반야심경에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는 핵심적인 글귀가 나온다. 도(道)를 말로 할 수 있으면 도가 아니라지만, 그래도 굳이 그 뜻을 우리말로 옮기자면 ‘물질이 빈 것과 다르지 않고, 빈 것이 물질과 다르지 아니하며, 물질이 곧 비었고, 빈 것이 곧 물질이니 감각과 생각과 행함과 의식도 모두 이와 같다’라고 설명할 수 있다. 놀랍게도 불교가 말하는 이 값진 진리는 인공지능과 반도체로 상징되는 현재의 ‘디지털 혁명 시대’도 그대로 관통한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통해 눈으로 보고 있다고 믿는 실체(實體)는 디스플레이 화면에 ‘1’과 ‘0’으로 표시되는 디지털 화소일 뿐이다. ‘1’과 ‘0’ 사이는 불연속적으로 중간이 비어 있는 ‘공(空)’이다. 화면으로 보는 것은 디지털화된 가상 세계다. 우리의 삶 자체가 점점 가상화되어 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구분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 디지털 가상 세계의 출발점에 바로 ‘메타버스’가 있다.

디지털 가상 세계 ‘메타버스’의 출현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 혹은 초월이라는 뜻의 ‘메타(Meta)’와 세계 또는 ‘우주(Universe)’라는 단어로 만들어진 합성어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 인간 세계의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할 수 있는 디지털 가상 세계다. 디지털 컴퓨터 내에 인간이 살아가는 주거 공간뿐 아니라 생활 공간, 경제 공간, 문화 공간이 설치된다. 그 속에는 인간 개개인과 똑같은 디지털 쌍둥이가 존재하고, 나를 대신해서 살아간다. 가상 세계의 인간도 경제생활을 한다. 소비도 한다. 교육도 받고, 진료도 받고, 게임도 하고 공연도 한다.

메타버스에서는 상업 활동이 일어나는 공간을 매매할 수도 있다. ‘가상 부동산’이다. 이 가상 공간도 투자와 투기의 대상이 된다. 가상 세계에서는 자산의 증명과 인증서로 ‘대체 불가 토큰(NFT·Nonfungible Token)’이 사용된다. 가상 화폐와 마찬가지로 블록체인으로 저장하고 암호화하여 변조가 불가능하다. 상업 활동에 따라 광고료도 받는다. 결국 수입에 따라 세금도 낸다. 가상 부동산 값이 오르면 종부세를 내야 할 수도 있다. 인간의 욕망이 뒤범벅된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아파트와 토지를 포함한 공간 소유 욕구도 그대로 가상 세계에도 재현된다. ‘디센트럴랜드’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가상의 부동산을 매매하는 가상현실 부동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MANA’라는 가상 화폐 코인을 발행했다. 가상 세계에서는 디지털 화폐만이 존재한다. 디지털 화폐 발행권을 국가가 갖게 되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가 되고, 대중에게 분산되면 비트코인 같은 민간 디지털 화폐가 된다. 누가 승자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가상 세계를 실현하는 가상 기술

가상 세계에서도 빅데이터가 생산된다. 인간을 닮은 디지털 쌍둥이가 인간을 대신해서 빅데이터를 만든다. 이제 실제 세계에서 빅데이터를 구할 필요 없이 가상 세계의 컴퓨터 알고리즘이 빅데이터를 대신 만들어준다. 그러면서 더욱더 인간과 구분이 어려운 인공지능이 탄생한다. 이렇게 가상 세계와 인공지능이 결합한다. 가상 세계에서 인공지능을 갖고, 나를 대신하는 디지털 쌍둥이 인간을 ‘인공 인간’이라고 부른다.

메타버스 가상세계에서 가능한 새로운 사업. /그래픽=양인성

인간이 가상 세계에 몰입하고 종속하게 하려면 착각의 기술이 필요하다. 인간이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구별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이다. 인간이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데 가장 유효한 방법이 시각 조작 기술이다. 그중 대표적 기술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이다. 증강현실은 실제로 존재하는 환경에 가상의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하여 마치 원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법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컴퓨터 부품이 반도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다. GPU의 글로벌 선두 기업인 엔비디아의 창업자이며 회장인 젠슨 황은 지난 4월 12일 열린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21’에서 반도체 사업의 미래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메타버스에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반도체 없는 가상 세계도 없고 메타버스도 없다. 반도체가 가상 세계에서 색(色)과 공(空)을 연결한다.

가상 세계 속 공간과 시간의 자유

디지털 혁명 시대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 콘텐츠와 서비스를 얹어 수익과 시장 지배력을 최대화하는 사업 구조를 ‘플랫폼X’라고 부른다. X는 상거래, 금융, 생산, 유통, 교육, 문화, 의료, 에너지, 환경, 교통, 공연, 스포츠 등 사회 전 분야로 확대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하드웨어 장치는 PC에서 출발해서, 스마트폰에서, 이제 자율주행 자동차로 이전되고 있다. 미래 플랫폼X는 아예 물리 계층인 하드웨어 없는 완전 가상 환경으로 이전 중이다. 메타버스가 그 시작을 알려준다. 그 가상 세계에서는 공간과 시간의 자유를 갖는다. 그 공간과 시간은 빛의 속도로 연결된다. 반야심경은 ‘대반야바라밀다경’의 요점을 간략하게 설명한 짧은 경전으로 당나라 삼장법사인 현장(玄裝)이 번역한 260자의 경전이다. 반야심경 속 진리를 디지털 혁명 시대에 또다시 생각하게 된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ㅣ조선일보 

/ 2022.06.02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