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AI시대의 전략] 테슬라의 '교류'와 에디슨의 '직류', 탄소중립 시대 '전력 반도체'로 만났다 (daum.net)
전기 전쟁 첫 승자는 교류.. 반도체 시대엔 에디슨 '직류'가 이겨
태양광·자율주행차 등엔 직류↔교류 변환 '전력 반도체'가 주도
매년 20%↑성장.. 전력 반도체 자립, 디지털혁명·탄소중립 관건
탄소 중립 시대의 실현을 위해서는 친환경 전기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전기를 발전하고, 각 가정과 공장에 공급하기 위해 교류(AC) 전기 방식을 사용한다. 교류 전압은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양’ 전압과 ‘음’ 전압의 삼각함수(Sine Wave) 모습으로 변화하는 방식이다. 교류 전기를 이용하면 변압이 쉽고, 전기를 멀리 보낼 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교류 전기 방식은 미국의 전기공학자인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가 처음으로 발명했다. 일런 머스크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자신의 전기차 회사 이름을 ‘테슬라’라고 지어 더 유명해졌다.
1차 전기 전쟁의 승자는 테슬라
반면 우리에게 천재 발명가로 알려진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은 전압이 일정한 직류(DC) 전기 공급 방식을 고집했다. 에디슨은 교류 전기 방식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코끼리를 감전시켜 죽이거나 전기의자를 만들어 사형수에게 시험하기도 했다. 전기 공급 방식의 표준을 둘러싼 테슬라와 에디슨 사이의 경쟁을 ‘전기 전쟁’이라고 부른다. 1차 전기 전쟁은 테슬라가 만든 교류 전기 방식의 승리로 끝났다.
‘인공지능’ 과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디지털 혁명 시대를 맞아 이 상황이 반전되고 있다. 컴퓨터와 반도체는 직류 전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에는 ‘1’과 ‘0’이라는 두 가지 직류 전압만 있으니, 디지털 반도체에는 교류가 없다. 특히 반도체, 스마트폰, 컴퓨터, 데이터센터, 그리고 자율주행차에는 다양한 직류 전압이 계층적으로 필요하다. 그 결과, 직류 전력 공급 손실을 최소화하고 디지털 고속 동작이 가능한 전력 공급망 설계가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디지털 시대 2차 전기 전쟁의 승리자는 에디슨이 된 셈이다.
탄소 중립 실현의 구세주로 여겨지는 태양광 발전은 결정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바로 간헐성(間歇性)이다. 밤에는 전력 생산을 할 수 없고,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쌓인 눈, 먼지, 새똥도 치워야 한다. 따라서 일정하고 안정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전기에너지 저장 장치(ESS)가 필수적이다. 한마디로 대규모 배터리 창고이다. 그리고 이 배터리로부터 나오는 직류 전압을 가정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이를 교류 전압으로 변환해야 한다. 이 전압 변환을 ‘전력 반도체(Power Semiconductor)’가 담당한다. 전력 반도체는 직류 전기를 일정한 주파수(60㎐)로 연결했다가 끊기를 반복해서 교류 전기를 만든다. 동시에 스위칭 전압 변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처럼 전기에너지의 생산, 전송, 그리고 소비 과정에서 여러 단계에서 직류 전압과 교류 전압 사이의 변환이 끝없이 일어난다.
전기에너지 본질, 직류↔교류 변환
이뿐만 아니라 탄소 중립을 위한 친환경 운송 수단으로 믿고 있는 전기차 내부에서도 다양한 전압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테슬라 자동차에는 ‘오토 파일럿(Auto-pilot)’ 컴퓨터가 자율운행을 담당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다양한 반도체가 들어간다. 각 반도체는 물질, 구조, 소자, 공정이 다르다. 따라서 공급해야 하는 직류 전압도 다르다. 이때 자동차 배터리로부터 나온 직류 전압을 다양한 직류 전압과 전력 조건에 맞게 변환하고 공급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전기차 모터의 구동에도 직류 전압을 교류 전압으로 변환해야 한다. 전환된 교류 전압으로 바퀴의 속도와 힘을 제어한다. 이처럼 전기차 내부에서 수많은 전기 전환이 일어난다. 이렇게 3차 전기 전쟁은 바로 전기에너지 전환(Conversion) 전쟁이다. 탄소중립 시대의 전기 전쟁의 주역은 테슬라나 에디슨이 아니라 바로 전력 반도체이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핵심, 전력 반도체
전력 반도체는 스위칭 속도가 빠르고 내부 저항이 작아야 한다. 그리고 고전압과 고온에도 견디면서 동시에 누설 전류도 작아야 한다. 이러한 전력 반도체의 성능이 바로 전력 공급과 전압 전환 손실을 줄인다. 특히 태양광 발전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조건이다. 전력 반도체는 사용 전압과 스위칭 주파, 전력 크기에 따라 반도체 물질이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소형 가전이나 컴퓨터에서는 실리콘(Si) 반도체가 사용되고, 전기자동차에서는 갈륨질소(GaN) 반도체, 그리고 풍력발전기에는 실리콘 카바이드(SiC) 반도체가 사용된다. 전력 반도체의 전 세계 시장은 매년 20% 넘게 커질 전망이고, 2029년쯤에는 5조원 이상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에는 프로세서와 메모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력 반도체 자립 없이는 디지털 혁명도, 탄소 중립도 없다.
전기 공식에는 이념이 없다
전기의 발생과 전송, 그리고 소비와 전환의 원리를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정식이 있다. 바로 맥스웰 방정식(Maxwell Equations)이다. 전기공학 혹은 전자공학을 전공하면 평생 따라 다니는 8개의 미적분 형식의 방정식이다. 반도체의 해석과 설계에도 사용된다. 맥스웰 방정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좌표, 벡터와 미적분 실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고등학교 학생들과 이공계 대학생들이 벡터와 미적분을 배운다. 이 방정식에서는 전기 현상을 공간(x, y, z)과 시간(t)에 따른 미적분방정식으로 표현한다. 이 방정식을 풀면 최대 전력 전송과 최저 손실 조건을 얻을 수 있다. 탄소 중립을 구하고자 한다면 꼭 기초가 되는 방정식이다. 이 방정식에는 수학 수식과 물리 변수들만 있다. 이념(理念)은 없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ㅣ조선일보 2021.08.25
/ 2022.06.02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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