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AI시대의 전략] 실수하기 전으로 돌아가 반복 학습.. AI, 신약 개발·전기차 설계하는 시대 온다 (daum.net)
AI, 디지털 시계 거꾸로 돌려 1초에 수백만회 실수 고치며 학습해
'강화학습'으로 사람은 수개월 걸릴 반도체 설계 6시간에 끝내기도
공학설계 완전 자동화 눈앞.. 소통·협업·융합인재 키울 교육 혁신을
영화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를 좋아한다. 미국 유학 시절 텔레비전 가족 드라마 ‘패밀리 타이스(Family Ties)’를 보면서 알게 됐는데, 그를 보면 항상 재미있고 유쾌하고 즐겁다. 그는 1985년에 개봉된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에서 주연을 맡았고 이후 스타덤에 올랐다. 코미디, 드라마, 액션 요소가 다 들어 있는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타임머신 자동차 ‘드로리언(DeLorean)’을 타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여행한다.
아쉽게도 현실 물리 세계에는 타임머신이 없다. 인간이 과거를 되돌아 보려면 빛의 속도로 거슬러 날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무한대의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로 돌아가 사건을 바꾸면 현재의 우리가 존재하지 못할 수도 있는 모순에 빠진다. 그래서 양수(+)의 시간은 있지만 음수(-)의 시간은 없다. 하지만 디지털 인공지능 세계에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컴퓨터 속의 디지털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 된다. 그리고 메모리에 저장된 과거의 데이터를 바꾸면 되기 때문이다. 즉 디지털 세계에서는 음수의 시간이 존재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능력이기도 하다.
시간 거슬러 스스로를 개선하는 AI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으로 불리는 현재의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한다. 학습을 위한 데이터는 인간이나 자연으로부터 얻기도 하고, 이제는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에서도 얻는다. 학습 과정에서 정답이나 승률이 높은 답을 얻지 못하면, 스스로 시간을 거슬러 가면서 인공지능망 속의 변수들을 고쳐 나간다. 이 학습 과정을 ‘시간 역전파 학습(BPTT: Back Propagation Through Time)’이라고 부른다. 인간의 언어로 표현한다면 ‘인공지능이 과거로 돌아가서 반성하고 스스로 고친다’는 의미다. 시간을 거슬러 가서 자율 학습을 하는 것이다. 그 역전파 학습 과정을 1초에 수백만 번 이상 수행한다. 그리고 혼자만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수만 개의 동료 반도체(GPU)나 동료 컴퓨터와 협력해서 학습한다. 학습 결과는 그대로 메모리에 저장돼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 또 제한 없이 복사돼 퍼져나간다. 이렇게 인공지능이 가진 과거와 미래로의 시간여행 능력, 빠른 작업 속도, 대규모 협업 능력은 인간으로서는 경쟁하기 어렵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한계를 가늠하기 어렵다.
구글 인공지능, 반도체도 설계
인공지능은 반도체 설계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 네이처 발표 논문에 따르면, 구글은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인공지능 반도체인 ‘TPU(Tensor Processing Unit) 버전 4′의 설계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했다고 발표했다. 인공지능이 반도체 칩의 용도에 맞는 소자 배치 최적화를 담당했다는 것이다. 사람이 여러 달 걸려 실행한 반도체 평면 배치(Floor Planning) 설계 작업을 단 6시간 만에 수행해낸 것이다. 구글 개발진은 먼저 인공지능에 기존 평면 배치 설계도 1만 종을 학습한 후, 강화 학습을 이용해 반도체 칩에 소자 수백만 개를 최적으로 배치하도록 설계했다. 강화 학습은 알파고가 바둑을 두듯이 인공지능 스스로 최적의 결과물을 찾도록 하는 자기 주도 학습법이다.
미래에는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코딩, 알고리즘, 반도체 구조, 회로, 도면 설계까지도 인공지능이 담당할 전망이다. 인공지능 능력은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 자동화 도구(CAD)에 포함되게 된다. 더 나아가 5G 안테나 설계, 신약 물질 개발, 전기 자동차 설계, 건축 설계 작업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면 공학 설계도 인간의 손을 떠나 완전 자동화되는 시대가 온다. 앞으로는 반도체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컴퓨터,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도 인공지능 기술과 인력의 확보에 좌우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 인재의 조건
미래에 직업을 갖기 위해선 누구나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쓰듯 인공지능의 개념을 갖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산업 성장과 신산업 창출을 위해서는 인공지능 전문가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수학 실력은 기본이고, 인공지능 알고리즘, 컴퓨터와 반도체, CAD와 응용 분야에서 수준 높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공동 작업에 필요한 소통과 협업 능력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기술 변화를 유연하게 흡수할 수 있는 포용력도 필요하다. 나아가 서로 다른 영역의 융합 능력, 그에 기초한 창조력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유, 평화, 사랑, 공존, 그리고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함께 살아갈 철학과 윤리를 갖춰야 할 것이다.
현재의 일방적 주입식 외우기 교육으로는 절대 이런 미래 인재를 기를 수 없다. 이미 정답이 있는 문제의 답을 틀리지 않고 빠르게 구하는 기능이라면 사람은 인공지능 컴퓨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토론하며, 함께 협동해서 공동 창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 능력은 시간이 정해진 객관식 시험으로 평가할 수 없다. 결국 교육 혁신이야말로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개혁이다. 하지만 정치의 계절인 요즈음, 교육 개혁과 미래 인재 육성에 대한 논의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ㅣ조선일보 2021.09.29
/ 2022.06.02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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